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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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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헌법재판소 윤석열 파면 결정문 ②

등록 2025-04-05 14:49 수정 2025-04-05 14:58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2025년 4월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인용 결정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2025년 4월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인용 결정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3) 소결

결국 피청구인이 더불어민주당과 관련하여 주장하는 사정들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대표로서 헌법상 부여받은 법률안 제출권,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행사하거나, 국회가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헌법상 부여받은 탄핵소추권, 입법권, 예산안 심의․확정권을 행사하거나, 더불어민주당이 헌법상 보장된 정당의 자유를 행사한 것에 해당한다. 그로 인하여 피청구인의 국정 운영에 상당한 지장이 초래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이른바 여소야대 정국이 형성되는 경우 국회에서 다수의 지위를 점하고 있는 야당이 헌법 및 법률에 따라 국회에 부여된 정부에 대한 견제권을 최대한 행사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므로, 이를 국가긴급권의 발동이 요청되는 국가비상사태라고 볼 수는 없다. 헌법은 국회의원 및 국회에 각종 권한을 부여하고 정당의 자유를 인정하면서도 그 권한의 남용과 자유의 한계를 벗어난 행위를 통제할 수 있는 장치를 스스로 마련하고 있으므로, 피청구인은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평상시의 권력행사방법으로 대처하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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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 피청구인이 주장하는 부정선거 의혹, 이른바 ‘하이브리드전’ 상황들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전시․사변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로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였다는 피청구인의 판단을 객관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의 위기상황이 이 사건 계엄 선포 당시 존재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위와 같은 피청구인의 판단은 현저히 비합리적이거나 자의적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다) 병력 동원의 필요성 인정 여부

비상계엄은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만 선포할 수 있다(헌법 제77조 제1항). 따라서 병력의 동원이 위기상황을 수습하는 데에 적합하지 않거나 경력(警力)만으로 위기상황이 수습될 수 있는 경우에는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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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청구인이 주장하는 국회의 권한행사로 인한 국익 저해 및 국정 마비 상태는 정치적․제도적 수단을 통하여 해결하여야 할 문제이지 병력을 동원하여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헌법 역시 비상계엄이 선포된 때에도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제77조 제3항), 국회만큼은 계속하여 그 권한을 행사함을 전제로 국회에 계엄해제요구권을 부여하고 있다(제77조 제5항). 또한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부정선거 의혹은 사법절차를 통하여 해소할 수 있는 것이므로,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병력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

한편 피청구인은 이 사건 계엄이 야당의 전횡과 국정 위기상황을 국민에게 알리고 호소하기 위한 ‘경고성 계엄’, ‘호소형 계엄’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병력 투입은 여타 수단들을 모두 고려한 후 최후 수단으로 사용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피청구인은 먼저 대국민담화 등을 통해, 이로써도 부족하다면 탄핵 제도 등에 대한 헌법개정안 발의(헌법 제128조 제1항)나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에 대한 국민투표부의권 행사(헌법 제72조)를 통하여 국민의 관심을 모으고 이러한 위기상황을 알려 경고와 호소를 할 수도 있었다.

따라서 이 사건 계엄 선포 당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점에 있어서도 이 사건 계엄 선포는 비상계엄 선포의 실체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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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계엄법 제2조 제2항이 정한 목적의 인정 여부

비상계엄 선포의 목적은 군사상 필요에 따르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계엄법 제2조 제2항). 즉, 비상계엄은 중대한 위기상황이 현실적으로 발생하였을 때, 위기상황에서 비롯된 군사상 필요에 따르거나 위기상황으로 인하여 훼손된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회복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선포될 수 있다.

피청구인은 이 사건 계엄이 야당의 전횡과 국정 위기상황을 국민에게 알리고 호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즉각적인 해제를 전제로 하여 잠정적․일시적 조치로서 선포된 ‘경고성 계엄’ 또는 ‘호소형 계엄’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러한 주장만으로도 피청구인이 이 사건 계엄을 중대한 위기상황에서 비롯된 군사상 필요에 따르거나 위기상황으로 인하여 훼손된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선포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또한 뒤에서 보는 것처럼 피청구인은 이 사건 계엄을 선포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피청구인은 헌법의 근본원리를 위반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광범위하게 침해하는 이 사건 포고령을 발령하게 하였다. 피청구인은 국회의 헌법상 권한행사를 막을 의도로 국회에 경력(警力)을 투입시켜 국회 출입을 통제하였고, 병력을 투입시켜 본회의장에서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하였으며, 정당의 활동을 제약할 의도로 주요 정치인에 대한 필요시 체포할 목적의 위치 확인 지시에 관여하였다. 피청구인은 병력을 동원하여 부정선거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중앙선관위를 압수․수색할 것을 지시하였고, 필요시 체포할 목적으로 행해진 법조인에 대한 위치 확인 지시에도 관여하였다. 이에 더하여 피청구인이 계엄해제에 적어도 며칠 걸릴 것으로 예상하였는데 예상보다 빨리 끝났다고 밝힌 점, 이 사건 계엄이 경고성이라는 점을 국무회의의 구성원들이나 군인들에게 알리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피청구인이 단순히 국민에게 호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 사건 계엄을 선포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경고성 계엄’ 또는 ‘호소형 계엄’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다. 비상계엄이 선포되는 즉시 피청구인은 평상시에 허용되는 범위를 넘어서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권한을 보유하게 된다(헌법 제77조 제3항). 피청구인의 별도의 지시가 없더라도 계엄법에 따라 계엄업무를 시행하기 위하여 계엄사령부가 구성되고(제5조 제2항), 계엄사령관은 계엄지역의 모든 행정사무와 사법사무를 관장하면서 행정기관 및 사법기관을 지휘․감독하게 된다(제7조 제1항, 제8조 제1항). 중대한 위기상황을 병력으로써 극복하는 것이 비상계엄의 본질이므로, 그 선포는 단순한 경고에 그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계엄이 ‘경고성 계엄’ 또는 ‘호소형 계엄’에 불과하다는 피청구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마) 소결

이 사건 계엄 선포는 헌법 제77조 제1항 및 계엄법 제2조 제2항을 위반한 것이다.

