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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어떤 보수 될까… “자유 막히면 엄청나게 답답”

끊임없이 떠드는 이준석, 총선판에서 눈여겨봐야 할 이유
등록 2023-11-24 22:38 수정 2023-12-01 14:46
2023년 11월2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유튜브 MBC뉴스 갈무리

2023년 11월2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유튜브 MBC뉴스 갈무리

“저는 요즘 마음대로 떠들고 다니는 자유를 느끼고 있습니다. 자유라는 게 때론 방종으로 느껴질 때도, 공기처럼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게 막혔을 땐 공기처럼 엄청나게 답답함을 느끼게 하는 요소일 수 있습니다. 우리 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치권 전반이 말할 수 있는 자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자유, 그걸 이루기 위해 여러 수단의 자유가 보장된 정치 환경이었으면 좋겠습니다.”

2023년 11월2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출판기념회를 찾아 이렇게 말했다. 이날 그는 아침 라디오, 오전 언론 인터뷰, 오후 유튜브 라이브방송, 출판기념회 축사 등 쉼 없는 일정을 소화했다. 이 전 대표의 표현대로 그는 총선을 앞두고 끊임없이 ‘떠들고’ 있다. 말이 많은 만큼 논란과 비난도 많다. 윤석열 대통령을 연상시키며 “진짜 환자는 서울에 있다”고 말해 ‘싸가지 없다’는 보수 유권자의 비난을 한 몸에 받는가 하면, ‘페미니즘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여론 악화 유도’ 등의 비판은 늘 따라붙는다. 그럼에도 유권자가 총선판을 흔드는 ‘이슈메이커’인 그를 알아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이 전 대표에 대해 짚어봐야 할 내용을 정리했다.

① 젊은 남성 대변자? 페미니즘·장애 혐오?

이 전 대표는 ‘보수 성향의 젊은 남성 유권자’를 대변한다. 그의 신당 창당 초읽기 작업인 ‘온라인 연락망 구축’에 5만여 명(11월22일 기준)이 참여한 가운데, 이 전 대표는 참여자 성비가 “크게 일반 성비와 차이 나는 비율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 전 대표가 젊은 남성 기반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서 큰 지지를 받는 점, 바른미래당 시절 하태경 의원과 함께 ‘워마드와의 전면전’을 내세우며 정치적 자산을 얻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교육봉사 단체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 대표, 미국 하버드대학 출신,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으로 이름을 알릴 때만 해도 유승민 전 의원과 유사한 ‘개혁 보수’로서의 이미지가 강했다면, ‘젠더 이슈는 공정 문제’라며 젊은 남성층의 국민의힘 지지세를 확대한 이후엔 ‘페미니스트 혐오’ ‘젠더 갈라치기’ 등의 꼬리표가 따라다니게 됐다.

특히 근래에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언쟁을 벌이며 ‘여성 혐오’에 이어 ‘장애 혐오’란 비판도 받았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는 2023년 펴낸 책 <이준석의 거부할 수 없는 미래>(21세기북스 펴냄)에서 “집단의 가치를 부정하고 인종, 성별 등 사람의 특성을 토대로 증오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이 혐오 발언의 구성 요건”이라며 자신을 향한 ‘혐오론’에 적극 반박한다. 또 “공교롭게도 배달로봇은 휠체어 장애인이 바퀴를 이용해 어느 곳에나 편하게 접근하기 가능한지 여부와 정확하게 일치”한다며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장애인·노인 등이 사회생활에서 겪는 물리적 장벽을 제거하는 것)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조기에 시작해야 한다”고 산업적 관점에서도 장애인 이동권이 확보돼야 함을 설득한다. 그러나 이 전 대표가 바라든 바라지 않든 간에, 여러 사회적 논쟁 속 그의 발언은 온라인상 ‘페미니즘·장애인 조롱 표현’을 확산하는 데 기여해왔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2023년 11월20일 한겨레신문사 5층 스튜디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박승화 선임기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2023년 11월20일 한겨레신문사 5층 스튜디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박승화 선임기자

② ‘앙팡 테리블’, 이유 없는 반항 혹은 이유 없는 열광

이 전 대표는 젊은 남성을 대변할 뿐 아니라 그 자신도 여전히 젊다. 기성세대를 불편하게 한다. 화법도 불편하지만, 국회의원 배지 한 번 달아본 적 없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전당대회를 치러 당대표에 오른, 정치문법 파괴도 불편하다. 그의 공정 담론에서는 ‘여의도 정치섬’ 기성세대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는 “공정의 첫 번째 형식적 구성 요건은 꿈꿀 수 있는가”라며 현대사회가 형식적으론 누구나 정치인을 꿈꿀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엔 높은 장벽이 존재한다는 점을 꼬집어왔다. 당대표 시절, 정치인을 상대로 한 ‘공직후보자 기초자격평가’(PPAT), 대변인 오디션 선발 등 변화를 도입해 반발에 부딪혔다. ‘말 잘하는 사람, 시험 잘 치는 사람이 정치를 잘하란 법 있냐’는 비판, ‘기성 정치권에 균열을 내는 시도’란 평가를 동시에 받았다.

