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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실세’ 유병호 마구잡이 보직 박탈·PC 수거까지

감사원 운영쇄신 태스크포스(TF) 발표·직권남용으로 고발
등록 2025-11-28 08:18 수정 2025-11-28 16:38
2022년 10월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

2022년 10월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


윤석열 정부 감사원의 ‘진짜 원장’으로 불리던 유병호 전 사무총장(현 감사위원)의 각종 전횡이 감사원 자체 조사로 드러났다.

2025년 11월26일 감사원 운영쇄신 태스크포스(TF)가 낸 보도자료를 보면, 유 전 총장은 자신이 찍은 과장급 5명에 대해 감찰담당관에게 비위 사실을 제시하지 않은 채 컴퓨터 수거와 조사를, 인사과장에게는 대기발령 등 인사 조처를 지시했다. 감찰 및 인사 부서 직원들은 법령에 안 맞다고 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가운데 ㄱ씨에 대해선 ‘감사 자료를 삭제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감사원장에게 허위 보고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후 5개월간 조사에서 자료 삭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또 자기 지시를 잘 따르지 않는다고 생각한 직원들에게는 경고성 메시지를 담은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인사 발령으로 보직을 박탈했다. 마음에 드는 직원에 대해선, 이미 직무 성적 평가가 완료된 뒤였지만 등급 상향 지시로 보답했다. 감사원은 유 전 총장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했다.

TF는 이 밖에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 과정에서 군 첩보 정보(SI)가 유출된 사실을 확인해, 유 전 총장과 최재해 전 감사원장 등 7명을 군사기밀누설 혐의로 고발했다.

유 전 총장은 입장문을 내어 “TF 고발은 명백하게 위법 부당한 행위로 무고·명예훼손·직권남용 등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 전 총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두 직급 승진(2급→차관)하며 실세로 떠올랐다. 평소 감사를 ‘사냥’으로, 감사 대상을 직급에 따라 ‘송사리·상어·고래’ 등에 빗대온, 자칭 ‘고래사냥꾼’이기도 하다. 11월11일 최재해 전 원장 퇴임식 때 ‘세상은 요지경’ 노래를 틀고 “영혼 없는 것들”이라고 소리 지르는 등 기행도 일삼았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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