 

(2)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요건 위반 여부

 

(가) 비상계엄 선포 절차의 헌법적 의의

헌법은 직접 계엄 선포의 절차를 구체적으로 규정하면서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국가긴급권의 행사는 권력의 집중과 평상시 권력 통제 장치의 부분적 해제를 수반하므로, 이를 남용 또는 악용하는 경우 헌법적 가치와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될 위험이 있다. 이에 헌법은 국가긴급권의 남용과 악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직접 국가긴급권의 발동 절차를 분명히 한 것이다(헌재 1994. 6. 30. 92헌가18; 헌재 1996. 2. 29. 93헌마186 참조).

피청구인은 이 사건 계엄이 야당의 전횡과 국정 위기상황을 국민에게 알리고 호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즉각적인 해제를 전제로 하여 잠정적․일시적 조치로서 선포된 ‘경고성 계엄’ 또는 ‘호소형 계엄’이고, 고도의 보안성과 긴급성을 필요로 하므로, 절차 규정을 탄력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피청구인이 이 사건 계엄에 수반하여 행한 일련의 헌법 및 법률 위반 행위들 및 비상계엄의 선포는 그 본질상 경고에 그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계엄이 단순히 ‘경고성 계엄’ 또는 ‘호소형 계엄’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입헌주의 법치국가에서 국가권력은 언제나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헌법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행사되어야 하는 점, 계엄 선포권의 남용 또는 악용이 헌법질서에 초래할 수 있는 해악이 매우 중대하고, 헌법은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직접 계엄 선포의 절차를 구체적으로 규정하면서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하도록 규정한 것인 점,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를 준수한다고 하여 보안성과 긴급성을 해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계엄 선포 절차에 관한 규정을 탄력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피청구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따라서 피청구인은 이 사건 계엄을 선포함에 있어서 헌법과 법률이 정한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를 모두 준수하였어야 할 것인데, 아래에서 보는 것처럼 피청구인은 이를 준수하지 못하였다.

 

(나) 국무회의 심의 절차 준수 여부

1) 계엄의 선포 및 계엄사령관의 임명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헌법 제89조 제5호, 계엄법 제2조 제5항, 제5조 제1항).

국무회의는 대통령․국무총리와 국무위원으로 구성되고(헌법 제88조 제2항), 대통령은 국무회의 의장으로서(헌법 제88조 제3항), 회의를 소집하고 이를 주재한다(정부조직법 제12조 제1항). 국무회의는 구성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의하는데(국무회의 규정 제6조), 이 사건 계엄 선포 당시 과반수는 11명 이상이다. 국무회의의 ‘심의’란 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이 안건에 대한 자유로운 발언과 토론을 통하여 의견을 교환하거나 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국무회의는 대통령이 정책을 결정하기에 앞서 그에 관한 다양한 관점과 이익을 반영한 논의가 이루어지도록 함으로써 정책결정에 신중을 기하고 대통령의 전제나 독선을 방지하는 것에 그 의의가 있다.

2)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피청구인이 이 사건 계엄을 선포하기 직전에 국무총리 및 9명의 국무위원에게 이 사건 계엄 선포의 취지를 간략히 설명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모든 국무위원은 국무회의의 구성원으로서 국정을 심의할 권한과 책임이 인정됨에도 불구하고(헌법 제87조 제2항),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 환경부장관 김완섭, 고용노동부장관 김문수, 국가보훈부장관 강정애는 대통령실로 들어오라는 연락을 받지 못한 점, 연락을 받은 국무위원들도 국무회의를 개최한다는 연락이 아니라 대통령실로 들어오라는 연락을 받은 점 등을 고려하면, 일부 국무위원들에게 대통령실로 들어오라고 연락한 것만으로 적법한 국무회의 소집 통지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나아가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오영주가 마지막으로 도착하고 피청구인이 이 사건 계엄을 선포하러 대접견실에서 나가기까지 걸린 시간은 5분 정도에 불과하였던 점, 개의 선포, 의안 상정, 제안 설명, 토의, 산회 선포, 회의록 작성 등 통상적인 국무회의 절차에 따라 회의가 진행되지 않은 점, 피청구인은 계엄의 필요성, 시행일시, 계엄사령관 등 이 사건 계엄의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지 않았고,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들에게 이 사건 계엄 선포에 관하여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점, 회의에서 비상계엄 선포의 실체적 요건 구비 여부 등에 관하여 실질적인 검토와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 등 당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위 참석자들 사이에 이 사건 계엄 선포에 관한 ‘심의’가 이루어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피청구인은 2024. 12. 3. 20:30경부터 순차적으로 대통령실로 들어온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들이 이 사건 계엄에 대하여 논의하였으므로 실질적인 심의 과정이 존재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방부장관 김용현, 통일부장관 김영호, 외교부장관 조태열, 법무부장관 박성재, 행정안전부장관 이상민 외의 다른 국무위원들에 대한 대통령실로 들어오라는 연락은 같은 날 21시가 넘어서야 이루어졌고, 보건복지부장관 조규홍 및 오영주는 22:17경에야 대통령실에 도착한 점, 국무회의의 의사정족수가 충족되지 못한 상황에서 일부 국무회의 구성원들이 의견을 나눈 것을 두고 국무회의의 심의로 평가할 수는 없는 점, 당시에도 피청구인이 이 사건 계엄의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거나 비상계엄 선포의 실체적 요건 구비 여부 등에 관하여 실질적인 검토와 논의가 이루어지지는 않았던 점, 미리 도착한 국무회의 구성원들의 논의 경과가 국무회의 의사정족수 충족 후에 다른 국무위원들에게 설명되었던 것도 아니고, 늦게 도착한 국무위원들은 의견 진술의 기회를 부여받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하면, 피청구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또한 피청구인은 김용현이 계엄의 종류, 계엄 일시, 계엄 지역, 계엄사령관이 적시된 비상계엄 선포문 10부를 대접견실에서 배포하였으므로 의안 상정 및 위 사항들에 대한 심의가 이루어진 것이라고도 주장하나, 김영호, 조태열, 조규홍, 오영주,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송미령, 기획재정부장관 최상목은 검찰에서 그러한 문서를 보지 못하였고 계엄사령관이 누구인지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국무총리 한덕수 역시 이 사건 제10차 변론기일에서 계엄사령관이 누구인지 몰랐으며 그에 관한 심의는 없었다고 증언한 점, 이상민은 이 사건 제7차 변론기일에서 비상계엄 선포문이 국무회의 구성원 11명이 모인 대접견실이 아닌 집무실 내 책상에 놓여있는 것을 보았다고 증언하였고, 경찰에서 당시 계엄사령관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다고 진술한 점, 박성재는 국회에서 당시 자신의 자리 앞에 놓인 비상계엄 선포문 한 장을 보았으나 모든 참석자 앞에 놓인 것은 아니었고 그 내용에 관하여 논의가 이루어진 것도 아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국정원장 조태용은 이 사건 제8차 변론기일에서 2024. 12. 3. 20:50경부터 대통령실에 있었으나 집무실이나 대접견실에서 비상계엄 선포문을 보지 못하였다고 증언한 점을 고려하면, 피청구인의 위 주장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렇다면 피청구인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치지 아니하고 이 사건 계엄을 선포하고 계엄사령관을 임명하였으므로, 헌법 제89조 제5호, 계엄법 제2조 제5항, 제5조 제1항을 위반하였다.

