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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는 어느 나라 우파인가요?

등록 2023-09-15 21:24 수정 2023-09-17 22:26
1922년 극동민족대회에 참가한 홍범도 장군(왼쪽)과 최진동 장군. 두 장군은 1920년 봉오동 전투 승리의 주역이었다. 공유 사진.

1922년 극동민족대회에 참가한 홍범도 장군(왼쪽)과 최진동 장군. 두 장군은 1920년 봉오동 전투 승리의 주역이었다. 공유 사진.

2023년 8월27일 이종찬 광복회장이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퇴진을 권고한 공개서한을 발표했습니다. 이 회장의 주장은 명확하고 틀림이 없습니다. 육군사관학교 충무관 앞에 흉상이 세워진 홍범도, 이회영, 김좌진, 지청천, 이범석 등 다섯 분은 일신의 영달이 아니라 나라를 찾기 위해 생명을 걸고 독립전쟁을 했다는 것입니다. 반면 이종섭 장관 같은 사람들이 높이는 백선엽 장군은 일신의 출세와 영달을 위해 일제에 충성하는 길도 마다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 사태를 일으킨 신원식 의원(국방부 장관 내정자)이나 이종섭 장관 같은 이 정부 사람들의 생각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흉상이 세워진 다섯 분 가운데 소련 공산당원이었던 홍범도 장군뿐 아니라 이회영 선생, 김좌진·지청천·이범석 장군의 흉상도 육사 충무관 앞에서 철거할 예정입니다. 육사의 상징적 공간인 충무관 앞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이분들이 아니라면 과연 누가 육사 충무관 앞에 어울릴까요?

한국 우파에는 다른 나라 우파에서 찾아보기 힘든 점이 있습니다. 통상 다른 나라 우파는 자기 나라와 민족을 높이고 다른 나라와 민족을 낮춥니다. 그런데 한국 우파는 미국과 일본을 높이고 한국을 낮춥니다. 예를 들어 윤석열 대통령은 일제 때 강제동원된 한국인 피해자들의 뜻을 무시하고 일본 정부의 뜻에 맞춰 강제동원 문제를 처리해버렸습니다. 또 윤석열 정부는 일제의 조선 강점이나 항일 무장투쟁, 후쿠시마 핵 발전소 오염수 방류, 독도 영유권, 동해 표기 등의 문제와 관련해 일본 정부에 동조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과연 이들은 어느 나라 우파인가요?

현재 대한민국에는 일제강점기와 관련해 합의된 생각이 있습니다. 일제에 맞서 독립운동했으면 잘한 일이고, 일제에 협력해 독립을 방해했으면 잘못했다는 것입니다. 또 북한이나 6·25전쟁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북한과 맞서 싸웠으면 잘한 일이고, 대한민국을 무너뜨리기 위해 북한과 협력했으면 잘못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이 두 합의는 대한민국 정부가 애국자에게 훈장을 주는 대원칙이기도 합니다. 이 원칙에 따르면, 흉상이 세워진 다섯 분은 명백한 애국자고, 백선엽 장군은 절반은 반역자, 절반은 애국자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계속 흠집 내는 홍범도 장군은 누구보다 훌륭한 독립운동을 했고, 북한에 협력한 일이 없습니다. 부디 우파 윤석열 정부가 이 사회의 합의된 생각을 존중해주길 바랍니다. 그래야 한국 사회가 불필요한 논란으로 시간과 역량을 허비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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