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씨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으로 추정되는) 주검을 둘러싸고] 검찰과 경찰이 벌이는 코믹잔혹심리과학 수사극을 가만히 살펴보면 이 말을 한 번쯤 되뇌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신성한 지면에 대고 욕을 하는 건 절대 아니다. 격하게 발음하면 ‘와씨바’가 되는 ‘와시바’란, 경찰이 밝혀낸 유 전 회장의 운동화 상표명 되시겠다. 이름조차 낯선 신발 브랜드를 경찰을 통해 소개받다니, 와시바? 와씨바!
[물론 나중에 와시바는 상표명이 아니라] ‘세탁 가능’이란 뜻의 독일어란 사실이 드러났지만, 경찰을 나무라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다. 우리는 영화 에 등장하는 형사 송강호의 열연을 통해 열혈 형사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범인을 정말 붙잡고 싶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잘 알고 있다. 연쇄살인의 유력한 용의자 박해일을 붙잡은 송강호는 유명한 대사를 남기며 영화를 마친다. “와 씨바(영화에서는 끝에 ㄹ을 붙임), 잘 모르겠다. 밥은 먹고 다니냐.” 황당한 수사 결과는 결코 ‘세탁 가능’하지 않고, 와시바가 상표명이 아니라니 유 전 회장의 신발은 대체 어떤 제품인지 다시 미궁으로 빠졌지만, 그래도 이래저래 고생하는 대한민국 경찰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를 건네고 싶다. 잘 몰라도 밥은 먹고 다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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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그래도] 매실밭 주인의 안경을 유병언 전 회장의 안경이라고 들고 나타난 건 심했다. 유 전 회장 사체로 지목된 주검에서 평소 그가 쓰고 다닌 안경이 없었다는 사실이 문제가 되자 경찰은 어디선가 안경을 하나 구해왔다. 그건 바로 매실밭 주인 윤아무개씨의 안경이었다. 이쯤 되면 정말 잘 모르겠다. 경찰은 정녕 밥은 먹고 다니는가. 혹시 밥만 먹고 다니는 것 아닌가?
최성진 사회정책부 기자 csj@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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