“너 뭐하냐?”
화들짝 놀라, 친구 녀석을 쳐다봤다. 무엇을 했다고 말하기도 어려웠다. 왜냐? ‘멍’을 때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주, 종종 멍을 때리고 있다. 누가 보면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것 같겠지만, 솔직히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다. 항상 분주한 편이었다. 회사에 입사해서는 나에게 주어진 업무도 업무지만, 눈치 없는 신입사원이 되지 않으려 여기저기 선배·동료가 모여든 곳이면 여지없이 끼어들었다. 까놓고 말하자. 왕따가 되기 싫었다. 그런 노력 때문인지 회사생활에는 별 무리가 없었다. 동료들은 나를 무난한 사람으로 여겼고, 이 자리 저 자리 많이도 불려다녔다. 이러니 분주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5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돌아보니 눈치 없다는 소리는 듣지 않았지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무엇보다 ‘내’가 없었다. 어떤 상황이, 특정한 무엇인가가 좋아서 웃는 게 아니었다. 남들 웃으니 웃었고, 남들이 욕하니 같이 욕했다. ‘내가 뭘 좋아했더라?’ 아득했다. 윤곽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멍을 때리기 시작한 게.
사실, 멍 때리는 것이 작정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정리된 마음가짐은 필요하다. 마음속에 불같은 화덩어리가 들어앉아 있는데 멍 때리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그렇다고 특별한 노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명상원에 갈 필요도 없고, 향초를 피울 필요도 없다. 고요한 곳을 찾을 필요도 없다. 시끄럽다고 멍 때리지 못할 이유는 없다. 나를 애써 들여다볼 노력도 차라리 하지 말자.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있어보는 거다. ‘나’인 채로.
그런데 바로 10월27일 서울광장 잔디밭에서 제1회 멍 때리기 대회가 열린다고 한다. ‘이게 뭐라고 대회씩이나 하나’ 하고 생각했다. 바꿔 생각하니, 이 대회 만만치 않을 듯하다. 스마트폰을 하거나 자지 않고 3시간 동안 멍을 때린다. 요즘 같은 시대에 쉽지 않은 일이다. 대회의 취지를 살펴보자니 ‘쉴 새 없이 돌아가는 현대인의 뇌를 쉬게 해주자’다. 그래, 내가 바랐던 것이 이거였다. 명료하다. 남 눈치 보느라, 사회생활 하느라, 업무 보느라, 잘 사는 척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리느라, 남이 잘 사는지 염탐하느라 바빴을 나의 뇌에는 휴식이 분명히 필요하다. 멍돌이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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