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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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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vs 김문수 ‘언급 없음’ vs 이준석 ‘리뷰중재위원회 설치 의무화’…민생 회복 공약 비교해보니

대증요법-구조개혁 사이 너른 스펙트럼
등록 2025-05-23 15:53 수정 2025-05-27 07:47
2025년 5월1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참여연대와 소상공인들이 ‘민생위기 성토대회’를 하고 있다. 류우종기자 wjryu@hani.co.kr

2025년 5월1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참여연대와 소상공인들이 ‘민생위기 성토대회’를 하고 있다. 류우종기자 wjryu@hani.co.kr


“우리는 자영업자이기 전에 가장이고, 누군가의 부모고, 생계를 책임지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플랫폼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는 단지 숫자로만 존재합니다. 광고비 내고, 수수료 내고, 앱에 종속돼 일하지만 그 어떤 권리도 없습니다.” 공정한 플랫폼을 위한 사장협회 김준형 공동의장이 말했다.

2025년 5월1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자영업자들이 모인 ‘민생위기 성토대회’가 열렸다. 6·3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생존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소상공인들이 대선 후보들에게 민생위기 해결책을 요구하며 모인 대회다.

대출 연장·배달 지원금 정책, 노 땡큐!

‘자영업자 100만 폐업 시대’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소상공인 부채 부담 경감’을 중점으로 한 공약들을 전면에 내걸고 있다. 이 후보는 ‘코로나 정책 자금 대출 관련 채무 조정 및 탕감’을, 김 후보는 위기의 소상공인 ‘생계 방패 특별 융자’를 공약했다. 양당은 이렇게 대출 상환을 유예해주거나, 대출을 더 내주거나, 저리로 갈아탈 수 있게 해주는 등 지원책들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소상공인연합회가 2025년 4월 전국 소상공인 10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과제 1위로 ‘긴급 소상공인 지원금 지급’이, 2위로 ‘소상공인 금융(채무조정, 희망통장) 지원 강화’가 꼽혔다.

그러나 한겨레21이 강원·충청·호남·영남 등에서 만난 소상공인들은 부채 부담 경감 중심의 대책이 “감사하고 좋은 일이지만 솔직히 일시적 도움일 뿐이다” “대출 연장이니 배달 지원금이니 하는 정책은 안 반갑다” 등의 의견을 내놨다. 이들은 내수 침체 해결과 더불어 구조 개혁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빅테크(거대 기술) 플랫폼 규제, 유통·소비 패턴 변화 대응, 지역 소멸 및 골목상권 붕괴 대책, 고령 자영업자 문제 등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해달라는 요구였다.

“배달앱 총수수료 상한제 공약의 구체적 수치와 수수료에 포함되는 영역을 설명해달라.”

2025년 5월22일 참여연대에서 열린 ‘21대 대선 캠프 초청 플랫폼 이용자 집담회’에서 공정한 플랫폼을 위한 사장협회는 민주당에 물었다. 앞서 이재명 후보가 “배달 플랫폼의 과도한 수수료 부과와 불공정 행위가 이어지며 비전형 노동자들과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늘고 있다”며 “플랫폼 중개 수수료율 차별을 금지하고, 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하는 등 법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구체적 내용을 물은 것이다. 이날 집담회에 참석한 민주당 강준현 정책본부 정무정책조정본부장과 김남근 직능본부 부본부장은 이와 관련한 구체적 수치를 언급하진 않았다. 다만 광고비, 전가된 배달비, 포장수수료, 프로모션 참여비 등 배달 플랫폼 실질 수수료가 20~30%에 달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과 관련해 ‘영세상인은 공공배달앱 수준의 수수료를 부담하는 방향으로 추진 예정'이란 취지로 답했다.

