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 1971년
정치 경력
1997년 국민승리21 참여
2012년 민주통합당 대표 출마
2020년 국회의원 재선
정치 핵심어
혁신 창업
재벌 개혁
민생 문제
통합
이들 X세대 선두 주자 3인방의 모습이 또렷한 이유가 또 있다. 바로 정치권을 ‘과점’한 86세대(80년대에 대학을 다니고 60년대에 태어난 세대. 처음 등장할 때는 30대여서 ‘386세대’라고 했지만 현재는 50대라 ‘86세대’라고 부름)의 틈바구니를 비집고 나와 세대교체를 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포스트 86세대’이기 때문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정치권에서 집단으로 존재감을 키워온 86세대에 대해선 학문적 연구가 많이 이뤄졌지만 ‘70년대생 정치’는 그렇지 못했다. ‘낀 세대’라고도 불리는 이들의 존재감이 정치권에서 미미해 연구 대상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한겨레21>은 70년대생 정치인 선두 주자 3인방을 만나 ‘70년대생과 86세대 정치’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그동안 신뢰감 있는 정치행보를 보여온 X세대 정치인 중 대선이나 광역단체장 보궐선거 출마 의사를 가진 3인방을 인터뷰 대상으로 선정했다. 3인방은 세대교체라는 시선에는 시큰둥했다. 대신 70년대생 정치의 특징과 포부, 86세대의 공과 등에 대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놨다. 이들은 86세대에 X표 치고 등장한 X세대로 역사에 기록될 수 있을까. _편집자주
1971년생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대선 출마 선언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11월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박 의원은 “1년 넘게 고심했는데 생각이 가지런해지고 있으며, 같이할 사람을 모으는 중”이라고 했다. 2021년 2월에는 “‘대한민국이 이렇게 돼야 한다’는 비전을 담은, 일종의 (대선) 출사표 같은 책”을 낼 예정이다. 출마 결심을 굳힌다면, 그는 여야를 통틀어 70년대생 가운데 처음으로 대선 출마 선언을 하는 정치인이 된다.
재선 의원이지만 박용진의 정치 경력은 짧지 않다. 23년 전인 1997년 창당한 국민승리21(민주노동당 전신)에서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2000년 총선에 29살 나이로 현 지역구인 서울 강북을에 민주노동당 후보로 출마해 13.3%라는 의미 있는 표를 얻었다. 진보정치를 확장하기 위해 자유주의 정치세력과 협력해야 한다며 진보신당을 탈당하고 민주통합당에 합류한 2012년에는 한명숙·박지원·김부겸·이인영 등과 겨루며 민주통합당 대표에 도전했다. 41살 때였다. 20대 국회에선 초선 의원이었지만 ‘삼성·재벌 저격수’ ‘유치원 3법 통과’ 등 의정활동을 잘하는 정치인으로 존재감을 보였다. 2020년 치른 21대 총선에선 서울 지역 민주당 최다득표율(64.5%)로 재선했다.
86세대가 중심인 민주당에서, 70년대생 박용진은 ‘세대교체’보다 ‘시대교체’에 방점을 찍는다. “시대가 달라져야 사람들이 사회가 달라졌다고 생각하지, 정치인의 나이만 젊어졌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시대로 교체돼야 할까. 그는 “대한민국이 현재 갈림길에 서 있다”고 운을 뗐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절차적 민주주의가 완성된 뒤 30여 년 동안 한국 정치가 보수와 진보로 분열돼 증오와 대립, 반대만 하는 정치가 계속됐다. 정치가 사회 혁신에 화두를 던지고 역동성을 부여하면서 변화를 이끄는 역할을 못하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우리나라가 일본처럼 침체에 빠진 무기력한 사회, 멕시코나 브라질처럼 국민경제가 엉망인 사회로 추락할 수 있다고 우려하며 박용진은 대선 출마의 뜻을 품었다. “정치가 되살아나야 한다. 대한민국이 재도약에 성공해서 젊은이들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사회가 들썩들썩하는 역동성 있는 사회로 가야 한다. 기득권에 맞서는 변화를 만들어내고 국민분열에 맞서 통합을 이뤄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젊고, 개혁적이고, 기득권 주류질서로부터 자유롭고, 경제에 강한 정치인이 (대선 후보로) 나서야 하는데 그게 나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박용진은 20대 국회에서 정치인들이 건드리기를 꺼리는 재벌과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라는 공고한 기득권과 정면으로 맞선 경험이 있다. 그는 “우리 사회 곳곳에 있는 기득권 연합과 맞서 혁신의 길을 열고 새 기준을 만들어내는 것이 정치인 박용진이 지닌 가치”라고 했다. ‘세습 재벌 시대’에서 ‘혁신 창업 시대’로의 전환을 시대교체의 구체적인 예로 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압도적인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불법적으로 시장의 이익을 독식했다’며 구글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제소했다. 미국에서 130년 전에 반독점법이 만들어진 이후, 스탠더드오일 등 많은 대기업이 강제 분할됐다. 이처럼 오래전부터 강력한 대기업 규제가 미국에서 혁신적 창업 공간을 열어주는 구실을 해왔다. 우리도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독점 대기업들이 만들어내는 시장 장벽이 있는데, 이걸 허물어뜨려야 혁신적 창업이 활발히 일어나고, 중소업체들이 기술개발과 경영혁신을 통해 이익률을 높일 수 있다.”