 

(다) 계엄 선포 절차 준수 여부

 

1) 계엄 선포는 문서의 형식으로 하여야 하며, 그 문서에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의 부서가 있어야 한다(헌법 제82조, 헌재 1996. 2. 29. 93헌마186 참조). 이는 대통령의 권한행사를 명확하게 하고 책임소재를 확실하게 하기 위하여 헌법상 요구되는 기관내부적 권력통제절차이다.

증거로 제출된 비상계엄 선포문과 한덕수, 이상민의 증언, 박성재의 국회에서의 진술을 종합하면, 이 사건 계엄 선포 당시 계엄의 종류, 계엄 일시, 계엄 지역, 계엄사령관이 적시된 비상계엄 선포문이 작성되었던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거기에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한 사실은 인정되지 아니한다. 오히려 최상목, 조태열, 오영주의 검찰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대접견실을 나가려고 하는데 어떤 직원이 문서에 참석자 서명을 하여야 한다고 하였으나 서명을 거부하였다는 사정이 엿보일 뿐이다. 이 사건 계엄 선포와 관련된 문서에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이 사건 계엄 선포를 하였으므로 헌법 제82조를 위반한 것이다.

피청구인은 극도의 보안이 요구되는 비상상황에서는 사후적으로 문서를 작성하고 결재하는 방식을 취할 수밖에 없는데, 이 사건 계엄 선포 이후 국방부가 아직 결재를 상신하지 않아 부서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므로 피청구인이 문서주의나 부서제도를 무시한 행위로 평가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청구인은 이 사건 계엄 선포 전 대통령실 대접견실에 국무회의 구성원 11명이 모여있을 때 부속실장 강○○가 비상계엄 선포문 10부를 복사하여 김용현에게 전달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보안상의 이유로 이 사건 계엄 선포 전 헌법 제82조를 준수하지 못하였다는 피청구인의 주장은 수긍하기 어렵다. 문서주의 및 부서제도가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의 책임소재를 확실하게 하고 대통령의 권력을 통제하는 절차로서 기능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 이전에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의 부서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에 더하여 피청구인은 계엄 선포권자로서 헌법 및 법률이 정한 절차가 모두 준수되는 것을 담보할 책임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피청구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할 때 그 이유, 종류, 시행일시, 시행지역 및 계엄사령관을 공고하여야 한다(계엄법 제3조). 이는 국민의 권리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계엄의 구체적인 사항을 국민에게 알리도록 함으로써 계엄 선포권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피청구인은 이 사건 계엄을 선포할 때 그 시행일시, 시행지역 및 계엄사령관을 공고하지 아니하였으므로, 계엄법 제3조 역시 위반하였다.

 

(라) 국회 통고 절차 준수 여부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한 때에는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하여야 한다(헌법 제77조 제4항, 계엄법 제4조 제1항).

피청구인은 국회에 대한 통고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은 사실이나, 이 사건 계엄 선포 후 매우 짧은 시간 내에 국회가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을 가결하여 별도로 국회에 통고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고, 제1차 대국민담화가 방송을 통하여 생중계되어 국회의원들이 이 사건 계엄 선포 사실을 실시간으로 인지한 상태였으므로, 피청구인이 국회 통고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헌법이 대통령에게 국회 통고 의무를 부여한 취지는 국회가 헌법 제77조 제5항에 따라 부여받은 계엄해제요구권을 적시에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것이므로, 대국민담화가 방송을 통하여 생중계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대통령은 국회에 공식적인 통고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아야 하고, 이 사건 계엄 선포 시각과 국회의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 가결 시각을 고려할 때 피청구인이 국회에 통고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피청구인은 헌법 제77조 제4항 및 계엄법 제4조 제1항을 위반하였다.

 

(3) 헌법에 따른 국군통수의무 등 위반 여부

 

(가)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군을 통수한다(헌법 제74조 제1항). 대통령이 국군통수권을 남용하거나 자의적으로 행사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야기하기 때문에 헌법 제74조 제1항은 대통령이 헌법과 국군조직법 등 법률이 정하는 한계 내에서 국군통수권을 행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의 국군통수권과 관련하여 헌법이 정하고 있는 한계 중 하나는 국군의 정치적 중립성이다(헌법 제5조 제2항). 우리나라는 과거 군사정변을 통해 군이 직접 정권을 수립하거나 정치권에서 군을 동원하여 정치에 영향을 미친 역사적 경험을 갖고 있다. 군인과 군무원은 공무원이고(국가공무원법 제2조 제2항 제2호), 헌법 제7조 제2항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고 있음에도 현행 헌법에서 국군의 정치적 중립성에 관한 규정을 도입하여 이를 다시 한 번 명시적으로 강조한 것은 우리의 헌정사에서 다시는 군의 정치개입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헌재 2018. 7. 26. 2016헌바139 참조).

따라서 국군이 정치에 개입하거나 특정 정당을 지원하는 등 정치적 활동을 하는 것은 물론, 정치권이 국군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시도하거나, 국군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헌법 제5조 제2항에 위반된다. 결국 대통령이 정치적 목적으로 국군통수권을 행사하여 국군을 이용하는 것은 헌법 제74조 제1항이 정한 헌법에 따른 국군통수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다.

