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9월9일 오전 일본 구마모토현 구마모토시 구마모토대학에서 가시마 히로시 교수가 한겨레21과 인터뷰하며 지난 7월 지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승배 기자 photolee@hani.co.kr
6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일본 규슈의 반도체 산업이 세계 최대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제조) 기업 티에스엠시(TSMC)의 구마모토현 진출을 계기로 다시금 국내외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 기고는 규슈에서 반도체 산업이 발전한 과정과 TSMC의 진출로 발생한 영향을 조망하고, 전남광주의 반도체 클러스터 계획이 참고할 수 있는 시사점을 다룬다.
1967년 미쓰비시전기의 구마모토시 진출을 시작으로,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에 걸쳐 일본전기주식회사(NEC), 도시바, 파나소닉, 소니 등이 잇따라 규슈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했다. 도쿄·오사카 등 대도시권은 인력난을 겪는 데 비해 규슈는 저임금 노동력이 풍부했기 때문이다. 풍부한 수자원과 공항 인프라 등 교통 여건도 한몫했다. 이런 배경에서 다수의 반도체 기업이 모여든 규슈는 ‘실리콘 아일랜드’로 불리게 되었다.
반도체 기업의 진출은 규슈 지역에 크게 두 가지 효과를 가져왔다. 첫째는 관련 기업의 집적과 지역 기업의 성장이다. 초기에 지역 기업은 주로 단순한 후공정 작업을 맡았다. 그러나 대형 반도체 기업의 기술 지도와 설비 대여에 힘입어 기술력을 높였고, 자립적 기업으로 성장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1980년대 이후에는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업체도 규슈에 진출했으며, 더 나아가 기존 기업의 직원이 창업하면서 관련 기업 수가 늘어났다. 그 결과 규슈에는 반도체 디바이스의 설계, 제조, 소재, 부품, 장비 등 폭넓은 분야를 포괄하는 반도체 산업 생태계가 형성됐다. 2025년 기준으로 700개 이상의 기업이 자리 잡았다.
둘째는 양질의 고용 기회 창출이다. 반도체 기업의 진출로 취업 기회가 늘어나면서 청년층의 지역 정착이 늘어났다. 한 예로 오이타현에서는 신규 고졸자의 현외 제조업 취업률이 1965년 80.1%에서 1985년 43.0%로 감소했다. 반도체 기업은 청년층에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의 일자리가 되었고, 지역 기업의 성장과 인재 정착을 뒷받침하는 기반이 되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미국 기업의 부활과 한국·대만·중국 기업의 대두로 일본 반도체 기업의 경쟁력은 저하됐다. 규슈에서도 공장 폐쇄와 매각이 잇따랐다. 반도체 칩의 생산액은 2000년에 약 1조4천억엔을 정점으로 감소해 2010년대에는 6천억~8천억엔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리고 2020년께부터는 다시 늘어나 2025년에는 약 1조2천억엔까지 회복했지만, 그 전의 장기 침체 여파로 50대 이상과 20대 인력은 많으나 30·40대 중견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TSMC가 2021년 소니 등과 함께 구마모토현 기쿠요마치에 공장 건설을 발표했고, 합작법인 제이에이에스엠(JASM)의 제1공장이 2024년 말 양산을 개시했다. 2026년 현재 제2공장도 건설 중이다. TSMC의 구마모토 진출에는 미-중 대립, 대만해협 문제, 반도체 부족 등을 배경으로 한 공급망 분산이라는 국제적 요인에 더해, 대만 내 용수·전력·토지·인력 등 자원의 제약이 관련돼 있다. 또한 규슈는 기존에 집적된 반도체 산업에 풍부한 수자원, 전력, 토지, 인적자원 등이 더해져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는 데 적합했다.
TSMC의 진출 발표 이후 구마모토현에 진출하거나 추가 투자한 반도체 관련 기업은 244개사에 이르며, 그중 국외 기업이 110개사, 대만 기업이 93개사를 차지한다. TSMC 등 전자 디바이스 기업의 집적에 따른 구마모토현 내 경제적 파급 효과는 10년간 11조2천억엔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지역 기업의 TSMC 관련 공급망 진입은 부족하다. TSMC는 기존 공장의 제조 공정과 설비 등을 그대로 구마모토에 이식하는 ‘카피 이그잭틀리’(Copy Exactly) 방식으로 단기간에 양산을 실현했기 때문에, 일본 국내 조달률은 약 45%에 머물러 있다. 향후 현지 조달률을 향상하려면 지역 기업의 기술력 향상과 행정·금융기관의 지원이 중요하다.