정치평론가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이 전 대표에겐 ‘앙팡 테리블’(무서운 젊은이) 이미지가 있다. 기성세대에 ‘이유 없는 반항’이란 인식을 준다”며 전통적 보수 유권자 사이에서 반감을 산다는 점을 지적했다. 배 소장은 “최근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빅데이터를 보면 ‘밉다’가 나온다. 보수 지지층 사이에서 논리적·이성적 작동이 아니라, 감정적 작동이 일어나고 있다. (정치에서) 형식과 과정을 어떻게 하느냐도 문제인데, 대통령을 향해 환자임을 암시한다든지 그런 것이 불편한 감정을 야기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전 대표 인물 자체에 대한 연관어와 달리, ‘이준석 신당’에는 긍정적 데이터가 나온다는 점도 지적했다. 배 소장은 “너는 왜 겸손할 줄 모르냐, 너는 그렇게 괜찮으냐는 인식이 있으면서도, 정치권에 변화의 바람을 주겠다는 시도 자체는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금 이 전 대표에게 ‘젊음’의 이미지는 ‘혹’인 동시에 ‘이점’이다. 이 전 대표는 “대통령은 어차피 정치할 날이 3년 남은 것”(<한겨레21> 인터뷰)이라고 말했다. 정치판에서 젊음이 자신의 자산임을 잘 알고 있다.

③ ‘큰 놈’ 패기? 논쟁으로 컸다

언론의 생리를 이용하는 이 전 대표는 비판을 두려워하지 않는 ‘큰 놈’ 패기로 이슈를 만들어왔다. 같은 국회의원이라도 암묵적으로 ‘초선이냐 3선이냐’ 등으로 급을 나눌 정도로 서열화된 여의도 문법에 개의치 않고, 당내 중진·지도부 심지어 대통령을 향해서도 거친 비판을 쏟아낸다. 2023년 11월20일에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슈퍼 빅텐트 구상’과 관련해, “당내 비주류 인사와도 화합하지 못해서 몽둥이찜질하고 내쫓은 다음에 어디다 빅텐트를 펼치겠다는 것이냐. 나경원과도 안철수와도 유승민과도 이준석과도 화합 못하는 사람이 어디 가서 빅텐트를 친다는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을 겨냥해선 “지성이 의심된다”고 하는가 하면,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에게 영어로 말한 것이 ‘인종차별’이란 논란에 휩싸이자 “그렇게 따지면 윤석열 대통령은 아프리카 혐오”라고 대응했다. 윤 대통령이 과거에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나 하는 것”이라고 말한 일을 비꼰 것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새누리당 혁신위원장 시절인 2014년 7월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회의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새누리당 혁신위원장 시절인 2014년 7월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회의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

④ 어쨌든 보수의 세대교체 주역

이 전 대표는 보수·진보 양 진영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이 전 대표에게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 ‘윤석열 대통령과 당에 대한 공개 비난’ 등을 사유로 1년6개월 당원권 정지 징계를 내린 바 있다. 윤 대통령과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과의 권력 다툼 과정에서 부당한 방식으로 ‘이준석 축출’이 이뤄졌다는 평가가 있지만, 이 이슈로 전통적 보수 지지층 사이에서 이 전 대표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아졌다. 젠더 이슈로 논쟁을 만들어온 이 전 대표에 대한 진보 진영의 비판적 시각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럼에도 유권자가 이 전 대표에 대해 알아야 하는 까닭은 뭘까. 여전히 이만한 인지도와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젊은 정치인이 여의도에 없기 때문일까. 정치평론가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정치판에서 이준석의 의미에 대해 ‘보수의 세대교체’라고 평가했다. 박 대표는 “보수라는 게 이제까지는 ‘안보 보수’ ‘시장 보수’였다. 유승민 전 의원 정도가 ‘사회적 보수’를 시도했지만 꺾였다. 그런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민청’ 이야기로 다문화국가 어젠다를 꺼낸 것처럼, 이 전 대표는 전통 보수가 제기하지 않았던 사회적 어젠다를 꺼내고 있다. 새로운 논쟁을 야기하는 새로운 보수의 등장”이라고 설명했다.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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