 

(나) 계엄은 병력으로써 위기상황을 대처하기 위하여 선포하는 것이므로(헌법 제77조 제1항), 필연적으로 대통령의 국군통수권 행사를 수반한다(헌법 제74조 제1항). 비상계엄이 선포되는 경우 현역 장성급 장교 중에서 임명된 계엄사령관이 계엄사령부의 장으로서 계엄업무를 시행하게 되고(계엄법 제5조), 계엄지역의 모든 행정사무와 사법사무를 관장하면서 행정기관 및 사법기관을 지휘․감독하게 된다(계엄법 제7조 제1항, 제8조 제1항). 대통령은 전국을 계엄지역으로 하는 경우와 직접 지휘․감독을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계엄사령관을 지휘․감독하므로(계엄법 제6조 제1항), 결국 대통령은 군인에 대한 지휘․감독권의 행사를 통하여 계엄업무를 시행하는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피청구인은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야당이 다수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국회와의 대립 상황을 타개할 의도로 병력을 동원하기 위해서 이 사건 계엄을 선포하였다. 따라서 피청구인은 헌법 제5조 제2항 및 제74조 제1항을 위반하였다.

 

(4) 소결

법치국가원리, 헌법 제66조 제2항 및 제69조에 따라 헌법준수의무를 부담하는 대통령은 국민 모두에 대한 ‘법치와 준법의 상징적 존재’이다. 대통령은 헌법을 수호하고 실현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뿐만 아니라, 법을 준수하여 현행법에 반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되며, 나아가 입법자의 객관적 의사를 실현하기 위한 모든 행위를 해야 한다(헌재 2004. 5. 14. 2004헌나1 참조).

헌법은 비상계엄 선포권의 남용과 악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직접 그 실체적․절차적 요건을 구체적으로 정하면서,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비상계엄을 선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긴급조치 등 과거 국가긴급권의 행사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면서, 헌법이 국가긴급권을 인정한 취지, 국가긴급권을 발동할 수 있는 비상사태의 의미, 국가긴급권의 발동을 정당화할 수 있는 목적 등 국가긴급권 행사의 한계를 명확히 하였다(헌재 1994. 6. 30. 92헌가18; 헌재 2013. 3. 21. 2010헌바132등; 헌재 2015. 3. 26. 2014헌가5 참조). 따라서 헌법준수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대통령으로서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비상계엄 선포의 요건과 한계를 준수하여 신중하게 그 권한을 행사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헌법의 규정 또는 국가긴급권의 본질상 비상계엄 선포를 정당화할 수 없는 사정들을 들어 이 사건 계엄을 선포하였다. 피청구인은 헌법 제77조 제1항 및 계엄법 제2조 제2항이 정한 위기상황이 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볼 근거가 없었음에도 현저히 비합리적이거나 자의적인 판단으로 이 사건 계엄을 선포하였으므로 헌법 제77조 제1항과 계엄법 제2조 제2항을 위반하였다. 피청구인이 국무회의의 심의 등 헌법과 계엄법이 정한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를 준수하였다면 피청구인의 판단이 그릇되었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 사건 계엄 선포에 나아가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인데, 피청구인은 헌법 제77조 제4항, 제82조, 제89조 제5호, 계엄법 제2조 제5항, 제3조, 제4조 제1항, 제5조 제1항이 정한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 역시 위반하였다. 또한 피청구인은 국회와의 대립 상황을 타개할 의도로 이 사건 계엄을 선포하고 병력을 동원함으로써 헌법 제5조 제2항 및 제74조 제1항도 위반하였다.

 

6. 국회에 대한 군경 투입에 관한 판단

 

가. 인정 사실

 

(1) 군대를 동원한 국회 진입 및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

 

(가) 피청구인의 병력 투입 지시

피청구인은 국방부장관 김용현에게 이 사건 계엄 선포와 관련하여 국회에 군대를 투입할 것을 지시하였다.

 

(나) 육군특수전사령부 소속 군인들의 국회 진입

1) 이 사건 계엄 선포 직전 김용현은 육군특수전사령관 곽종근에게 제707특수임무단 소속 군인들을 국회로 출동시킬 것을 지시하였고, 제707특수임무단 소속 군인 97명은 헬기를 타고 국회를 향해 출동하였다. 피청구인은 2024. 12. 3. 23:40경 곽종근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로 가는 부대가 어디쯤 가고 있는지 물어보았고, 곽종근은 아직 이동 중이라고 답하였다. 제707특수임무단 소속 군인들은 국회 경내 운동장에 도착한 뒤 본관으로 이동하여 출입문을 확보하고자 하였고, 이들 중 16명은 2024. 12. 4. 00:33경 국회 본관의 우측 유리창 2개를 깨뜨리고 본관 내부로 진입하였다. 이 사건 계엄 선포 직후 출동 지시를 받았던 제1공수여단 소속 군인들 중 170여 명도 국회 경내로 진입하였다. 국회 직원, 국회의원 보좌관 등은 집기류를 쌓고 소화기를 분사하고 몸으로 막는 등으로 이들을 저지하였고, 그 과정에서 일부가 부상을 입음과 동시에 약 6,600만원 상당의 물적 피해도 발생하였다.

 

2) 이 사건 계엄 선포 직후부터 국회의장을 비롯한 국회의원들은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을 심의하기 위하여 국회 본관 내 본회의장으로 모이고 있던 중이었다. 피청구인은 2024. 12. 4. 00:30경 곽종근에게 전화로 ‘아직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다.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밖으로 끄집어내라’고 지시하였고, 곽종근은 제707특수임무단장 김현태에게 ‘150명이 넘으면 안 된다고 하는데, 들어갈 수 없겠냐’와 같이 말하는 등 위 지시를 이행할 방법을 논의하였다. 곽종근은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이 가결된 사실을 확인한 뒤 임무 중지 및 철수를 지시하였고, 김용현의 병력 추가 투입 지시로 그 무렵 국회 경내에 도착한 100여 명의 제707특수임무단 소속 군인들도 곧바로 철수하였다. 그 결과 본회의장까지 들어간 병력은 없었다.

