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024년 1월23일 충남 서천 화재현장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 검사 인생의 화양연화(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는 문재인 정권 초반기의 수사들이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법무부 장관이던 2023년 2월 국회에서 한 말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뇌물수수,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거래’ 등 특권층의 권력형 비리 사건들이 한 위원장의 ‘아름다운 시간’을 장식했습니다. 언론은 앞다퉈 ‘정의로운 검사’ ‘수사통’ ‘천재검사’ 등의 호칭을 선사했습니다.
함께 수사하고 지휘했던 사람이 윤석열 대통령입니다. ‘정의로운 검사’가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됐습니다. ‘아무리 힘센 권력자도 제대로 죗값을 치른다’는 평범하고 당연한 사회정의는 실현되고 있을까요.
2024년 1월26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재판거래’ 사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그런데 한 위원장 태도가 수상합니다. “대법원의 수사 의뢰로 시작된 사건”이라며 발을 빼려 합니다. 윤 대통령은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습니다. 따르는 후배 검사들이 2, 3심에서 이 사건 공소유지에 악착같이 달려들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입니다.
삼성으로부터 89억원 뇌물을 받아 챙기고, 차명 보유 회사 ㈜다스의 회삿돈 252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17년형이 확정(2020년 10월)된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22년 12월 대통령 특별사면을 받았습니다. 벌금 미납액 82억원도 깎아줬습니다.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사익추구 수단으로 남용해 헌법 가치를 훼손했다. 삼성 현안을 직접 해결해주는 등 ‘국민대표’임을 ‘스스로’ 포기했다.”
2020년 1월8일 항소심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3년형을 구형하면서 검찰이 한 말입니다. 그러니 결과적으로는 검사들이 ‘국민대표’로 검찰권을 행사해 어마어마한 범죄자를 잡아 가뒀다가 ‘스스로’ 풀어준 겁니다. 이렇게 권한을 멋대로 행사했는데, 권한을 잠시 맡긴 국민은 충분한 설명이라도 들었을까요. 윤 대통령은 2022년 6월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에서 “(전직 대통령이) 이십 몇 년을 수감 생활을 하게 하는 건 안 맞지 않습니까”라고 했습니다. ‘천재검사’들만 이해하는 특별한 사고·논리 체계가 있는 걸까요. 보통 머리론 잘 이해되지 않습니다.

한겨레21 제1502호 표지이미지.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대장동 특검 도입에 대해 “특검을 왜 거부합니까. 죄지었으니까 거부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2024년 1월 국회가 통과시킨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는 명품백 수수를 두고 “아내가 박절하지 못한 탓”(2월7일)이라고 했습니다. 자가당착입니다.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던 이명박·양승태 사건 수사·기소로 무엇이 남았을까요. ‘권력자는 일반인과 다르다’ ‘검사는 힘이 엄청 세다’ ‘문재인 정부 초기는 윤석열·한동훈의 화양연화였다’는 씁쓸한 교훈 말고는 더 떠오르는 게 없습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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