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1강다약 구도, 끝까지 갈까

미리 보는 제21대 조기 대선 구도…민주당 지지율 오르고 ‘극우 노선’ 탄 국민의힘 ‘혼돈’
등록 2025-04-05 12:20 수정 2025-04-05 16:26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25년 4월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선고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25년 4월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선고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의 만장일치 대통령 윤석열 파면 결정과 함께 조기 대통령 선거 국면이 시작됐다. 계엄의 밤 이후 123일 동안 광장에 나와 대통령 파면을 염원했던 시민들의 기쁨도 잠시, 곧바로 ‘탄핵 그 뒤’의 현실 정치를 고민해야 하는 시간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종식, 민주 헌정 수호 세력과 내란 세력의 싸움’으로 규정했고, 진보 정당들도 연대체를 꾸려 후보를 낼 예정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25년4월4일 헌법재판소 선고 직후 “위대한 국민들이 위대한 민주공화국을 되찾았다”며 “저 자신을 포함한 정치권 모두가 깊이 성찰하고 책임 통감해 더이상 헌정 파괴의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치가 국민의 희망이 되도록 최선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 궐위시 60일 이내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헌법 제68조에 따라, 차기 대선은 5월 말 또는 6월 초 치러질 전망이다. 현재로선 4월4일로부터 60일째 되는 날인 6월3일(화요일)이 유력하다. 2017년 3월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됐을 때도, 선고 60일째 되는 날인 5월9일(화요일) 대선을 치렀다.

광고

 

대통령 선거 ‘6월3일’ 유력

조기 대선 관리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맡는다. 한 권한대행은 공직선거법 제35조에 따라 늦어도 조기 대선일 50일 전(4월14일)에 선거일을 공고해야 한다. 2017년엔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탄핵 인용 5일 뒤인 3월15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선거일을 공고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곧바로 대선 예비후보자 등록을 받는다. 조기 대선이 6월3일 열린다고 가정하면, 사전투표 기간은 5월29~30일이 된다. 각 당은 5월11일까지(선거일 23일 전) 후보를 선관위에 등록해야 한다. 시장·도지사 등 대선에 출마할 공직자들은 5월4일(선거일 30일 전)까지 사퇴해야 한다. 공식 선거운동은 5월12일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여권에서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이들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이다.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대표 외엔 김동연 경기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영록 전남지사, 전재수 의원, 김두관 전 의원 등이 거론된다. 그 외 개혁신당 대선후보인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고, 조국혁신당도 독자 후보 선출을 준비 중이다.

광고

여야는 토론회, 당원 투표, 국민여론조사 등 절차를 거쳐 대선 최종 후보를 결정한다. 당내 경선은 2주 안팎으로 압축적으로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017년 대선 때는 3주가량에 걸쳐 경선이 진행됐다. 당시엔 박 전 대통령이 이미 임기 말(탄핵당하지 않았다면 2018년 2월24일까지)이었기 때문에, 민주당·정의당은 탄핵소추가 인용되기 전 당내 경선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상태였다.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은 파면 이후 1~2주 안에 당내 경선 예비후보 등록을 마감했다. 이번에도 각 당 당내 경선 주자들의 예비후보 등록이 빠르게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경선 룰은 ‘당심 50%, 민심 50%’를 반영하는 형태로 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선 준비 기간이 짧은 만큼 경선 룰을 변경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선거인단 비율을 변경하려면 전국위원회를 소집해야 하는데 일정이 빠듯하다”며 “후보들 간 유불리를 다투는 등 논란도 생길 수 있어 현행 국민의힘 대선 경선 룰인 ‘당원 투표 50%, 국민여론조사 50%’로 진행될 확률이 높다”고 전망했다. 민주당 관계자 역시 “비명계와 조국혁신당에서 한때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목소리가 나오던 때가 있었으나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2심 무죄 선고 뒤 더는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경선과 관련해 새 규칙을 논의하고 정돈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권리당원 50%, 일반 국민 50%’로 경선 선거인단을 구성하는 쪽에 힘이 실리고 있단 뜻이다.

 

진보정당 ‘연대회의’ 꾸려 공동 대선 대응

다만 조국혁신당이 애초 3월9일까지 민주당·진보당·사회민주당·기본소득당 등에 ‘원샷 오픈프라이머리’(여러 당이 한 번에 공동 경선으로 대선 후보를 확정하는 방식) 참여 여부를 결정해달라고 요구했다가, 3월8일 윤석열 대통령 석방과 함께 논의가 멈춰 섰던 만큼 조기 대선 일정 확정과 함께 경선 룰을 둘러싼 논의도 한차례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 5당이 연대한 ‘내란 종식 민주 헌정 수호 새로운 대한민국 원탁회의’가 작동할지, 민주당 내에서 김부겸 전 총리, 김동연 경기지사,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비명계’가 얼마나 목소리를 낼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광고