2026년 9월9일 오전 일본 구마모토현 구마모토시 구마모토대학에서 가시마 히로시 교수가 한겨레21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승배 기자 photolee@hani.co.kr
전남광주의 반도체 클러스터는 이런 규슈의 경험에서 두 가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첫째는 공급망 구축이다. 전남광주에 진출하는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는 한국 국내 기업이며, 양사의 주요 거점인 서울 대도시권에서 전남광주까지는 차로 이동하면 3시간 정도 소요된다. 이 점이 대만에서 국경을 넘어 구마모토에 진출한 TSMC의 경우와 다르다. 따라서 전남광주 클러스터는 완전히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할 필요가 없으며, 한국 내의 기존 공급망을 활용하면서 근접 배치가 필요한 기능이나 기업을 가까운 곳에 모으는 것을 골자로 해야 한다.
둘째는 인재의 확보와 육성이다. 신공장을 구축하려면 기존 거점의 기술자를 전환 배치하는 등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족과 함께 생활하기 편한 환경, 특히 교육 환경의 정비가 중요하다.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지역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규슈에서는 반도체 공장의 설립이 양질의 고용을 창출했고, 청년층의 지역 정착과 관련 기업의 성장을 촉진했다. 전남광주의 반도체 산업 클러스터를 장기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그저 공장을 유치하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지역의 인재 육성과 고용 창출을 함께 촉진해야 한다.
가시마 히로시 일본 구마모토대학 교수(경제지리학)·번역 김찬현 통번역가(유데모니아 대표)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트럼프 “이란이 LA·샌디에이고 파괴하게 두라” 유세 발언 파장

30명 식사 준비·설거지에 월 29만원…경로당 급식도우미 적정 보상 시급
![대상자 10명 중 8명 몰라…“국가검진 폐기능 검사 가능” [건강한겨레] 대상자 10명 중 8명 몰라…“국가검진 폐기능 검사 가능” [건강한겨레]](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1002/53_17909042557486_3817909042453036.jpg)
대상자 10명 중 8명 몰라…“국가검진 폐기능 검사 가능” [건강한겨레]

1인 가구 확산 속…무연고 사망도 ‘보통의 죽음’으로 향하고 있다

“평생소원이 애 아빠” 47살 김종민, 결혼 1년 만에 2세 소식
![‘탱크데이’와 ‘암살자(들)’…우리에게 어떤 자유가 필요한가 [신진욱의 시선] ‘탱크데이’와 ‘암살자(들)’…우리에게 어떤 자유가 필요한가 [신진욱의 시선]](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1007/53_17913238569478_20261007500045.jpg)
‘탱크데이’와 ‘암살자(들)’…우리에게 어떤 자유가 필요한가 [신진욱의 시선]

무연고 사망 47%는 가난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단독] “실실 웃으며 양손 더 꽉 묶어…병원 창틈 ‘SOS 쪽지’ 날렸지만” [단독] “실실 웃으며 양손 더 꽉 묶어…병원 창틈 ‘SOS 쪽지’ 날렸지만”](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1006/53_17912677329734_20261006502475.jpg)
[단독] “실실 웃으며 양손 더 꽉 묶어…병원 창틈 ‘SOS 쪽지’ 날렸지만”

끼어든 이진숙 “조용히 하세요! 당신이나!”…‘5·18 모욕한 자’ 듣더니 발끈
![[단독] 구미 극장서 ‘암살자(들)’ 상영 중단…보수단체 집회 영향 미쳤나 [단독] 구미 극장서 ‘암살자(들)’ 상영 중단…보수단체 집회 영향 미쳤나](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1006/53_17912839176947_20261006503719.jpg)
[단독] 구미 극장서 ‘암살자(들)’ 상영 중단…보수단체 집회 영향 미쳤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