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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SWOT-시원시원한 ‘독불보수’

국민의힘 대선주자 홍준표 의원 SWOT 분석
등록 2021-09-25 00:11 수정 2021-09-25 10:45
일러스트레이션 권범철

일러스트레이션 권범철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무야홍’(무조건 야권후보는 홍준표) 바람을 일으키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홍 의원이 일으킨 바람은 범야권 대선 경선 구도를 ‘윤석열 1강’에서 ‘윤석열-홍준표 2강’ 구도로 바꿔버렸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막말과 강성 보수 이미지로 저평가되던 때와는 사뭇 달라진 상황이다.

강점(Strength) 경험 풍부한 실용주의자

홍 의원은 ‘개인기’가 뛰어난 정치인이다. 2017년 제19대 대통령선거에서 그는 자유한국당 간판을 달고 나와 24.04% 득표율로 2위를 차지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자유한국당이 궤멸에 가까운 상태에 놓였던 것을 고려하면 놀라운 회복력이다. 성한용 <한겨레> 선임기자는 “대선을 경험한 홍 의원의 풍부한 식견은 대선 국면에서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용주의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2005년 원정 출산, 병역 기피를 목적으로 한 이중국적 취득을 막는 내용의 국적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이명박 정부 시절 토지는 임대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분양 방식으로 ‘반값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정책도 내놨다. 최근에는 부동산시장 안정책으로 ‘일정 기간 1가구 2주택까지 소유 제한’을 제안하기도 했다. 보수정당에서는 보기 힘든 정책들이다. 성 선임기자는 “정책을 이념적 차원에서 고르지 않는 자세는 좋은 면모”라고 평가했다.

어떤 물음도 피하지 않으면서 핵심을 콕 찌르는 화법은 그의 매력이다.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은 “정치인의 솔직한 화법은 대중에게 깊은 유대감을 느끼게 한다”며 홍 의원에게 고정 지지층이 형성된 이유라고 분석했다.

단점(Weakness) ‘독단 행보’와 막말 논란

하지만 자수성가한 사람들 특유의 ‘독단적 기질’은 위험할 때가 많다. 시원시원한 화법으로 팬덤은 형성됐지만, 그와 동시에 항상 ‘막말 논란’이 꼬리표로 붙었다. “이대 계집애들을 싫어한다”(2011년 대학생 타운미팅 중), “민주당 1등 하는 후보는 자기 대장이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 아니냐”(2017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향해) 등 듣는 이가 모욕에 가깝다고 느낄 정도의 사례가 숱하게 많다.

경남도지사 시절에 보여준 독단적인 모습은 그가 의원 시절에 쌓아온 실용주의자 면모를 갉아먹으면서 중도 확장성이라는 측면에서 걸림돌이 됐다. 2013년 경남도립 진주의료원을 적자를 이유로 폐업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공공의료 공백을 낳았다는 비판이 쏟아졌는데도 홍 의원은 “강성 노조 탓” “개가 짖는 소리” 등 거친 언행으로 받아치면서 독단적 행보를 이어갔다. 더욱이 그는 2017년 대선 구도에서 강경 보수의 포지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이로써 보수층은 결집했지만 “구정치인의 낡은 이미지”(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는 강화됐다.

‘홍준표의 사람들’이 없는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윤한홍·장제원 의원 등 홍 의원과 가까웠던 의원들이 윤석열 캠프로 이동했다. 앞으로 어떤 사람들과 함께할 것인지 보여주지 않는다면, 대통령이 됐을 때 어떻게 국정 운영을 하고 정책 방향을 잡아나갈지 예측이 어렵다.

기회(Opportunity) 정권교체론과 ‘검찰 고발 사주’ 의혹

야권 대선주자들에게 무엇보다 유리한 조건은 정권교체론에 대한 강한 지지다. 코로나19 장기화, 부동산시장 불안과 민생경제 실패 등 실정이 부각될수록 홍 의원에게도 단연 유리하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집요하고도 순발력 있는 공세는 다른 야권 경쟁자들을 따돌리고도 남는다.

‘검찰 고발 사주’ 의혹 수사의 피의자로 입건된 윤석열 전 검창총장에 대한 수사 결과와 윤 전 총장에 대한 여야의 검증 공세가 홍 의원에게는 기회로 돌아올 수 있다. 홍 의원은 9월5일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윤 전 총장을 향해 “대국민 사과를 하라”며 공세의 고삐를 죄고 있다.

위협(Threat) 윤석열 지지율 반등 가능성

정권교체론에 대한 강한 지지는 야권 대선주자들에겐 반가운 일이지만, 정권교체 가능성이 클수록 보수 성향 유권자가 ‘될 만한 인물’에게 표를 몰아주는 전략적 선택을 할 명분도 늘어난다. 전통적 보수층이 자신과 이념 성향이 비슷한 홍 의원이 아니라, 적폐 청산의 집행자였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정권 심판에 상징적 인물로 받아들이며 지지하는 것이다. 자신을 보수정당의 계승자라고 여기는 홍 의원에겐 불리한 구도다. ‘검찰 고발 사주 의혹’ 수사에서 ‘윤 전 총장의 문제’가 드러나지 않으면 ‘메가톤급’ 위기를 극복한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더욱 상승할 수 있다는 점도 위협 요소다. 야권 대선 후보 대상 여론조사에서 홍 의원이 윤 전 총장을 위협하고 있지만, 여야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선 여전히 윤 전 총장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양강 구도를 이루며 견고한 지지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한겨레>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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