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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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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세대 정치② 박주민 “새로운 상상, 과감한 소통으로”

서울시장 출마 고민하는 1973년생 박주민에게 ‘86세대’ 한계와
그들과는 다른 새로운 상상력과 시도, 소통의 정치란
등록 2020-12-05 22:04 수정 2020-12-09 08:05

박주민

출생 1973년
정치 경력
2018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2020년 국회의원 재선
2020년 민주당 대표 출마
정치 핵심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낙태죄 폐지
평등법
사회적 참사법
다시 선거의 계절이다. 2021년 4월7일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2022년 3월9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에서 링에 오를 선수들의 몸풀기가 한창이다. 이 중 눈에 띄는 선수들이 있다. X세대(1990년대의 신세대)로 호명되는 1970년대생 정치인인 박용진·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그들이다.(이하 호칭 생략) 박용진과 김종철은 대선 출마에, 박주민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에 뜻이 있다. 또 김종철은 지난 10월 당대표가 돼 진보정치의 세대교체를 이뤘고, 박용진은 2012년에, 박주민은 지난 8월에 각각 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함으로써 세대교체 도전장을 내민 전력이 있다.
이들 X세대 선두 주자 3인방의 모습이 또렷한 이유가 또 있다. 바로 정치권을 ‘과점’한 86세대(80년대에 대학을 다니고 60년대에 태어난 세대. 처음 등장할 때는 30대여서 ‘386세대’라고 했지만 현재는 50대라 ‘86세대’라고 부름)의 틈바구니를 비집고 나와 세대교체를 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포스트 86세대’이기 때문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정치권에서 집단으로 존재감을 키워온 86세대에 대해선 학문적 연구가 많이 이뤄졌지만 ‘70년대생 정치’는 그렇지 못했다. ‘낀 세대’라고도 불리는 이들의 존재감이 정치권에서 미미해 연구 대상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한겨레21>은 70년대생 정치인 선두 주자 3인방을 만나 ‘70년대생과 86세대 정치’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그동안 신뢰감 있는 정치행보를 보여온 X세대 정치인 중 대선이나 광역단체장 보궐선거 출마 의사를 가진 3인방을 인터뷰 대상으로 선정했다. 3인방은 세대교체라는 시선에는 시큰둥했다. 대신 70년대생 정치의 특징과 포부, 86세대의 공과 등에 대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놨다. 이들은 86세대에 X표 치고 등장한 X세대로 역사에 기록될 수 있을까. _편집자주

1973년생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주요 후보로 거론된다. 21대 총선에서 서울 지역 최다득표(8만6351표)로 재선했다. 2020년 8월엔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했다. 3위였지만 2위인 김부겸 후보와 근소한 차이로 패배해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그의 당선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어대낙’(어차피 대표는 이낙연) 대세론이 돌았기 때문이다. 정치권 안팎에서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기 위한 포석이란 말이 나왔다. 하지만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다가오는 지금, 박주민은 출마와 관련해 숨을 고르고 있다.

‘어대낙’ 속 ‘졌잘싸’

11월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박주민은 “주변에서 많이 얘기하니까 (출마) 고민은 하는데 아직 결심한 건 없다”고 했다. 그는 출마 결심의 전제조건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서울시장을 하면 무슨 일을 할 것인지 고민의 결과가 나와야 한다. 현재 추진하는 입법 과제가 어떻게 마무리되느냐도 중요하다.” 주목받는 70년대생 정치인이니만큼, 행보에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8월 당대표 선거에서 그는 민주당 내 세대 문제를 제기했다. “여러 세대가 섞이지 않고 마치 시루떡처럼 쌓여 있다. 제일 위에는 50년대생, 그다음이 86세대, 두 층이 상당히 두껍다. 그 밑 세대인 나 같은 40대가 활동할 기회가 상당히 부족하다. 그러다보니 다음 세대가 안 보이고 또 보이기 어려운 구조다.” 86세대가 당내에서 강고한 주도권을 형성한 상황을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다.

