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표 그대로-선거제도 전면 개혁연대’가 2026년 9월11일 서울 중구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연 ‘정치개혁을 위한 선거제도개혁의 과제와 전망’ 발표 토론회에서 조제희 변호사(왼쪽 둘째)가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제민 선거제도개혁연대 사무국장, 조 변호사, 최광은 정치학 박사, 김찬휘 내 표 그대로 집행위원장. ‘내 표 그대로-선거제도 전면 개혁연대’ 제공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성평등가족부 장관에 지명됐다가 자진 사퇴한 일을 계기로 위성정당과 비례대표 의원제가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용 의원이 2020년과 2024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에 참여해 비례대표 의원에 당선된 뒤 편법 제명으로 기본소득당에 복당하고도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는 사실이 새삼 논란이 되면서 이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다만 시민사회 일각에선 위성정당을 방지할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면서도 비례대표 의원제는 되레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2026년 9월11일 진보정당과 시민사회단체가 모여서 만든 ‘내 표 그대로-선거제도 전면 개혁연대’는 서울 중구 민주노총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김준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총장의 ‘현시기 주요 정치개혁 쟁점과 과제’ 대중강연과 조제희 변호사, 최광은 정치학 박사, 김찬휘 내 표 그대로 집행위원장 등의 ‘정치개혁을 위한 선거제도개혁의 과제와 전망’ 발표 토론회를 열었다.
김준우 사무총장은 강연에서 “전세계 유권자들이 가장 이주하고 싶어 하는 국가인 캐나다와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스페인, 독일, 북유럽 등은 사회복지와 높은 노동권 보장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며 “이들 국가 대다수는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의석을 배분하거나 비례의석 비중이 30~50%를 넘는 비례대표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시민 계층(노동·환경·여성·청년)의 정치적 목소리가 원내에 직접 반영되는 ‘비례성 높은 의회’, 독단적 승자독식을 배제하고 타협과 연정을 통한 안정적 복지국가 모델을 구축할 수 있는 ‘연립정부와 합의정치’를 이상적 정치제도로 꼽으며 한국과 같이 “소선거구제를 통해 양당의 독점이 심화할수록 극단적 대결 정치와 불평등이 심화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승자독식 단순다수대표제를 중심으로 구축된 한국의 거대 양당은 2019년 12월 다당제 확립과 비례성 강화를 위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놓고도 앞서 설명했듯 2020년 총선과 2024년 총선에서 잇따라 헌정 사상 유례없는 위성정당을 창당하면서 제도 도입의 취지를 스스로 훼손했다. 헌법재판소도 2023년 7월20일 일부 유권자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위헌'이라며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9명 재판관 전원일치로 기각하면서 “의석 배분 조항이 무력화되지 않고 선거의 비례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이 연동을 차단시키는 거대 정당의 선거 전략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2028년 총선을 앞두고 ‘위성정당 방지법’을 도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광은 박사의 발표를 보면, 비례대표 의원이 (선거 당시 표를 받은) 당적을 이탈하면 의원직을 상실하게 하고 당적 변경을 위한 편법 제명을 금지하는 ‘당적쇼핑 금지법’, 정치자금법상 각종 보조금 배분의 ‘지급 당시’ 기준을 ‘최근에 실시된 임기만료에 의한 국회의원 선거에 참여한 정당’으로 제한해 총선 직전 지역구 국회의원을 꿔주거나 비례대표 의원을 제명하는 등의 편법을 방지하는 ‘국고보조금 제한’ 규정 신설, 지역구 후보를 내는 정당은 일정 비율 이상의 비례대표 후보자 명부를 동시에 제출하게 하는 ‘지역구와 비례대표 동시등록제’ 등이 위성정당 방지법으로 제안되고 있다.
그러나 2005년 알바니아 총선은 위성정당 방지법을 만들더라도 위성정당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알바니아는 단순다수대표제인 소선거구제로 100석,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40석을 배분하는 선거제도를 도입했는데, 양대 정당인 민주당과 사회당이 자당을 지지하는 소수정당에 표를 몰아주는 방식으로 온건하게 제도를 해킹했다. 한국의 위성정당보다 덜 노골적인 방식이었음에도, 알바니아는 이후 12개 대선거구에서 폐쇄형 정당명부로 140개 의석을 선출하는 대선거구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를 뜯어고쳤다.

김준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총장이 2026년 9월11일 서울 중구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현시기 주요 정치개혁 쟁점과 과제’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내 표 그대로-선거제도 전면 개혁연대’ 제공
특히 위성정당 방지법의 경우 헌법 제8조가 보장하는 ‘정당 설립의 자유’를 정면으로 위배할 소지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가 정당의 창당 목적을 선제적으로 의심해 등록을 금지하는 법 자체가 위헌적 발상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이날 강연자와 토론회 발표자들은 ‘개방명부형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주요한 선거제도 개혁안으로 꼽았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2년 12월 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이 제도를 택했는데, 이는 전국 17개 광역시도를 권역으로 설정하고 각 권역에 각 정당이 얻은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비례대표 선거제도다. 여기에 정당 지도부가 비례 순위를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현행 ‘폐쇄명부형’이 아니라 유권자가 지지 정당에 투표하면서 동시에 해당 정당 안에서 지지하는 특정 후보에게 표를 던져 당선자까지 최종 결정할 수 있는 ‘개방명부형’이 전제로 붙었다. 비례대표는 ‘내가 직접 뽑은 의원이 아니다’라는 편견을 애초부터 방지할 수 있는 대안인 셈이다.
박주민 의원안은 현행 지역대표 의석 253석을 이 방식으로 선출하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현행 비례대표 의석 47석은 각 정당이 권역별 선거에서 얻은 의석 비율과 전국 득표율 사이에 괴리가 발생했을 때, 다시 한번 비례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의석 비율을 조정하기 위해 각 당에 추가로 배분하는 ‘조정의석’으로 활용한다.
이렇게 도입된 비례대표제는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을까. 조제희 변호사는 발표에서 영국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의 저서 ‘대의정부론’에 있는 문장을 인용하면서 “대의민주주의는 비례대표제를 통해 구현될 수 있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밀의 주장은 이랬다.
“평등한 민주주의에서 인민의 다수파는 그 대표자들을 통해 소수파와 그 대표자들을 압도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소수파에게는 아예 대표자가 없어야 하는가? (…) 소수파의 목소리는 들리지도 않아야 하는가? (…) 진정으로 평등한 민주주의라면 모든 또는 어느 계층이 비례적이지 않은 방식이 아니라 비례적으로 대표될 것이다. 유권자의 다수파는 항상 다수의 대표를 확보할 것이지만, 소수파 역시 항상 소수의 대표를 확보할 것이다. 인간 대 인간으로 그들은 다수파와 같이 완전하게 대표된다. 그렇지 않다면 평등한 정부가 아니라 불평등과 특권의 정부, 즉 인민의 한 부분이 나머지 부분 위에 군림하는 정부, 대표에서 공정하고 동등한 몫의 영향력이 배제된 부분이 존재하는 정부로서 온전히 정의로운 정부에 반하며, 무엇보다도 평등을 근본적인 뿌리와 기초라고 표명하는 민주주의 원칙에 반하는 정부일 뿐이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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