 

3) 피청구인은 곽종근에게 전화한 사실은 있지만, 당시 상황을 확인하였을 뿐이고 국회의원을 끄집어내라는 지시는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다. 또한 위 지시에 관한 곽종근의 진술이 일관성이 없다며 신빙성이 떨어진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비상계엄 선포 직후 열린 육군특수전사령부 예하부대들과의 화상회의가 끝나고도 곽종근의 마이크가 계속 켜져 있었기 때문에 곽종근이 피청구인의 위 지시를 받고 김현태 등과 논의하는 과정에서 행한 발언들이 예하부대들로 그대로 전파되고 있었던 점, 곽종근 및 김현태는 국회 출동 시 ‘시설 확보 및 경계’ 지시를 받은 후 한동안 추가 지시가 없어 구체적인 임무를 정확히 알 수 없었다고 하는바 피청구인의 위 지시가 없었더라면 곽종근이 갑자기 김현태와 안으로 들어가 150명이 넘지 않게 할 방법을 논의할 이유가 없는 점, 의결정족수라는 용어 및 당시 본회의장 안에는 다수의 국회의원들이 존재하였고 군인은 존재하지 않았던 사실 등을 고려하면 끄집어낼 대상은 국회의원이라고 해석될 수밖에 없는 점, 곽종근은 2024. 12. 9. 검찰 조사에서부터 증인신문이 행해진 이 사건 제6차 변론기일까지 피청구인의 위 지시 내용을 일부 용어의 차이만 있을 뿐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청구인의 주장은 믿기 어렵다.

 

(다) 수도방위사령부 소속 군인들의 국회 진입

1) 이 사건 계엄 선포 직후 김용현은 수도방위사령관 이진우에게 예하부대를 국회로 출동시킬 것을 지시하였다. 이진우는 제1경비단 및 군사경찰단 소속 군인들을 출동시키면서 자신도 국회로 이동하였다. 피청구인은 이진우가 국회에 도착한 후 전화로 상황을 물어보았고 이진우가 국회 담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어 경내로 진입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답변하자, 얼마 후 재차 전화로 ‘안에 있는 사람들을 끌어내라’고 하였다.

 

2) 이진우는 2024. 12. 4. 00:40경 제1경비단장 조성현에게 ‘본관 내부로 들어가서 국회의원들을 외부로 끌어내라’는 지시를 하였고, 얼마 후에는 이미 육군특수전사령부 소속 군인들이 진입해 있으니 이들이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면 통로를 형성하는 등 외부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라고 지시하였다. 조성현은 위 임무가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하여, 국회 경내로 들어간 군인들에게는 사람들이 없는 지역에 계속 집결해 있을 것을, 국회로 이동 중이던 후속부대에게는 서강대교를 넘지 말고 기다릴 것을 각각 지시하였다. 조성현은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이 가결된 후 이진우에게 철수를 건의하였고, 이진우는 이를 승인하였다. 당시 국회로 출동한 수도방위사령부 소속 군인들은 총 210여 명이었고, 그 중 경내로 진입한 인원은 총 48명이었다.

 

3) 피청구인은 이진우에게 전화한 사실은 있지만 당시 상황을 확인한 뒤 경찰에 이야기하면 국회 담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을 뿐이고,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진우가 피청구인과 통화하는 동안 같은 차량의 앞좌석에 앉아 있던 이진우의 전속부관이 통화 내용 대부분을 들을 수 있었던 점, 이진우는 김용현으로부터 구체적인 임무 없이 국회로 가라는 지시만 받아 일단 수도방위사령부의 본래 임무인 핵심시설의 ‘외곽’을 경계하고자 하였다고 하는바 피청구인의 위 지시가 없었더라면 이진우가 갑자기 조성현에게 건물 ‘내부’로 진입하여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할 이유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청구인의 위 주장은 믿기 어렵다.

 

(2) 경찰을 동원한 국회 출입 통제

 

(가) 피청구인은 2024. 12. 3. 19:20 무렵 경찰청장 조지호, 서울특별시경찰청장 김봉식을 서울 종로구 소재 대통령 안전가옥으로 불러 오늘 밤 비상계엄을 선포할 것이라고 하면서, 군인들이 국회를 비롯한 여러 곳에 나갈 것인데 경찰이 국회 통제도 잘 해 달라고 하였다. 함께 자리하고 있던 김용현은 피청구인이 보는 가운데 조지호, 김봉식에게 A4 용지 1장으로 된 문서를 건넸는데, 해당 문서에는 군인들의 출동시각과 출동장소를 의미하는 ‘2200 국회, 2300 민주당사’ 등과 같은 기재가 있었다.

 

(나) 조지호와 김봉식은 경찰 300여 명을 국회 담장 주변에 배치하고, 2024. 12. 3. 22:48경부터 출입을 전면 차단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국회의원의 출입 통제에 대한 항의를 받게 되자, 헌법상 국회의 계엄해제요구권 등을 확인한 뒤 이 사건 계엄 선포만으로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판단하에, 같은 날 23:06경부터 국회의원, 보좌관, 국회 직원, 출입기자 등 국회 상시 출입자는 신분확인을 거쳐 출입하도록 하였다.

같은 날 23:23경 이 사건 포고령이 발령되었다. 피청구인은 그 무렵 계엄사령관 박안수에게 전화하여 조지호에게 이 사건 포고령의 내용을 알려주라고 하였고, 박안수는 전화로 이를 조지호에게 알려주었다. 피청구인도 조지호에게 직접 6차례 전화하였다. 조지호와 김봉식은 이 사건 포고령에 국회 활동 금지, 포고령 위반자 처단 등의 내용이 있음을 확인한 뒤 같은 날 23:37경부터 2024. 12. 4. 01:45경까지 약 2시간 8분가량 국회 출입을 재차 전면 차단하도록 하였다. 그 사이에 국회 투입 경력(警力)은 점차 증원되어 최종적으로 1,700여 명의 경찰이 동원되었다. 위와 같은 출입 차단으로 인하여,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을 심의하기 위해 국회로 모이고 있던 국회의장 및 국회의원들 중 일부는 담장을 넘어가야 했거나 아예 들어가지 못하였고, 국회 본회의 개의도 지연되었다.