‘민생 제일주의’를 강조하는 박용진은 자신이 주력하는 재벌 개혁과 민생 문제의 연관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사실상 독점기업이다. 가격과 서비스에서 국내 소비자와 국외 소비자를 차별해, 국내 소비자는 ‘고객’이 아니라 ‘호갱’이라는 말이 나왔다. 또 원청인 현대·기아차가 단가를 계속 후려쳐서 하청인 중소기업을 쥐어짜고, 하청과 재하청 노동자 임금도 그만큼 뚝뚝 떨어진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삼성물산 투자자들이 엄청난 피해를 봤고 삼성물산 지분을 다량 보유한 국민연금의 손실도 컸다. 이건 범죄행위다. 재벌총수들만의 이익을 위한 행태로, 생활인들의 피해와 한국 경제의 동맥경화가 매우 심각하다.”
재벌 개혁과 민생 문제가 난항 중인 데는 정치권 책임도 있다. 지난 20여 년간 주류 정치세력인 86세대는 “경제문제에는 민감성이 떨어지는 한계를 보였다”고 박용진은 평가한다. 그는 “한국 사회의 주요 분기점인 1987년 6월 항쟁의 주역으로서 직선제를 쟁취하면서 절차적 민주화를 이뤄냈고, 사회 곳곳의 낡은 권위주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등 많은 역할을 했다”는 긍정 평가도 덧붙였다.
70년대생 정치인들은 경제문제에서 86세대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박용진은 70년대생 정치인들이 86세대와 크게 구별되는 지점이 ‘민생·경제 이슈에 대한 관심’이라고 강조했다. “1990년대에 대학을 다닌 우리 세대의 이슈는 ‘먹고사는’ 문제였다. 내가 대학교 총학생회장이었던 1994년 최대 이슈는 농산물 수입 개방과 관련한 우루과이라운드였다. 감옥에 세 번 갔다 왔는데, 모두 노동자 생존권이 달린 파업과 관련됐다. 86세대가 민주·통일 등 주로 정치 이슈와 관련해 활동했다면, 70년대생들은 농민·노동자·민생 문제와 관련된 연대활동을 주로 했다.” 86세대의 한계를 지적한 데 이어, 박용진은 “수적으로도 많이, 기간으로도 오래 정치권에서 과다 대표되면서 일종의 ‘정치적 독점’을 하고 있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박용진은 최근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조선일보> 10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다. 그는 “통합은 진보정당에서 정치할 때부터 줄곧 주장했던 가치”라고 강조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 박정희 기념관 건립에 국가예산을 지원해줬다. 김 전 대통령은 그런 포용력을 통한 확장성을 바탕으로 건강보험 통합, 의약분업, 남북 정상회담, 전교조·민주노총 합법화 등을 이뤄냈다. 이게 사회 발전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보수와의 대연정을 제안하기도 했다. 나도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포용력을 통한 확장성 있는 정치를 하겠다. 이를 통해 정권을 재창출하고 양극화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글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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