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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로 사는 삶이 싫어. 나는 ‘나’로 살 거야.”
학창 시절에는 결혼이 뭔지도 모르면서 곧잘 당찬 ‘자기선언’을 하던 친구들도 결혼하면 남편과 아이가 1순위가 된다.
요즘 시대는 그렇지 않다고, 나만은 그렇지 않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결혼은 그녀(그)들을 너무나 많이 바꿔놓았다. 학창 시절에는 ‘학생답게’라는 말에 치를 떨던 그녀들이 ‘유부녀답게’ ‘엄마답게’라는 말로 스스로를 점검한다. 옷차림을 단정히 하고, 남의 시선을 덜 받는 것으로 ‘어른스러워졌다’라고 자위하며 많은 것을 포기한다.
물론 짧은 교복 치마나 고데기로 한껏 말아올린 앞머리가 열다섯 ‘그녀’의 본질이 아니었듯, 입고 싶은 모든 것들이 서른이 넘은 ‘그녀들’의 본질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어설프게나마 ‘나’를 찾고 싶었던 그 여정이 서른이 넘고, 누구가의 아내가 되었다고 해서 끝나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는 ‘당신은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에 어디 출신에, 어디 학교를 나왔으며, 어떤 회사를 다니고 있다는 등등의 ‘관등성명’ 같은 정보를 나열하고 있지 않은가.
한때는 ‘내가 나’라는 사실을 온몸으로 표현하지 못해 들떠 있던 그녀들이 서서히 ‘남이 보는 나’로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카톡을 연다. 그리고 추억이 돋는 그녀의 이름을 눌러본다. 그런데! 프로필에 그녀의 다정한 가족사진이 있다. 한때는 엄마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나누었던 그녀가 엄마가 되었다. 이제 그녀는 내 편이 아니다. 그런 생각이 자꾸만 든다. 우리가 했던 소중한 비밀 나눔이 대물림되고 있는 사이, 그녀는 스스로 감시자가 되었다. 우리는 아직 비밀 얘기 할 게 많은데. 김이 팍 샌다.
어느 날 단 하루, 일탈 같은 여고 동창 모임은 싫다. 그날이 지나면 반복될 일상이 뻔해서, 억지로 즐거운 그런 만남은 싫다. 그때처럼 지금도 가족이 아닌, 남을 통해서도 자신을 찾아갈 수 있다는 불확실한 믿음을 간직한 그녀를 만나고 싶다. 아내, 엄마, 딸이 아니라 누구의 선배, 누구의 동료, 누구의 아는 언니, 아는 언니의 친구인 그녀들을, 누구보다 ‘그녀 그 자신’을.
프로필 사진이 뭐 그리 중요하냐는 말들을 한다. 단언컨대 중요하다. 그것이 내가 보여주고 싶은 나의 모습이니까. 내가 정말 누구의 무엇으로 불리고 싶지 않다면 적어도 이름 세 글자의 고유명사처럼 나의 얼굴을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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