 

(다) 피청구인은 경찰로 하여금 국회의원의 출입을 통제하도록 한 사실이 없고, 오히려 김용현에게는 출입을 막지 말라고 지시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청구인은 조지호, 김봉식을 대통령 안전가옥으로 불러 국회 통제를 잘 해 달라고 말한 점, 그 자리에서 김용현이 그림을 그려가며 어느 곳에 경력(警力)을 배치할지 설명하는 것을 보았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점, 피청구인은 박안수로 하여금 국회 활동 금지가 포함된 이 사건 포고령을 조지호에게 알려주라고 한 점, 조지호가 계엄해제요구권 등을 인지하고 국회의원의 출입은 허용했던 상황에서 재차 출입을 차단할 특별한 이유를 찾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청구인의 주장은 믿기 어렵다.

 

(3) 주요 정치인 등에 대한 위치 확인 시도

 

(가) 피청구인은 2024. 12. 3. 20:22경 국정원 1차장 홍장원에게 전화로 ‘한두 시간 후 전화할 일이 생길지 모르니 비화폰을 잘 챙기고 있으라’고 하였고, 같은 날 22:53경 다시 전화를 걸어 비상계엄 발표하는 것을 보았느냐며 이번 기회에 국정원에도 대공수사권을 줄 테니 우선 자금이든 인력이든 국군방첩사령부를 도와 지원하라는 취지로 말하였다. 김용현은 이 사건 계엄 선포 직후 국군방첩사령관 여인형에게 총 14명의 명단(이하 ‘이 사건 명단’이라 한다)을 알려주면서 ‘포고령을 위반할 우려가 있는 사람들로서, 합동수사본부가 꾸려진 뒤 위반혐의가 발견되면 체포할 수도 있으니 미리 위치 등 동정을 파악해 두라’고 지시하였다. 이 사건 명단에는 국회의장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대표 국회의원 이재명, 국민의힘 대표 한동훈, 조국혁신당 대표 국회의원 조국,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국회의원 박찬대, 전 대법원장 김명수, 전 대법관 권순일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나) 여인형은 조지호에게 이 사건 명단과 대부분 일치하는 명단을 불러주면서 위치 확인을 요청하였다. 홍장원은 같은 날 22:58경 및 23:06경 여인형에게 전화하여 자초지종을 물어보았으나, 여인형은 제대로 답변하지 않다가 홍장원이 피청구인으로부터 국군방첩사령부를 지원하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하자,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이 사건 명단과 대부분 일치하는 명단을 불러주면서 위치 확인을 요청하였다. 조지호와 홍장원은 여인형의 요청에 협조하지 않았고, 국회로 출동하였던 10개조 총 49명의 국군방첩사령부 소속 군수사관들은 국회 담장 밖에서 대기하다가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이 가결되자 모두 철수하였다. 이에 따라 이 사건 명단의 사람들에 대한 위치 확인은 실제로 행해지지 않았다.

 

(다) 피청구인은 누구에게도 이 사건 명단과 관련된 지시를 한 바 없다고 주장한다. 특히 피청구인은 홍장원과 2차례 통화한 사실은 있지만, 첫 번째 통화는 국정원장 조태용이 해외 출장 중이라고 오인하여 국정원을 잘 챙기라는 취지에서 한 것이고, 두 번째 통화는 홍장원이 피청구인의 해외순방 시 경호를 도왔던 일에 대한 격려 차원에서 전화하면서 계엄과 무관하게 간첩 수사 업무와 관련하여 국군방첩사령부를 지원하라고 한 취지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청구인이 홍장원에게 2024. 12. 3. 첫 번째 통화에서 한두 시간 후 전화할 일이 생길지 모르니 대기하라고 지시한 뒤 이 사건 계엄 선포 직후 재차 전화를 한 점, 피청구인은 여인형과 홍장원이 육군사관학교 선후배관계에 있어 특별히 홍장원에게 국군방첩사령부 지원에 관하여 언급했다고 하는 점, 피청구인은 해외 출장 중인 줄 알았던 조태용을 이 사건 계엄 선포 직전 대통령실에서 만났고 홍장원과의 두 번째 통화 직후 조태용과 통화하기도 하였는데 조태용에게는 아무런 특별한 지시가 없었다고 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피청구인은 처음부터 홍장원에게 계엄 상황에서 국군방첩사령부에 부여된 임무와 관련된 특별한 용건을 전하고자 한 것이라 봄이 상당하고, 계엄 선포 직후의 급박한 상황에서 단순한 격려 차원 또는 간첩 수사 업무와 관련된 일반적 지시를 하고자 한 것이었다는 피청구인의 주장은 믿기 어렵다.

오히려 홍장원과의 통화에서 언급을 주저하던 여인형이 피청구인의 전화를 받았다는 말을 듣고서야 상황 설명을 하면서 위치 확인을 요청한 사실, 피청구인이 국군방첩사령관 여인형, 국정원 1차장 홍장원, 경찰청장 조지호를 모두 지휘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사실 등에 비추어 볼 때, 포고령 위반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어 필요시 체포할 목적으로 이 사건 명단에 포함된 사람들의 위치를 확인하도록 한 김용현의 지시가 피청구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나. 판단

 

(1) 헌법 제77조 제5항, 대의민주주의 등 위반 여부 및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등 침해 여부

 

(가) 우리 헌법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보호를 그 최고의 가치로 하여, 이를 구현하기 위해 입법권은 국회(헌법 제40조)에,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헌법 제66조 제4항)에,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헌법 제101조 제1항)에 각각 속하게 하는 권력분립원칙을 취하고 있다(헌재 1994. 4. 28. 89헌마221 참조). 대의민주주의에서 국회는 주권자인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입법기능, 정부감독기능, 재정에 관한 기능 등을 수행하며(헌재 2003. 10. 30. 2002헌라1 참조), 이러한 국회의 기능은 주로 국민의 정치적 의사가 수렴되고 논의되는 공적인 장소인 국회 본관 내 본회의장에서 국회의원에 의한 심의․표결권 행사로 실현된다.

