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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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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급한 원희룡, 성격이 팔자인가

버럭 하는 장관이라니… 대통령과 가까워졌을진 모르나 대권에선 멀어져
등록 2023-07-14 16:27 수정 2023-07-15 10:31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023년 7월6일 국민의힘 국토교통위원회 실무 당정협의회에 참여한 모습. 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023년 7월6일 국민의힘 국토교통위원회 실무 당정협의회에 참여한 모습. 연합뉴스

수산시장 수조물을 떠먹은 김영선 국민의힘 의원은 무려 5선 중진이라는 사실이 보태지면서 사람들을 더 어리둥절하게 했다. 대체 뉘신지…. ‘0선’급의 5선이라니 어찌 이리 존재감이 없었나 싶지만 20년 전 그는, 남자들 정확히는 할배들이 득세하던 한나라당에서 몹시 드문 여성 재선 의원에 나름 개혁소장파에 가까운 이였다. 당시 그는 그 당에서 살아남는 노하우를 이렇게 말했다. “귀신이 되어야 한다.”

별별 ‘드런 꼴’을 다 견뎌야 한다는 소리였으리라. 그는 15, 16, 17, 18대 국회 내리 배지를 달았다가 10년의 공백을 거쳐 2022년 6월 경남 창원시 의창구 보궐선거로 국회에 재입성했다. 혹시 그때 그 말은 오래오래, 귀신이 되어서도 정치하겠다는 뜻이었나? 귀신처럼 눈에 안 띄고 배지만 달겠다는 소리였나? 이번 수조물 퍼포먼스의 목적이, 보는 사람들이 구역질하건 말건 2024년 총선 공천을 앞두고 ‘단 한 분’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따르는 걸 보니, 새삼 궁금하다. 그는 대체 왜 정치를 하는지.

원래 ‘그런’ 사람이 정치를 하는 걸까, 정치를 하다보면 누구든 ‘그렇게’ 되는 걸까. 국회의원을 하는 이유는 다음번에 또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서라는 말이 있다. 당선이 곧 자아실현이다. 지기 싫어서, 혹은 저번에 졌으니까, 이번에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승부처럼 집착한다. 본말이 전도된다.

3년 전 이 지면에 “원희룡 최대의 적은 원희룡”이라고 썼다. 틈만 나면 서울에 머물며 모든 발언이 유세나 웅변에 가까워진 제주도지사 원희룡을 염려한 글이었다. 대권 레이스에 나 홀로 일찍 뛰어들었던 그는 그즈음 눈썹 문신까지 하며 이미지 변신을 꾀했으나, 지나치게 사나워 보이는데다 연일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거친 말을 내놓는 바람에 ‘관상이 과학’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이번에 국토교통부 장관 원희룡이 서울~양평 고속도로를 백지화하겠다고 대뜸 발표하며 날파리 선동이니 당 간판 걸고 붙자느니 다음 정부에서 하라느니 화내는 모습에서 기시감이 든다. 2007년 새해 벽두 느닷없이 전두환에게 세배하러 간 소장파 의원 원희룡도, 2011년 총선 불출마 배수진을 쳤던 당권주자 원희룡도, 뜻을 이루기는커녕 욕은 욕대로 먹고 손해만 봤다. 정체성을 잃었고 국회의원 배지를 떼야 했다. 대권, 당권을 향한 조바심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어떤 조바심일까. 만약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게 조금이라도 누가 될까 ‘급발진’해 온몸으로 막아선 것이라면 어리석다. 충정보다는 은폐로 보이기 때문이다. 예비타당성조사까지 마친 본노선이 있는데 김 여사 일가가 소유한 땅 쪽으로 바뀐 노선이 등장하니, 의혹 제기는 당연하다. 언제, 왜, 어떤 절차로 바뀌었는지 차분히 밝히면 될 일이다. 그의 말대로 ‘대안 노선’이라면 더욱 그렇다. 버럭 화내며 엎을 게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풀어가도록 노력하는 게 장관의 책무다. 정치적 결단은 장관의 몫이 아니다.

이번 기회에 민주당과 싸우는 윤석열 정권의 대표 선수가 되고 싶었나. 그렇게 차기 대권에 다가서고 싶었나. 그렇다면 더욱 나쁜 수다. 양평군민을 볼모로 잡고 민주당을 향해 ‘사과하거나 입 닥치라’ 협박하는 모습은 ‘자해공갈’에 가깝다. 자기 수 틀린다고 십수 년간 진행한 국책사업을 손바닥 뒤집듯 없던 일로 하겠다는 이를 누가 지도자감으로 신뢰하겠나. 과연 ‘성격이 팔자’인가. 그는 이번 일로 대통령 부부와는 가까워졌을지 모르나 대권에서는 멀어졌다.

김소희 칼럼니스트

*정치의 품격: ‘격조 높은’ 정치·정치인 관찰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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