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들은 긴장하세요. 함부로 구애하면 잡혀가요. 경찰청이 공식적으로 ‘스토킹 처벌 규정’을 마련했다고 해요. 자세히 따져봐야 해요. 단순한 구애와 사귀자는 요구는 두 번까진 괜찮아요. 세 번 하면? 스토킹으로 간주돼 처벌받아요. 세 번이 안 됐더라도 상대방이 불안감을 느껴 신고하면 처벌된대요. 역시 ‘박근혜 시대’는 뭐가 달라도 달라요. 유부남인 전 상관없겠어요. 충격과 공포에 신음할 모태 솔로분들, 앞으로 어쩌나 싶네요.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말도 옛말이 되겠어요. 두 번 찍어봐서 안 넘어가면 포기하세요. 인생에 빨간 줄 갈지도 몰라요.
더 웃긴 건 다음 규정이에요. 상대방이 불안감을 느낄 정도로 지켜보기·따라다니기 등의 행위를 반복해도 당사자가 분명하고도 명시적인 거절 의사를 표명하지 않으면 처벌하지 않는대요. 그러니까 진짜 ‘스토킹의 피해자’들은 이렇게 하라는 얘기네요. 누군가 자신을 스토킹하고 있다고 생각되면 그 사람을 찾아내세요. 직접 불러 말을 하든지, 전화번호를 알아내 통화를 시도하세요. 그리고 명백한 ‘거절 의사’를 밝혀야 해요. 무섭거나 불안해도 처벌하려면 어쩔 수 없어요.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진짜 스토커는 이분들이 아닐까요? 무주공산인 ‘보수의 아이콘’의 지위를 선점하려고 무리수를 거듭하는 중견 정치인들 이야기예요. 왜 이러는 걸까요. 아무도 ‘차기감’으로 알아주지 않기 때문인가요. 우선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님. 모처럼 미국까지 날아가 한국 정부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와 독자적인 핵무장을 주장하셨죠. 한때 보수당 대표까지 지냈던 분의 말씀이라기엔 위험천만해 보여요. 뭐가 뛰니까 뭐도 뛴다고, 원유철 새누리당 의원은 “우리도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즉각 함께 폐기하는 조건부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맞장구를 쳤어요. 혹시라도 ‘정몽준 대통령’이 탄생하면 ‘원유철 국방부 장관’쯤 되시려나. ‘전략’도 없어 보이고 별로 ‘특별’해 보이지도 않건만 이분은 새누리당의 무려 ‘북핵안보전략특별위원회’ 위원장님이군요.
홍준표 경남도지사님도 빼놓을 수 없어요. 진주의료원 사태로 청와대와 친정인 새누리당까지 곤경에 빠졌네요. “제발 가만히 좀 계시라”는 말도 못하고, 속으로만 전전긍긍하는 여권의 모습이 ‘다섯 살 훈이’ 오세훈 전 서울시장 재임 시절 무상급식 투표 논란과 닮았어요. 공교롭게도 당시 여당 대표가 홍준표 지사였네요. 그는 끝내 오 전 시장이 자신의 임기를 거는 것을 보고 “오세훈은 끝났다”고 격노했더랬죠. 싸우면서 닮나요? 하향 평준화일까요? 도지사가 되더니 엉뚱한 꿈을 꾸시나봐요. 홍 지사는 진주의료원이 ‘귀족·강성 노조의 해방구’이기 때문에 문을 닫아야 한다고 했다죠. 폐업 선언은 새 대통령의 취임 다음날인 2월26일 나왔어요. 스스로를 ‘보수’라고 여기는 유권자들께선 이들에게 관심 좀 가져주세요. 더 엇나가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잖아요. 그게 아니라면 ‘분명하고도 명시적인 거절 의사’라도 밝혀주시든가.
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