 

(나) 한편, 헌법 제77조 제5항은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대통령의 계엄 선포권의 남용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 부여하고 있으므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경우에도 국회의 권한을 제한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함으로써 헌법에 따른 국회의 통제권한을 유명무실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취지에서, 행정권의 부당한 탄압으로부터 국회의원의 활동을 보장하기 위하여 헌법 제44조 제1항에서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한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은, 계엄법 제13조에서 “계엄 시행 중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회기 중인지 여부 및 국회의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더욱 강화된 형태로 보장되고 있다.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군경을 투입하여 국회의장 및 국회의원들이 국회에 자유롭게 출입하는 것을 방해하는 한편 이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함으로써, 계엄해제요구권을 비롯한 국회의 권한행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게 하려고 하였다. 피청구인의 이와 같은 행위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 계엄해제요구권을 부여한 헌법 제77조 제5항을 위반한 것일 뿐만 아니라, 국회가 제 기능을 충실히 실현할 수 없도록 하는 것으로서 대의민주주의와 권력분립원칙에 정면으로 반하고,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 등 헌법상 권한 및 계엄의 상황에서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침해한 것이다.

 

(2) 정당활동의 자유 침해 여부

 

(가) 정당은 국민과 국가의 중개자로서 정치적 도관의 기능을 수행하여 국민의 다원적 의사를 형성․통합함으로써 국가정책의 결정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모의 정치적 의사를 형성하고 있다(헌재 2020. 5. 27. 2019헌라1 참조). 이에 헌법 제8조 제1항은 정당설립의 자유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바, 정당의 설립만이 보장될 뿐 그 활동이 임의로 제한될 수 있다면 정당설립의 자유는 사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므로, 위 조항은 정당활동의 자유를 포함한 정당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보장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헌재 2004. 12. 16. 2004헌마456; 헌재 2014. 1. 28. 2012헌마431등 참조).

 

(나) 당대표, 원내대표 등 정당 기관의 활동은 정당 자신의 활동이므로 당연히 헌법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정당의 활동으로 볼 수 있다(헌재 2014. 12. 19. 2013헌다1 참조). 정당 소속 국회의원은 기본적으로 국민 전체의 대표자로서의 지위를 가지지만, 정당민주주의의 발전에 따라 소속 정당의 공천을 받아 그 지원이나 배경 아래 당선되고 정치의사 형성에 있어서도 사실상 정당의 규율이나 당론 등의 영향을 받게 되어 정당의 이념을 대변하는 지위도 함께 가지게 되었는바(헌재 2014. 12. 19. 2013헌다1; 헌재 2020. 5. 27. 2019헌라1 참조), 이들의 활동 역시 일정 부분 정당의 활동이 될 수 있다.

 

(다) 김용현은 이 사건 계엄 선포 직후 포고령 위반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어 필요시 체포할 목적으로 각 정당의 대표 및 원내대표 등에 대한 위치 확인을 지시하였는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위 지시는 피청구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이는 각 정당 소속 국회의원들을 포함한 당원들에 대하여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 사람들의 활동을 제약함으로써 각 정당의 활동도 제약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진 행위로 보인다. 따라서 피청구인의 위와 같은 행위는 정당활동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다.

 

(3) 헌법에 따른 국군통수의무 등 위반 여부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피청구인은 국회의 헌법상 권한행사를 막고 정당의 활동을 제약하고자 하는 정치적 목적으로 국회에 병력을 투입하여 본회의장에서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하였고, 주요 정치인에 대한 위치 확인 지시에 관여하였다.

평소 전시와 같은 비상상황을 전제로 하여 훈련해 오던 군인들은 이 사건 계엄이 선포되고 출동 지시가 내려지자, 개인화기 등을 소지하고 국회로 출동하였다. 그러나 군인들이 맞닥뜨린 것은 적이 아니라 일반 시민이었고, 일반 시민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무력을 행사할 수 없었던 군인들은 위와 같은 지시를 이행하지 못하였다. 헌법제정권자인 국민은 우리의 헌정사에서 다시는 군의 정치개입을 반복하지 않고자 국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헌법에 명시하였으나, 국군통수권자인 피청구인이 정치적 목적으로 그 권한을 남용함으로써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여 나라를 위하여 봉사해 온 군인들이 또다시 일반 시민들과 대치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피청구인은 국군의 정치적 중립성에 반하여 국군통수권을 행사하였으므로, 헌법 제5조 제2항 및 제74조 제1항을 위반하였다.

 

(4) 피청구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가) 피청구인은 이 사건 계엄 선포 소식을 접한 국회 관계자 및 시민들이 대거 몰릴 것을 대비해, ‘질서유지’ 목적에서 국회에 병력을 투입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나) 피청구인은 그 근거로, 김용현에게 ‘계엄이 선포된 후, 간부 위주로 구성된 280명만을, 실탄을 지급하지 말고’ 투입하라고 지시하였으며,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이 가결되자마자 즉시 병력을 철수하라고 지시하였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피청구인이 주장하는 지시 내용은, 곽종근, 이진우, 여인형 어느 누구도 전달받은 사실이 없다. 오히려 이들은 이 사건 계엄 선포 며칠 전부터 대비태세를 갖출 것을 지시받았고, 이 사건 계엄 선포 전에 이미 출동 지시를 받은 부대도 있었다. 피청구인이 언급한 280명은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의 의결 직전 무렵까지 국회 경내로 진입한 육군특수전사령부 소속 군인 270여 명을 말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피청구인은 수도방위사령부 소속 군인들로 하여금 국회 경내로 진입하라고 전화하는 등 280명만의 투입을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국회로 출동한 군인들은 주로 대테러 작전수행을 본래 임무로 수행하고 있었던바, 국가중요시설로서 평상시에도 철저한 경비가 되고 있는 국회에 대하여 단순히 질서유지만을 목적으로 본래의 경비인력 및 추가된 경력(警力)을 넘어 이들 군인까지 투입시켰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또한 피청구인은 구체적인 임무를 지시하지 않음으로써 이들이 실제 비상상황을 전제로 마련된 매뉴얼대로 행동하기를 용인하였는바, 실탄 지급을 금하거나 병력을 철수한 것 모두 피청구인의 지시에 의한 것이 아니라 군인들 스스로가 상황 판단에 따라 자체적으로 결정한 것이었다.