2025년 5월8일 한때 ‘충북의 명동’으로 불렸던 청주시 성안길의 한 복합쇼핑몰 안이 텅 비어 있다.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2025년 5월8일 한때 ‘충북의 명동’으로 불렸던 청주시 성안길의 한 복합쇼핑몰 안이 텅 비어 있다.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공공앱 수준 수수료’ ― ‘수수료율 5% 상한’

민주당은 배달의민족·쿠팡이츠 등 거대 배달 플랫폼이 광고·쿠폰·수수료·노출순위 등 관련 정책을 일방적으로 변경해 입점 소상공인들에게 부담을 전가한다는 판단 아래 온라인 플랫폼 공정거래법 입법을 위해 노력해왔음을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진성준 정책본부장은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일단 을들의 단체교섭권”이라며 “온라인 플랫폼과 가입자 사이에 불평등 계약이 많은데 개별적으로 흩어져 있어 플랫폼을 상대로 한 교섭력이 별로 없다. (거대 배달 플랫폼을 협상에 불러내는 것이) 제도화돼 있지 않아 늘 개별적으로 교섭을 중재하는 식으로 해왔는데 이제는 그런 교섭권 자체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중앙선대위 민생살리기본부는 5월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문수 후보를 향해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대한 견해를 밝히라”고 촉구했다. 김 후보는 10대 공약 또는 기자회견·연설 등에서 배달 플랫폼을 특정해 언급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간 국민의힘은 ‘온라인 플랫폼의 불공정 행위를 단속하겠다’면서도 ‘기업 자율성 강화’를 강조해왔다.

한편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 캠프는 ‘배달앱 중개수수료율 5% 상한제 도입’이란 구체적 수치를 제시했다. ‘과도한 수수료 인상 제한 및 수수료 변경 과정 투명성 의무화’ ‘쿠팡방지법을 통해 자사 우대, 끼워팔기 등 전형적 시장 지배적 행위 금지’ ‘연 매출 100억원 이상의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거나 불공정 거래를 하지 못하게 단체 구성 및 협상권 보장’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악성 별점 테러를 막기 위한 배달 플랫폼 리뷰중재위원회 설치 의무화, 플랫폼 가입자 수 500만 명 이상 플랫폼 대상 ‘소상공인권리보호센터 도입 의무화’ 등의 공약만 냈다.

 

‘20조원 추경 편성’ ― ‘최저임금 지역 차등’

코로나19 이후 온라인쇼핑이 급성장하는 등 소비 패턴이 변화했고, 인구 감소로 인한 지역 소멸 위기,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골목상권은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이에 자영업자들은 대선 후보들에게 경제 활성화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우선 민주당은 국채 발행을 통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공약했다. 이재명 후보는 5월21일 인천 계양역 광장 유세에서 “국가 부채(국채)를 발행해서라도 내수 진작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본부장도 5월12일 국회에서 열린 ‘10대 정책공약 기자간담회’에서 2025년 하반기 추경 편성과 관련해 “통과된 약 13조원 규모의 추경을 가지고는 최소한의 경기 방어도 안 된다”며 “20조원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준석 후보는 이런 방향을 “돈풀기식 괴짜 경제학”이라며 “고물가 저수요 상황에서 무조건 돈을 풀면 자영업자는 재료비, 임대료 부담만 늘어난다”고 비판했다. 이런 비판을 두고 이재명 후보에게 경제 정책을 조언하는 것으로 알려진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경제가 깊은 불황일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정부가 땅에 구멍들을 파는 정책을 편다. 혹은 병 안에 돈을 집어넣은 뒤 폐광에 묻고 쓰레기로 덮은 후 민간기업들이 이 돈을 다시 꺼내도록 하는 정책을 쓴다. 이런 극단적인 예를 통해 케인스는 이런 비현실적이고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정책이라도, 확장적 재정정책이 총수요 부족에 따른 경제침체의 경우에는 경기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을 웅변적으로 표현했다”고 반박했다.