한편 진보 정치계에서는 가칭 ‘조기대선 연대회의’(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노동·정치·사람 등)가 꾸려져 공동 대선 대응에 나선다. 과거 정치권은 의석이 민심을 그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지만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을 창당해 그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당시 이에 반발했던 정당, 양당 외 독자적인 진보정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진영이 주로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대선 구도는 현재까지 이재명 민주당 대표 중심의 ‘1강다약’ 구도다. 3월28일 발표된 한국갤럽 3월 4주차 정례조사에서 정권이 교체돼야 한다는 응답은 53%였다. 정권이 유지돼야 한다는 응답은 34%로, 19%포인트 차이가 난다.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에서도 이 대표는 34%의 응답을 얻어 1위를 차지했다. 그 외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8%,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5%, 오세훈 서울시장 3%, 홍준표 대구시장 3%,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2%,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1% 등이다.( 전국 18살 이상 1천 명 대상, 전화면접 조사,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무죄 판결’이 나온 3월26일 뒤 나온 이 여론조사에서 눈여겨볼 점은, 정당 지지도가 민주당 41%, 국민의힘 33%로 크게 벌어진 현상이다. 한국갤럽이 3월21일 발표한 조사까지만 해도 여야 지지도가 접전 양상을 보였다. 정권 교체 여론이 51%, 정권 유지 여론이 39%긴 했으나,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격차가 4%포인트(민주당 40%, 국민의힘 36%)에 불과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당시 자유한국당 지지도가 폭락했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이재명 2심 무죄 뒤 감지되는 변화

윤희웅 오피니언즈 대표는 “자동응답(ARS) 방식의 조사이긴 했지만, 이재명 대표 2심 무죄 이후 이 대표 지지율이 50%에 육박(49.5%,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3월26~28일 시행한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하는 흐름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대선 주자 개인의 지지율이 상승했을 뿐만 아니라 여야 간 격차가 벌어졌는데, 이는 정권 교체에 대해 적극적 의견을 표출하지 않던 (소극적) 유권자가 이 대표의 ‘무죄 판결’ 이후 야권 입장에 동조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해석했다. 윤 대표는 “민주당이 최근 꾸준히 보여온 중도·실용 노선도 직접적 영향을 끼쳤다고 보긴 힘들지만 영향은 줬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 역시 “여론조사 흐름으로 보면 이재명 대표가 9부 능선을 넘어 9.5부 능선을 넘은 상태에서 대선 경쟁이 시작된 것으로 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민주당 당내 경선에선 말할 것도 없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유권자에게 엄청나게 큰 감동을 안길 수 있는 행보를 보여주지 않는 이상 지금의 판세를 뒤집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비상계엄’이라는 극단적인 상황 뒤에도 국민의힘 지지율이 폭락하진 않은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로 군인들이 총기로 무장한 채 국회로 진입하는 장면, 경찰이 국회 문을 봉쇄해 입법부를 무력화한 위헌적 장면이 나왔음에도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빠르게 30%대로 회복됐다. 동아시아연구원 워킹페이퍼 ‘2016년과 2024년,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을까?’를 쓴 유성진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교수(선거와 정당 연구)는 “과거에 있던 제3정당(정의당)이란 선택지가 사실상 없어지고, 지금은 그때보다 더한 양당 대치 구도가 되면서 유권자에게 두 가지 옵션밖에 없어 국민의힘 지지율이 빠르게 회복된 상황”이라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중도 성향 유권자들이 (최종적으론) 선거에 참여를 안 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완벽하게 해소된 건 아니라는 점도 민주당이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2021년 9월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이 시작된 뒤 이 대표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가 이뤄지면서 2심 무죄 판결이 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외에도 4건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위증교사 사건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나머지 3건은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2025년 4월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헌재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인용이 발표되자 입장을 밝히기 위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2025년 4월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헌재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인용이 발표되자 입장을 밝히기 위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 주자들 ‘한 자릿수’ 지지율 

여권에선 김문수 장관을 제외하곤 대선 주자들이 한 자릿수대 지지율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선 전략을 놓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계엄을 옹호하고 탄핵에 반대하는 극우 세력을 지지 기반으로 하는 김 장관은 당내에서도 확장성이 적다고 평가받지만, 중도층이 민주당으로 기운 상황에선 당내 강경파의 목소리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이 공식적으론 ‘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한다고 하지만 ‘친한계’(친한동훈계) 의원들이 여전히 당원들의 ‘문자 폭탄’에 시달리는 상황을 보면 ‘극우 정체성’에 치우친 경로 변경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윤석열이 김기현·나경원·윤상현·조정훈 등 의원들과 12·3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한 책 ‘87체제를 넘어 새로운 대한민국’의 출간 계획을 알린 것도 이 같은 분위기를 방증한다.

여권 대선주자 중에선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이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등으로 고발되어 검찰의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 수사를 받고 있다. 명씨의 변호사인 남상권 변호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한동훈 전 대표를 한 방에 날릴 내용도 쥐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대선 과정에서 수사 내용이 새어나오거나 새로운 의혹이 제기될 경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광고

4월3일부터 한겨레 로그인만 지원됩니다 기존에 작성하신 소셜 댓글 삭제 및 계정 관련 궁금한 점이 있다면, 라이브리로 연락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