 

(다) 오히려 피청구인은 병력 투입으로 국회의 계엄해제요구권 행사를 방해함으로써, 이 사건 계엄과 이에 따른 이 사건 포고령의 효력을 상당 기간 지속시키고자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김용현은 국회 담장 외곽은 경찰이, 국회 본관 외곽은 수도방위사령부가, 국회 본관 내부는 육군특수전사령부가 각각 맡아 통제할 계획을 세웠다. 피청구인은 병력이 국회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국회 내 다른 건물에 있던 국회의원들이 본관으로 충분히 갈 수 있었고 경찰도 담장에서 국회의원을 들여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하는바, 이는 국회에 병력이 도착한 후에는 위 계획대로 국회의원의 본관 출입을 차단하고자 하였음을 추단케 한다. 그러나 위 계획대로의 출입 차단이 실행되지 않아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의 의결이 임박해지자,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도록 본회의장에 있는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보인다.

피청구인은 계엄해제에 적어도 며칠 걸릴 것으로 예상하였는데 예상보다 빨리 끝났다고 자인하고 있으며, 김용현은 이 사건 계엄이 해제된 후 개최된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 ‘우리 군이 피청구인의 명을 받들어 임무를 수행하였으나 중과부적으로 원하는 결과가 되지 않았다’고 발언하였는데, 이를 보더라도 피청구인의 병력 투입 목적이 단순히 질서유지에 그친 것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라) 더 나아가 이 사건 계엄 선포 직후 기획재정부장관 최상목이 대통령실에서 받은 문서에는, “국회 관련 각종 보조금, 지원금 각종 임금 등 현재 운용 중인 자금 포함 완전 차단할 것, 국가비상 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할 것”이라는 내용이 있었다.

피청구인은 해당 문서의 작성 및 전달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나, 김용현은 피청구인으로부터 계엄의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관계부처들에 협조를 구하라는 지시를 받고 위 문서를 작성하였다고 하는 점, 해당 문서에는 ‘예비비를 조속한 시일내 충분히 확보하여 보고할 것’이라는 내용도 있는데 기획재정부장관이 보고를 할 대상은 대통령인 피청구인이라고 봄이 상당한 점, 외교부장관 조태열, 조지호, 김봉식도 그날 별도의 문서들을 받았는데 조태열은 이를 피청구인으로부터 받았고 조지호, 김봉식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청구인이 보는 가운데 김용현으로부터 받은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청구인의 위 주장은 믿기 어렵다.

또한 피청구인은 해당 문서의 내용을 두고, 국회를 통하여 정치적 목적으로 지급되는 금원을 차단하라거나 긴급재정경제명령을 발령하기 위한 기획재정부 산하의 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라는 의미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의미로 해석하는 것은 해당 문언들의 통상적인 용례에 상당히 벗어나는 점, 임금을 포함한 국회 관련 운용 자금을 완전히 차단하라는 내용을 국회가 아닌 다른 단체들과만 관련된 것으로는 볼 수 없는 점, 피청구인은 민생 및 경제활성화 등을 위한 정부 추진 법안이 야당의 반대로 국회에서 통과되고 있지 못한 상황을 타개하는 방법 중 하나로 긴급재정경제명령을 생각해 왔다고 하는바 긴급재정경제명령은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 한하여 할 수 있는 점(헌법 제76조 제1항) 등에 비추어 볼 때, 피청구인의 주장을 수긍하기 어렵다.

 

(마) 다른 한편, 피청구인은 질서유지 목적의 병력 투입이 국회에 대해서도 가능한 것은,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계엄사령관이 행정사무를 관장하기 때문이라거나 집회․결사에 대한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계엄법 제7조 제1항은 “비상계엄의 선포와 동시에 계엄사령관은 계엄지역의 모든 행정사무와 사법사무를 관장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조항의 근거가 되는 헌법 제77조 제3항은 비상계엄 선포 시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바, 특별한 조치의 대상이 되는 정부나 법원을 아무리 넓게 해석한다고 하더라도 여기에 국회가 포함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헌법 제77조 제5항에서 국회에 계엄해제요구권을 부여한 취지, 계엄법 제13조에서 계엄 시행 중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강화하여 보장한 취지 등에 비추어 보아도 그러하다. 따라서 국회의 사무는 계엄사령관이 관장할 수 없으며, 그 사무가 국회 내의 행정사무로서의 성격을 갖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국회법에 따르면, 회기 중 국회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국회 경내의 경호권은 국회의장에게 속하는 것이고(제143조), 국회의장이 경호를 위하여 경찰공무원의 파견을 요구하는 경우에도 회의장 건물 내의 경호업무는 국회에 소속된 경위에게 전속된다(제144조). 누구든지 국회의원이 회의에 출석하기 위하여 회의장에 출입하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되며(제148조의3), 회의장에는 국회의원, 국무총리, 국무위원 또는 정부위원, 그 밖에 의안 심의에 필요한 사람과 국회의장이 허가한 사람 외에는 출입할 수 없다(제151조). 이처럼 회기 중 국회 경내의 질서유지 업무는 어디까지나 국회의 사무이므로, 헌법 제77조 제3항에 따른 특별한 조치의 대상이 될 수 없고 계엄법 제7조 제1항에 따라 계엄사령관이 관장하는 사무라고 볼 수도 없다.

마찬가지의 취지에서, 계엄법 제9조 제1항에 따르면 계엄사령관은 비상계엄지역에서 군사상 필요할 때 집회․결사에 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으나, 회기 중 국회 경내의 질서유지를 위한다는 명목으로는 이를 행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바) 이상과 같이, ‘질서유지’ 목적에서 국회에 병력을 투입한 것이라는 피청구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5) 소결

그렇다면 피청구인은 군경을 투입하여 국회의장 및 국회의원들이 국회에 자유롭게 출입하는 것을 통제하는 한편 이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하여 계엄해제요구권을 비롯한 국회의 권한행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필요시 체포할 목적으로 행해진 각 정당 대표 등에 대한 위치 확인 지시에 관여함으로써, 헌법 제5조 제2항, 제74조 제1항, 제77조 제5항 및 대의민주주의, 권력분립원칙을 위반함과 동시에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 및 불체포특권 등 헌법상 권한을 침해하였으며 정당활동의 자유도 침해하였다.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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