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리 제공
나는 가장 약하고 도움이 절실한 존재는 바로 동물이라고 생각한다. 인간 중심 세상에서 인간과 동물의 관계는 일방적인 가해만 일어날 수 있다 여긴다. 이런 생각에 오랫동안 많이 고민했다. 수많은 동물들의 희생 앞에서 평범할 뿐인 내가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무기력함이 가장 먼저 압도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얼까? 내가 뭘 해봤자 세상이 바뀔까?’ 10년 가까이 안타까운 마음만 안은 채 때로는 외면하며 그렇게 살아왔다. 어느 연예인처럼 1억원 정도 기부해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고, 그러지 못하는 내 처지를 한탄했다.
20대의 끝자락에 섰던 5년 전부터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다. 내 형편에서 부담스럽게만 느껴졌던 나눔이 실은 생각했던 것만큼 거창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동물보호단체에 정기후원금 월 3만원을 보내고, 길고양이에게 주는 사료비로 매달 2만원을 쓴다. 카페에 몇 번 가지 않으면, 손톱 손질 숍에 가지 않으면 쉽게 만들 수 있는 돈이었다. 지구의 생명 여럿을 지켜주는 5만원, 그 이상의 가치로 탈바꿈할 수도 있었다. ‘취직을 하면, 월급이 오르면, 내 경제 사정이 안정되면 해야지’라고 생각한다면 동물을 도울 수 있는 날은 영원히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처음 다닌 회사의 건물 옆에 공사장이 있었다. 그곳에는 공사장 아저씨가 보신탕집에 팔려고 잡아놓은 개들이 묶여 있었다. 그 개들에게 주어지는 것이라고는 오물 밥그릇뿐, 비가 와도 햇빛이 쨍쨍 내리쬐도 피할 수 있는 지붕 하나 없었다. 아저씨에게 말한다고 그가 저 개들을 풀어주거나 보신탕집에 보내는 일을 그만두지는 않을 것이었다.
무기력함이 또다시 나를 덮치기 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잠시 생각해봤다. ‘깨끗한 물 하나 없는 저들에게 단 1분이라도 행복한 기분을 선사하자’라고 생각해, 200mℓ 우유를 개들의 수만큼 사서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는 오후 1~2시에 주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코를 박고 우유를 먹는 개들을 보면서 여전히 마음은 아팠지만, 그래도 저들이 죽음을 맞이하기 전에 떠올릴 수 있는 삶의 행복한 순간이 하나라도 있기를 바라면서 나는 그 일을 한동안 계속했다.
요즘은 충동적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다가 그 반려동물이 아프거나 다쳐서 돈이 들어가면 버리는 사람이 많다. 갑자기 많은 병원비를 지출해야 하면 부담이 될 것이다. 그러나 난 묻고 싶다. ‘당신은 그 병원비를 내지 않으면 그 돈으로 어떤 값진 것에 쓰시겠습니까? 생명을 구하는 일보다 더 값진 일은 무엇입니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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