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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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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당 바깥 연결고리 소외된 목소리

공조 논의하는 제3지대 대선 후보들
정략적 이합집산 넘어 소외된 시민 목소리 모으는 정책 공조 필요
등록 2021-11-26 18:35 수정 2021-11-28 03:35
2021년 11월19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앞에서 대선전환추진위원회 회원들이 양당 체제 종식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1년 11월19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앞에서 대선전환추진위원회 회원들이 양당 체제 종식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제3지대’ 공조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을까. 대선 출마를 선언한 심상정 정의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 셋이 함께 모이려 움직이고 있다. 심상정과 안철수 후보 캠프 실무진은 만날 날짜를 조율했고, 김동연 후보도 “빠른 시일 안에 모이자”고 밝혔다. 세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은 미미하나 합하면 10% 안팎에 이른다. 대선 경쟁이 박빙일 경우 거대 양당 후보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치다.

‘책임연정’ 둘러싼 세 후보 온도차

이러한 움직임은 2021년 11월22일 심상정 후보한테서 시작됐다. 심 후보는 페이스북에 ‘다양한 시민의 요구가 정치의 중심으로 들어오는 다당제 책임연정이 실현되면 어느 정당도 지금 모습 그대로 유지될 수 없을 것’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조건 없이 만나 양당체제 종식을 위한 연대를 포함해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썼다. 이틀 뒤인 11월24일 안철수 후보가 화답했다. 그는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국민의 행복과 국가의 이익을 위한 정책이라면 공조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페이스북에 밝혔다. 김동연 후보는 11월23일 기자들과 만나 “일대일 만남이 아니라 셋이서 가급적 빠른 시간 내 회동하자”고 말했다.

다만 후보들 사이에 주도권을 둘러싼 온도차가 느껴졌다. 심상정 캠프의 정호진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2024년 총선에서 다당제하에 책임연정을 펼쳐나가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후보들은 ‘책임연정’에 미온적이다. 안철수 캠프의 장지훈 공보팀장은 “(안 후보가 제안한 ‘대장동-고발 사주 의혹’에 대한) 쌍특검에서 공조하고 더 나아가 양당체제 종식을 위한 정책 공조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동연 캠프의 최병현 공보팀장은 “다당제 책임연정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보다는 공조할 수 있는 정책공약부터 최대한 빨리 논의하려 한다”고 말했다.

제3지대 공조는 성공할 수 있을까. 문제는 제3지대 지지율이 정체 상태라는 점이다. 정당 지지도에서 최근 6개월간 정의당 지지율은 3∼5%에 갇혀 있고 국민의당 역시 2∼4%였다. 더구나 심상정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이재명(더불어민주당)·윤석열(국민의힘) 후보와 비슷할 정도로 비호감도가 높다. 윤석열(56%), 이재명(63%)에 견줘 심상정(60%), 안철수(68%)의 비호감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난다.1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지지층은 각각 75%, 73%가 ‘해당 후보를 계속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반면, 심상정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지지층은 각각 22%, 21%만 ‘계속 지지하겠다’고 응답했다.2

‘묻지마 3지대론’ 비판 목소리

진보 진영과의 연대보다 안철수·김동연 후보에게 먼저 손을 내민 심상정 후보에 대해 ‘정략적인 이합집산’이라는 비판과 공세도 이어지고 있다. “안철수나 김동연 후보는 노동을 중심에 세운다는 말은 한 줄도 없다. 진보 진영도 연합정치를 하기 어려운데, 안-김 세력까지 함께 가기는 쉽지 않다. 일부 스타 정치인이 진보정치를 끌고 오면서 오히려 (진보정치의) 연대·연합을 어렵게 해왔다.” ‘노동자·민중 경선 조합원 서명운동 추진본부’의 상임공동본부장을 맡은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의 말이다. 김재연 진보당 후보도 논평을 내어 “원칙 없는 ‘묻지마 3지대’론이다. 안철수는 노조 혐오를 드러낸 인물이고, 김동연은 ‘공무원 철밥통을 깬다’는 선동적 주장을 해 공무원 노조로부터 강력한 비판을 받은 인물”이라고 밝혔다.

제3지대 공조가 정치 야합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려면 거대 양당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시민의 목소리를 모은 정책 공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신지예 대선전환추진위원회 대변인은 “거대 양당에 부정당했던 소수자의 목소리를 모은다면 판이 커질 수 있다”며 “풀뿌리에서 만들어진 정책을 세 캠프가 논의하고 협상하는 과정을 공개하면 된다. 이때 다당제 책임연정은 단순히 나눠먹기가 아니라 정치 안에서 새로운 협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의당과 국민의당 평당원, 계약직 노동자, 취업준비생 등이 모여 11월3일 띄운 대선전환추진위원회는 ‘강요된 양자택일 말고 새로운 선택지를 만들자’고 주장한다.

“지지 후보 바꿀 수도”, 2030세대에 집중

청년의 목소리를 모으려는 움직임도 있다. 청년유니온·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등 청년단체들이 속한 ‘2022 대선청년네트워크’를 발족한 진형익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는 “유일하게 청년 목소리를 듣겠다는 국면은 선거뿐인데 실질적인 청년 정책을 말하는 후보자가 많이 없다”며 “수도권 4년제 대학을 나온 청년을 넘어 고졸 청년이나 플랫폼노동에 종사하는 청년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청년 정책의 방향을 담아 캠프 후보자들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지하는 대선 후보를 바꾸겠다’는 유권자는 주로 2030세대에 집중돼 있다. ‘지지 후보를 바꿀 수도 있다’고 응답한 만 18∼29살은 37.8%, 30대는 25.6%이다. 지지 후보를 바꾸겠다는 응답이 10%대에 불과한 40~60대와는 다른 흐름이다.3

제3지대 또는 거대 양당 외곽에서 새로운 움직임이 만들어지고, 정치에서 소외됐던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정책 공조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대선까지는 100여 일이 남았다.

이정규 기자 jk@hani.co.kr

참고 문헌
1. 한국갤럽 ‘데일리 오피니언’ 2021년 11월 3주(전국 만 18살 이상 1천 명, 2021년 11월16∼18일, 휴대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집전화 RDD 15% 포함),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2.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한국리서치 ‘전국지표조사’ 2021년 11월 4주(전국 만 18살 이상 1004명, 2021년 11월22∼24일, 무선전화면접 100%,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3.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정례조사’ 2021년 11월 3주(전국 만 18살 이상 1007명, 2021년 11월19∼20일, 무선 자동응답(ARS) 조사 100%,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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