이준석 후보가 공약한 ‘지역 현실에 맞는 최저임금 자율조정 공약’도 논란이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물가와 주거비를 고려해 최저임금을 기준 임금의 ±30% 범위 안에서 결정하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권영국 후보는 이에 대해 “일본이 지역 차등임금제를 도입했다가 지역 인구가 더 유출되고 지방 경제가 피폐했다. 공약을 철회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지역의 최저임금이 서울·수도권보다 낮아지면 높은 임금을 선호하는 노동자들은 지금보다 더욱더 서울·수도권으로 몰리게 된다는 우려다.

이 밖에 김문수 후보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좋은 일자리를 위한 규제 판갈이’ ‘건설업 부문 지원책 마련’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 후보는 경기지사 시절 120만 평 규모의 평택 반도체 공장 유치 경험을 살려 규제 완화, 세제 정비, 투자 활성화 등을 추진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강조한다. 이재명 후보가 지역사랑상품권과 온누리상품권 발행 규모 확대를 공약한 가운데 김 후보도 온누리상품권 발행 규모 확대를 공약했다.

2025년 5월2일 강원도 철원군 동송전통시장에서 한 대선 후보의 방문을 기다리는 상인들. 연합뉴스

2025년 5월2일 강원도 철원군 동송전통시장에서 한 대선 후보의 방문을 기다리는 상인들. 연합뉴스


고령 자영업자 대책 제각각, 누가 더 낫나

대선 후보들의 노인 일자리 및 빈곤 대책 공약도 함께 살펴야 할 ‘소상공인 정책’ 중 하나다. 한국은 내수시장 규모에 견줘 자영업자 수가 지나치게 많아 자영업 과잉 경쟁이 일어나고 수익성 악화, 폐업 등 악순환이 반복된다. 특히 5월1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보고서 ‘늘어나는 고령 자영업자, 그 이유와 대응 방안’을 보면,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의 비중은 2000년 27.8%에서 2025년 19.8%까지 꾸준히 줄었는데 60대 이상 고령 자영업자는 오히려 빠르게 늘고 있다. 눈여겨볼 대목은 이들의 영업 성과다. 60대 자영업자 가운데 35%는 연간 영업이익이 1천만원에도 미치지 못했고, 영업이익 대비 부채비율은 140%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은퇴 후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한 고령층이 생계를 위해 자영업으로 내몰리면서, 개인의 생계 불안뿐 아니라 거시경제 차원의 위험 요인으로도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후보는 정년 연장을, 김문수 후보는 연금 감액제도 폐지를, 이준석 후보는 주택연금 확대를, 권영국 후보는 기초연금 상향과 고령자 일자리 확대를 앞세우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현행 60살 정년을 점진적으로 65살까지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는 은퇴 후 수입이 끊기는 시기를 “생계의 절벽”이라 표현하며, “준비되지 않은 퇴직이 빈곤으로 이어지는 현실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문수 후보의 연금 감액제도 폐지는 노령연금 수급자가 일하며 소득이 생기면 연금이 깎이는 현 제도를 없애겠다는 방안이다. 김 후보는 저소득 노인을 대상으로 한 기초연금을 현재 월 34만원(단독가구 기준)에서 최대 40만원까지 상향 지급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준석 후보는 고령층의 주요 자산인 부동산을 활용한 ‘내집연금 플러스’ 제도를 내놨다. 주택연금 가입 기준인 공시가 12억원 상한을 1주택자에 한해 폐지하고, 다주택자의 경우 20억원까지 허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요양시설이나 실버타운 등으로 이사할 경우에도 연금 수령이 가능하도록 주택연금의 거주 요건도 완화할 방침이다.

권영국 후보는 기초연금을 월 34만원에서 월 70만원까지 인상하고, 노인 최저소득 보장을 통해 빈곤 완화를 꾀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공공부문과 협동조합 형태의 은퇴자 일자리를 확충해 고령층이 다시 일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는 점도 내세웠다.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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