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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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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뭔가요?

등록 2014-06-17 14:13 수정 2020-05-03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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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2학년 조카가 물었다. “고모는 나중에 어떤 사람 되고 싶어?” “어? 음….” 한동안 대답을 하지 못했다. 결국 대답을 하지 못했다. 조카 녀석에게 다시 물어보았다. “왜 그게 궁금해?” “당연히 생각하는 거 아니야? 우리한테도 만날 물어보잖아. 나중에 뭐하고 싶냐고. 그럼 어른들은 더 많이 생각하는 거 아니야?” 다시, 대답을 하지 못했다.

“꿈? 그게 뭐죠? 먹는 건가요?”라고 되묻는 어른들이 많을 거다. 그렇다. 꿈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었던 것인데, 어느 순간 사라져버렸다. 다 그런 것은 아님을 안다. 어른이 다 돼서 꿈을 좇아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여행을 떠나고, 노래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죄다 책 속이나 블로그나 페이스북에나 있는 것 같다. 현실 속 주변 친구들 중에는 그런 사람들을 찾기가 힘들다.

다시 조카의 질문을 떠올려봤다. ‘내 꿈이 뭐였더라?’ 맛있는 것 먹는 걸 좋아해서 손수 맛있고 보기 좋은 음식을 만들어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하면서 살고 싶다는 꿈을 꾼 적이 있다. 텔레비전에서 마음에 안 드는 정치인이 나오면 고개를 젓다가 “나도 어렸을 때는 대통령이 꿈이었는데”라며 혼잣말을 중얼거린 적도 있다. 돌이켜보니 꿈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꿈은 손바닥 안 모래처럼 스르륵 사라져버리는 걸까?

바로 아무도 묻지 않아서다. 한동안, 조카가 나에게 묻기 전까지는 나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묻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연애는 잘되냐, 결혼은 언제 하냐? 회사 생활은 괜찮냐, 계속 다닐 거냐? 이런 질문은 항상 쏟아진다. 지겨울 정도다. 대답도 심드렁하다. 뭐 어떻게 하다보면 되겠죠.(그러니 제발 그만 물어보세요!)

그래서 한동안 사람들에게 물었다. ‘당신, 꿈이 뭐예요?’ 처음에는 별말 안 하다가, 다양한 답이 쏟아진다. 당장 전세 걱정 안 하고 살 수 있는 집이 있으면 좋겠다는 현실적인 꿈부터, 조만간 남아메리카 여행을 꼭 떠날 것이라는 다짐을 하는 사람까지. 그렇게 꿈의 모양은 다양하고, 그 꿈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생기가 돈다.

계속 나에게도, 주변 사람들에게도 물어보며 살고 싶다. 그래서 우리가 꿈을 잃지 않고, 잊지 않고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허황되더라도 꿈을 꾸다보면, 언젠가는 현실이 되는 기적이 나타날 수도 있으니까. 많은 사람들이 꿈을 꾸었으면 좋겠다.

임정은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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