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신월사(Red Crescent Society)의 상징은 초승달 모습을 본떴다고 하는데, 실제로 보니까 초승달이 아닌 하현달이더군요. 즉, 오른쪽이 아닌 왼쪽이 밝게 빛나는 형상입니다. 혹시 아랍어로는 하현달 또는 편월(조각달)을 뜻하는데 영어로 옮길 때 ‘crescent’로 잘못 옮기고, 다시 우리말로 옮길 때 ‘신월’로 그냥 옮긴 건 아닌가요? (궁금한 BtG)
‘적신월사’의 신월은 하현달 아닌가요
→ 오~, ‘궁금한 BtG’님! 고도의 지식을 유감없이 과시하시는 좋은 질문입니다. 답변도 변변해야 할 텐데….
일단 ‘신월’, 그러니까 초승달부터 얘기를 풀어보죠. 궁금하지 않으세요? 쓸쓸해 보이기만 하는 초승달이 어떻게 이슬람의 상징이 됐는지? 때는 바야흐로 서기 610년, 불혹의 나이가 된 예언자 무하마드는 메카 외곽의 히라동굴에서 장기간 명상을 거듭하고 있었습니다. 밤이었고, 사위는 조용했을 겁니다. 문득 천사 가브리엘이 나타나 신의 계시를 전합니다. “인간을 창조한 신의 이름으로 읽으라.” 첫 번째 계시는 이렇게 시작됐다네요. 이 문장은 고스란히 성서 의 모태가 됩니다. ‘쿠란’이란 낱말도 ‘읽다’는 뜻의 동사 ‘이크라’에서 파생된 명사라네요.
아무튼 히라동굴에서 예언자 무하마드가 유일신(알라)의 첫 계시를 받은 그날은 전세계 13억 인구의 삶의 지표가 되는 이슬람의 기원입니다. 이때는 이슬람력으로 아홉 번째 달이자 성스러운 달로 여기는 ‘라다만’이었고, 동굴 밖 하늘에는 초승달이 떠 있었답니다. 해서 이때부터 초승달은 이슬람을 상징하는 징표가 된 거죠. 이상은 한국중동학회 사무처장인 최진영 한국외대 교수(아랍어과)의 설명이었습니다. ‘적신월사’ 얘기로 넘어가볼까요?
“적신월사의 ‘신월’은 아랍어로 어떻게 표기하나요?” 다시 최 교수께 도움을 청했습니다. “힐랄이라고 합니다.” 그렇군요. ‘힐랄’이 ‘하현달 또는 편월’을 뜻한다면, ‘궁금한 BtG’님의 이론이 맞는 거죠? 질문 던졌습니다. “힐랄은 무슨 뜻인가요?” 답변은 이렇습니다. “초승달이란 뜻이지요.” 허걱! 일단 번역이 틀린 건 아니네요. “근데 왜 초승달이 하현달처럼 생겼나요?” 최 교수님, 잠시 망설이십니다. “그건, 잘 모르겠네요. 마침 곁에 아랍인 교수가 계시는데….”
이럴 땐 냉큼 “기다리겠습니다”라고 말해야 됩니다. 한참을 아랍어로 통하시더니, 마침내 종합편 정답을 주십니다. “적신월사의 ‘신월’은 힐랄, 즉 초승달이 맞습니다. 힐랄은 이슬람의 상징이기 때문에, 적신월사도 당연히 힐랄을 깃발에 내건 거죠. 상현·하현달 가리지 않고 힐랄이라고 하시면 된답니다.” 그러니까 ‘조각 모양’의 달이면 무조건 ‘힐랄’이란 말씀입니다.
하긴, ‘적신월’ 깃발이 등장한 것은 1876~78년 오토만제국과 러시아가 맞붙은 전쟁 때랍니다. 전장의 무슬림 병사들이 적십자의 십자 표식을 저어할까봐 급거 도입한 거죠. 전쟁 중에 상현·하현 따질 겨를이 없었을 수도 있겠네요. 이때 ‘시험 가동’한 적신월 깃발은 1929년 공식 휘장으로 인정받았고, 현재 186개 적십자 회원국 가운데 33개국이 적신월사로 등록돼 있습니다. 참 지난 2006년 6월엔 마름모꼴 문양의 ‘적수정사’(이스라엘의 적십자) 깃발이 세 번째 공식 휘장으로 인정됐죠.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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