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ai@hanmail.net)
→ 님의 질문을 받아들고 친하게 지내는 방송 기자들에게 전화를 걸어봤더랬습니다. 다들 박장대소를 참지 못하더군요. 자기들도 대방역에서 생방송을 한 번씩은 해봤다는 겁니다. 한참을 웃던 S본부 J기자의 말입니다. “대방역이라면 추울 때 주로 가지. 나는 추울 때 대방역과 신촌 삼화고속 버스터미널을 자주 찾아갔다. 대방역은 여의도로 출근하는 이들이 지하철에서 내려 버스를 많이 타는 곳이어서 일단 사람이 많고, 날이 추울 때 발을 동동거리며 줄지어 버스를 기다리는 이들의 모습을 찍거나 인터뷰하기 좋잖아.”
그렇습니다. 방송에서 날씨 리포트를 할 때는 몇몇 스케치 포인트가 있답니다. 그 가운데 방송사에서 가깝고 추위에 떠는 사람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대방역은 한강변 등과 더불어 가장 대표적인 겨울 날씨 스케치 포인트라고 합니다. K본부 L기자는 J기자와 똑같은 설명에 두 가지 요인을 덧붙이더군요. “대방역은 강바람이 불어 다른 역보다 더 춥다. 그리고 사람이 많기로는 신도림역 같은 곳도 있지만, 출구가 너무 복잡하고 중계차를 대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거리 대비 화면 효과 만점인 곳이란 말이죠. SBS가 여의도에서 목동으로 사옥을 옮긴 뒤에도 대방역에서 날씨 스케치를 했다면, 이런 정도의 장점을 갖춘 포인트를 찾아내지 못해서겠죠. S본부 J기자는 “만날 갔던 곳만 가면 진부해지니까 새로운 곳을 찾아보자는 움직임이 있긴 하다. 위에서 그런 주문도 내려온다. 하지만 급하게 만들려면 별수 없는 점도 있다”고 덧붙입니다.
참고로 겨울 날씨 스케치와 관련해 M본부 J기자는 “오뎅이 최고”라고 하더군요. 대방역 출근길, 국회 앞 대로에서 사람들이 몸을 움츠리고 걸어가는 모습 등을 내보내봤지만, 시장통에서 옷깃을 여민 채 호호 불어가며 오뎅을 먹는 장면만큼 강렬하지는 않더랍니다. 그렇다면 여름 스케치 포인트는? “더위는 물놀이가 짱이죠. 그런데 너무 럭셔리한 수영장은 안 되니까, 주로 한강 둔치 수영장에 가죠.”
사실 날씨 뉴스는 실생활에 꼭 필요한 중요한 정보지만, 내용이 천편일률적으로 반복되는 경향이 강합니다. ‘사상 최대 규모 홍수 피해’ ‘100년 만의 최고 더위’ 등 ‘뉴스 같은 뉴스’도 있지만, 대부분은 날이 맑다, 흐리다, 비가 온다 등 몇몇 레퍼토리의 반복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방송 기자들은 그날그날 날씨를 어떻게 새로운 화면에 담아 보여줄지 고민이 많다고 합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독자 여러분의 질문을 받습니다. 손가락질당할까 묻기 두려웠던 4차원 질문, 아무도 질문하지 않았던 이 세상 최초의 질문, 부지런히 발로 뛰어야 답을 얻을 수 있는 질문을 han21@hani.co.kr보내주십시오. 당신의 ‘거대한 의문부호’에 느낌표를 준비하겠습니다.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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