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김태형 기자
딸이 초등학교 6학년이 되는 해에 둘째를 출산했다. 예상치 못했던 늦둥이는 가족에게 새로운 활기를 주었다. 첫째아이 키울 때는 천기저귀를 쓰려고 시도했다가 매번 삶아야 하는 번거로움과 혹시나 세탁 뒤에도 남아 있을 세균 걱정 때문에 이내 실패했었다.
하지만 몇 년 전 천 생리대를 써본 이후에는 일회용 생리대를 쓸 수 없었던 내 피부의 감각이 사랑스런 아이를 위해 어떻게든 천기저귀를 쓰라고 명령했다.
천기저귀 쓰기 프로젝트. 우선 매일매일 빨지 않아도 되도록 여유 있게, 또 일회용 기저귀로 돌이키기엔 너무나 많게 느껴지도록 천기저귀 60여 장을 준비했다. 첫째아이 때는 고작 10장이었다.
그리고 삶겠다는 생각을 버렸다. 세탁기의 성능을 믿자! 소변 싼 기저귀는 그냥 세탁 바구니에 휙 던져놓고, 대변 싼 기저귀는 변기에 털어낸 뒤 세탁 바구니에 던져놓는다. 그리고 2~3일에 한 번 바구니가 차면 세탁기에 돌렸다. 찜찜할 때는 소독 효과가 있는 구연산을 넣어서 헹굼 한 번 더! 이것으로 세탁 과정은 종료.
탈탈 털어서 건조대에 널 때의 기분은 정말 산뜻하다. 산후 우울증 같은 것도 같이 털려나갔다. 햇살 아래 눈부시게 빛나며 가지런히 널려 있는 기저귀들을 보며 직장에서 일할 때와 비슷한 충만감을 느꼈다. 일회용 기저귀를 둘둘 말아 버린 뒤 그득해진 쓰레기봉투를 볼 때의 죄책감과는 전혀 다른 뿌듯함이었다. 그리고 바짝 마른 천기저귀를 한장 한장 접어넣을 때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정갈한 느낌은 부직포 종이 기저귀의 퍼석함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고급스러움이 있다.
어딜 가도 천기저귀 가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요즘 세상에 천기저귀 쓰는 사람도 다 있냐’고 신기해하기도 하고, 대단하다고도 했다. 하지만 인간이 태어나자마자 이 지구에 엄청난 양의 오물을 투척하며 삶을 시작한다는 게 그다지 기분 좋은 일은 아니지 않는가.
기저귀 갈기 힘든 외출을 할 때나 밤잠을 재울 때는 일회용 기저귀를 쓴다. 하지만 내가 세탁한 기저귀 양만큼 쓰레기를 줄였다는 자부심을 가진다. 이제 둘째아이는 16개월이 되었다. 삶지 않았지만 기저귀 때문에 문제가 돼 아픈 적 없고, 엉덩이는 붉은 발진 없이 보송보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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