해법으로는 세대교체가 아닌 ‘세대융합’을 고민했다. 세대를 섞어서 70·80년대생도 일할 기회를 얻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 문제의식은 넉 달이 지난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세대융합이 되려면 나 같은 40대가 좀 치고 나가고, 86세대가 그 모습을 수용하고 도와주는, 두 흐름이 있어야 한다.” 일종의 ‘줄탁동기’(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 알 속의 새끼와 밖에 있는 어미가 함께 알껍데기를 쪼아야 한다는 뜻)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새끼나 어미의 활발한 움직임은 눈에 띄지 않는다. 70년대생의 존재감이 작은 이유를 묻자 그는 “큰 선거에 나가려면 인지도, 함께 일할 사람, 정책 등을 쌓아야 하는데 이를 축적할 기회가 그동안 70년대생에게 상대적으로 없거나 적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정치권 86세대와 70년대생의 차이는 무엇일까. 박주민은 초선 의원이던 2017년에 낸 구술 자서전 <별종의 기원>에서 이렇게 적었다. “90년대의 학생운동은 80년대와 달리 운동의 고양기도, 운동의 리더가 곧 대장이 되는 중앙집중적 방식도 아니었다. 따라서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같은 전국적 학생조직을 배경으로 한 대중적 스타를 배출하지도 못했다. 우리 세대는 여러 부문에서 조용하고 꾸준히 대중과 함께 활동하는 것을 선호했다. 여성, 환경, 인권, 시민운동이나 지역운동 등의 분야에서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대중과 함께 호흡해온 분들이 많이 있다. 이제 40대에 들어선 이 그룹이 86세대 그룹과는 또 다른 정치적 모델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다. 저도 그중 하나이고.”

박주민은 자신의 경험에 근거한 86세대 평가를 들려줬다. “86세대는 현안의 대응과 관리에는 굉장히 능하다. 반면 오래 정치해서 그런지 한계를 좀 많이 긋는 것 같다. 새로운 것에 대한 상상과 시도, 그걸 위해서 국민과 대화하고 설득하려는 것은 부족하다. 이런저런 (대안적) 제도가 있다고 말하면 ‘그런 게 되겠어’라는 반응이 나온다.” 아쉬운 부분을 구체적으로 캐물었다. “현재 우리 교육이 계층 간에 이동하는 사다리 역할을 못한다. 부유한 집의 아이들만 좋은 기회를 갖고 교육받는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가장 행복하지 않은 나라가 됐다. 교육 분야뿐 아니라 균형발전, 사회 격차 등 오래된 문제가 많다. 이런 이슈를 돌파하려면 상상력을 발휘하고, 과감히 소통해야 한다. 그런 부분이 (86세대에게) 아쉽다.”

(왼쪽부터)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종철 정의당 대표. 김진수 기자. 박승화 기자

(왼쪽부터)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종철 정의당 대표. 김진수 기자. 박승화 기자

국회에서 ‘서태지 아는 사람’ 모으기도

86세대의 단점은 70년대생의 장점과 맞닿아 있다. “70년대생은 상대적으로 기득권화돼 있지 않고, (86세대에 견줘) 자유로운 상상을 하는 분위기에서 성장해 사회 변화를 바라보는 폭과 정책 생산을 위한 상상의 폭이 넓다. 민주적인 소통 방식도 능하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서태지를 아는 사람 다 모여라’라는 구호를 내걸고 민주당의 70년대생 국회의원 모임이 잠시 만들어졌다. 이 모임의 제안자가 박주민이다. 당내 주류 정치세력인 86세대에 대항하는 의미는 아니라고 했다. “세대교체보다는 젊고 활력 있는 사람들이 여러 이슈를 제기하고 당을 좀 활기차게 만들어보자는 취지였다.” 의원 9명이 몇 차례 뭉쳤지만 “각자 관심사가 다르고, 다들 너무 바빠서 뜻대로 (모임이) 잘 안 됐다”. 21대 국회에서도 박주민은 여야를 넘나들며 젊고 진취적인 70·80년생 의원들과 만난다고 한다. “부정기로 만나서 필요한 법안을 상의하는 수준인데, 향후 국회에서 입법 성과를 낼 정도로 발전하면 좋겠다.”

박주민이 서울시장 출마의 전제조건이라고 꼽은 입법 과제는 탄력받을 수 있을까. 그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낙태죄 관련법 개정, 평등법 제정, 사회적 참사법 개정 등 뜨거운 논쟁을 불러온 법안에 긴밀하게 관여하고 있다. “기존 86세대는 주저하는 주제인데 나는 통과시켜야 한다는 마음이 크다”고 그는 말했다. 그가 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 법안에는 50명 미만 사업장에 대해선 법 시행을 4년 유예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정의당과 민주노총 등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는 반박했다. “산업안전보건법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으로 입법을 추진하는 게 기업 책임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낫다고 판단해 한국노총과 협의해서 만들었다. 기업의 요구를 들은 것이 아니다. 사업장 규모가 큰 원청에는 유예 없이 책임을 묻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낙태죄 폐지 등 이슈를 법안으로

‘민주당 버전’의 포괄적 차별금지법인 평등법은 이상민 민주당 의원이 입법 작업을 주도하고 박주민 등이 참여 중인데 “올해(2020년)에 발의할 예정”이다. 이외에 노동이사제 도입, 경제민주화를 위한 상법 개정안,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국민발안제, 재정민주화를 위한 국민소송법 등의 법안을 꾸준히 발의했다. “이런 제도가 현실화돼 우리 사회의 실질적 민주화가 진전되길 바란다.”

글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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