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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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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적 공존

등록 2022-09-22 19:01 수정 2022-09-23 00:2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2년 9월5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2년 9월5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공동취재사진

“지금부터 전쟁이다. 처절히 싸우겠다. 오직 할 수 있다는 신념이다. 비록 지더라도 후회는 없어야 한다. 처절히 하리라.”(1985년 5월20일 일기)

“요즘 뭐 전쟁 아닙니까. 전쟁. 우리는 사실 전쟁할 생각이 없는데. (중략) 총 맞고 고문당하고 탄압을 당해서 모든 것을 잃어버린 (대한민국 현대사의) 수많은 사람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 것 가지고 힘들다고 하면 되겠냐. 너무 걱정하지 마십쇼.”(2022년 9월15일 전북 타운홀 미팅)

1985년 그리고 37년 뒤인 2022년 “지금이 전쟁”이라고 강조한 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1985년 당시 가난한 법대생이던 이 대표는 사법시험 2차를 앞두고 스스로의 상황을 “전쟁”이라 칭하고 “처절히 싸우겠다”고 일기장에 다짐했다. 그리고 2022년 국회 169석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당대표가 돼서는 자신을 향한 검찰과 경찰의 동시다발적인 수사에 대해 “전쟁”이라고 정의했다.

야당 대표의 상황 인식은 정치권뿐만 아니라 국정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친다. 당장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에 대해 특검을 하자고 주장한다. 윤 대통령과 여당인 국민의힘 역시 이재명 대표가 제안한 단독회담을 수용하지 않는 등 대화에 물꼬를 틀 생각이 없다. 검찰이 야당 대표를 전방위로 수사하는 것도 이례적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를 두고 “적대적 공존 관계”라고 정의했다. 여야 지도부 모두 국정 비전을 제시하기보다 내부 단속을 위해 ‘전쟁’을 끌어들였다는 평가다.

이번 표지이야기는 이재명 대표가 “전쟁”이라고 한 검찰·경찰의 수사와 이런 상황에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간 민주당의 대응을 살폈다. 한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에 진로는 없고 ‘처럼회’만 있다”고 개탄했다. ‘처럼회’는 더불어민주당 초선 모임으로 강성 지지층의 요구를 대변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선봉에 선 바 있다.

이른바 ‘정치 보복 수사’가 우리나라에서 반복되는 이유도 분석했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정치학)는 “상대방을 죽여야 내가 산다는 생각에서 나왔다. 독재·군사 정권 때는 불법적으로 총칼로 했는데, 민주화 이후엔 법과 검찰이라는 칼로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민주당 새로고침위원회가 낸 보고서 내용도 전한다. 유권자의 분화에 대응해 민주당이 담대한 정치를 해야 한다는 제언을 담았지만, 민주당뿐 아니라 국민의힘과 정의당 등 정치권 모두가 귀 기울여볼 만한 내용이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1430호 표지이야기

꼬리 잡아 몸통 흔들던 이재명, 꼬리 잡힐까

http://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2573.html

‘적폐수사’라는 적폐의 쳇바퀴

http://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2565.html

이대로라면 민주당은 계속 진다

http://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258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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