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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병변 장애인 조상지 후보, 전동 휠체어 타고 ‘직접 정치’ 나선 이유

등록 2026-05-28 21:56 수정 2026-06-02 13:57
조상지 탈시설장애인당 서울시의원 후보(가운데)가 2026년 5월27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입구에서 구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조상지 탈시설장애인당 서울시의원 후보(가운데)가 2026년 5월27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입구에서 구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장애인도 시민으로, 서울에서 같이 살자!”

서울의 ‘핫플레이스’(인기 지역)인 종로구 익선동과 맞닿은 돈의동 쪽방촌. 2026년 5월27일 오전 10시께 탈시설장애인당의 유세 활동이 펼쳐졌다. 6·3 지방선거에 출마한 다른 후보들은 널찍한 대로변에서 수많은 유세원을 동원하지만, 조상지 후보는 전동휠체어에 몸을 실은 채 폭 1m가 채 안 되는 쪽방촌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며 구민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서울시의원 종로2선거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하기 위해선 100명의 추천인 서명이 필요했는데, 쪽방촌 주민들이 힘을 보탰기 때문이다. 중증 뇌병변 장애인인 자신을 지근거리에서 돕는 활동지원사가 “조상지와 함께 서울을 바꾸자!”라고 외치자, 조 후보 역시 왼 주먹을 들며 함께 소리쳤다. 한겨레21은 이날 쪽방촌 유세 일정에 동행한 뒤 조 후보와 서면 인터뷰를 했다.

제도권 정치에 뛰어든 계기는.

“‘예산이 없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이동권을 외치고, 탈시설 권리를 요구하며 농성하고, 노동권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결국 장애인의 삶은 늘 ‘나중에’로 밀려났다. 예산을 배정할 책임과 권한이 있는 사람,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갈 책임과 권한이 있는 사람들이 정작 그 자리에서 그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거리에서 외쳐왔던 권리를 의회 안에서도 끝까지 연결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느껴 출마했다.”

종로를 지역구로 삼게 된 이유는.

“종로는 장애인권리운동의 시간이 켜켜이 쌓인 곳이다. 마로니에공원은 탈시설운동의 포문을 연 장소이고, 혜화역 일대는 장애인 이동권 투쟁의 역사적 현장이다. 내가 수용됐던 문혜은혜요양원은 종로구청 관할 시설이었다. 종로는 권력의 주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장애인들이 거리에서 권리를 쟁취해온 장소이다. 장애인이 방치됐던 바로 그 행정의 자리에서 이제는 시설 수용이 아니라 탈시설의 권리, 배제가 아니라 시민의 권리를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의원이 돼 발의하고 싶은 1호 조례안은 무엇인가.

“탈시설 지원 조례를 복원하고 강화하겠다. 지금의 서울시의회는 다수 의석으로 탈시설 지원 조례를 폐지했고, 서울시는 이를 방치했다. 탈시설은 단지 주소를 시설 밖으로 옮기는 게 아니라 애초에 누구도 시설에 갇히지 않을 권리다. 장애인이 지역사회 안에서 살아갈 권리, 자기 이름으로 집을 구하고 관계를 맺고 이동하며 살아갈 권리를 서울시가 다시 책임져야 한다. 탈시설을 복지 정책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시민권의 문제로 다시 세우고 싶다.”

선거운동을 하며 불편함과 차별을 겪었는지.

“얼마 전 부처님오신날(5월24일)에 종로구 조계사를 찾아 선거운동을 했는데, 비장애인 선거운동원들과 경찰 펜스로 분리됐다. 경찰은 불법 집회라고 이야기했지만 명확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바로 채증을 시작했다. 아직도 장애인 여러 명이 함께 정치적 구호를 외치며 등장하는 것을 사회가 위협처럼 받아들인다고 느꼈다. 선거는 지금껏 정치에서 배제됐던 사람들이 등장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이어야 한다.”

—한겨레21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내가 출마한 것이 한 개인의 특별한 도전이 아니고, 시설에서 나온 장애인이 왜 직접 정치에 나서야 했는지를 봐주셨으면 한다. 왜 의회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지, 왜 더는 우리 삶을 남에게 맡겨둘 수 없었는지를 봐주셨으면 한다. 한겨레21이 그 질문을 함께 붙잡아줬으면 한다. 장애인을 동정이나 갈등의 대상으로만 다루는 게 아니라 이 사회의 민주주의가 어디에서 멈춰 있는지를 드러내는 정치적 주체로 만나줬으면 좋겠다. 그래야 장애인의 직접 정치가 한 번의 출마로 끝나지 않고 이어질 수 있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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