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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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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 노니는 저 연방죽, 생태농업 품은 저수지

―전남 강진 편
겨울 탐조 나들이에서 배운 물-동물-농업의 연결과 균형
등록 2026-02-26 21:47 수정 2026-02-28 15:31
전남 강진군 병영면의 오래된 연방죽 주변에서 매년 날아드는 겨울철새를 관찰할 수 있다.

전남 강진군 병영면의 오래된 연방죽 주변에서 매년 날아드는 겨울철새를 관찰할 수 있다.


얼마 전 남도자연생태연구소에서 기획한 탐조클럽에 참가했다. 평소 아이들과 새를 관찰하고 조류도감을 더듬더듬 찾아보는 걸 즐겼는데, 자세한 설명을 들으며 쌍안경과 스코프를 통해 새를 가까이서 볼 좋은 기회였다. 참가한 날은 1971년 2월2일 람사르협약이 맺어진 것을 기념하는 ‘세계 습지의 날’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했다.

탐조클럽은 한 달에 한 번 각 지역의 장소를 정해 새를 관찰하며 주변의 역사와 생태에 대한 지식을 나누는 모임이다. 새를 좋아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게 신선했고, 자연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것만 같아 오랜만에 아이처럼 신이 났다.

전남 강진군 병영면의 오래된 연방죽(연꽃이 자생하는 작은 저수지) 두 곳에 처음 도착했다. 겨울철새를 관찰하려는데, 탐조를 나선 날은 남쪽 동네치고 눈이 많이 왔고 바람까지 거세게 불어 걱정이 앞섰다. 기나긴 겨울 동안 얕은 저수지는 얼어붙기도 해서 새들이 어떻게 있을지 궁금했다. 새들은 경계가 심해 작은 기척에도 파드닥 날아가버리니 약간의 어려움이 예상됐다.

멀찍이 보이는 저수지에는 댕기흰죽지와 큰고니, 다양한 종류의 오리들이 삼삼오오 모여 먹이활동을 하고 있었다. 평소 별생각 없이 지나치던 저수지였지만 쌍안경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안에선 많은 생명체가 순환을 이어가고 있었다. 예전의 자연 늪지에서 유래된 저수지는 계절마다 다른 새와 동물들이 먹이를 찾으러 오거나 잠시 지내고 가는 장소다. 그곳에 속한 식물의 종 관찰을 통한 습지 연구도 진행된다고 하니 저수지는 생태환경에 아주 중요한 장소임이 분명하다.

병영면 연방죽은 ‘생태순환수로 농업시스템’으로 국가중요농업유산 제16호로 지정된 곳이다. 물이 부족한 지형에서 물을 가두고 나누는 방식이 오랫동안 이어졌다고 한다. 몇백 년 전에 만들어진 수로 시스템이 지금까지도 농업용수를 위해 쓰인다. 탐진강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여러 갈래 개천으로 흘러 저수지로 모이고, 다시 논으로 퍼져나간다.

탐조를 마친 뒤 실내에 모여 각자 새를 바라보는 방향과 느낀 점을 나누는 시간을 보냈다. 귀농해 친환경 벼농사를 짓는 분의 이야기, 다랑논 사례에 오래 관심을 기울여온 분의 재치 있는 연구 발표, 아동문학 작가의 제비에 대한 뭉클한 동화와 자연에서 보고 채집한 색에 대한 감상까지. 같은 것을 봤지만 다양한 관점에 따른 새 이야기가 즐겁게 느껴졌다.

마르지 않고 흘러온 물줄기, 그곳을 찾아오는 동물들, 그리고 인간이 일궈온 농업의 현장. 탐조를 통해 많은 것이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됐음을 배웠다. 효율성을 위해 주변을 빠르게 변화시키는 현실에 익숙한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오랜 시간 서로 균형을 맞춰가며 생명을 지탱해온 시스템으로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글·사진 이지은 패브릭·그래픽 스튜디오 달리오로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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