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불후의 명곡이 있다. “야야 야야야야 야야야야 야야야”로 시작하는 의 노랫말은 사실 대단히 외설적이다. 꽃바구니 옆에 끼고 나물 캐는 아가씨에게 비음 섞인 콧노래를 불러달라며 노골적으로 작업 거는 내용을 담은 곡인데, 다음 가사 “남치마 걷어안고 나물 캐는 아가씨야” 대목에 이르면 우리는 화자의 시선이 아가씨의 허벅지에 꽂혀 있다는 사실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문제는 이 노래가 주로 운동경기 단체관람을 할 때 응원곡으로 쓰인다는 사실이다. 특히 고교 야구를 관람하다 보면 서로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장단에 맞춰 앞뒤로 몸을 흔들어대는 모습을 흔히 목격할 수 있다. 아주 전통적인 응원 방식 가운데 하나인데, 여기서 만약 어느 한 사람이 의 비교육적 내용에 항의해 ‘동작 그만’을 외친다면 어떻게 될까. 어떻게 되는 일 없이 그냥 그대로 계속 간다. 단체응원이란 원래 그런 것인데다 이미 서로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있어서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날치기를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한나라당 의원들을 보며 가끔 그런 상상을 한다. 이명박 응원단장의 지시가 떨어지면 즉각 반응하는 응원단의 모습 말이다. ‘청기·백기’ 게임처럼 이명박 단장은 “반기 들지 말고 거수기 올려, 거수기 내리지 말고 반기 내려!” 지시를 내린다. 그러면 한나라당 응원단은 일제히 반기 내리고 거수기처럼 오른손을 번쩍 올린다. 이런 상상도 가능하다. “아리랑 목동 시~작!”이라는 이명박 응원단장의 구호가 떨어지면,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을 점거한 ‘날치기 목동’들이 서로의 어깨에 손을 올린 채 “야야 야야야야”를 외치며 몸을 앞뒤로 흔들어 야당 의원을 내쫓는 모습. 물론 어느 쪽이든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초선 의원이 주축이 된 한나라당 의원 23인이 ‘거수기 노릇 중단’을 선언했다. 새해 예산안 강행 처리에 동참한 것에 대한 반성을 담아 새해부터 거수기를 올리지 않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반기를 들어야 할 일이 있다면 반기를 들겠다는 뜻인데,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줄곧 응원단장의 지시에 따라 율동을 맞춰온 이들에게 과연 가012능한 일일까. 덩치 큰 이들이 양쪽에서 어깨를 붙잡고 “야야야야”를 외치며 몸을 앞뒤로 흔들어대면 그때는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물론 ‘날치기 목동’과 ‘양치기 목동’은 한 끗 차이에 불과하다. ‘이명박-박희태-이재오-안상수’에서 ‘기타 등등’으로 이어지는 날치기 주역의 ‘거룩한 계보’가 끊어지리라 기대했다가는 ‘거북한 계보’의 쓴맛을 또다시 맛볼 수 있다는 말씀!
경축. 이명박 대통령이 드디어 논란을 무릅쓰면서까지 “2주에 한 번씩 치킨을 사먹는다”며 ‘닭광 인증’을 몸소 행하셨다. 또한 여기에 덧붙여 “좀 비싸다는 생각을 한다”며 닭값을 걱정하는 대목에서 진정한 ‘ 통령’의 놀라운 서민 사랑을 실감하게 되는데, 조만간 그분께서 한 통에 1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화장품값을 지목해 “나도 한때 로션을 발라봤는데, 좀 비싸다는 생각”이라며 일갈해주시기를 바라옵고, 아파트 전셋값을 아울러 지목해 “나도 한때 아파트에 세들어 살아봤는데, 좀 비싸다는 생각”이라고 꼭 한마디 해주시기를 바라며, 특히 전 국민이 하나씩 지니고 있는 휴대전화 요금에 대해서는 “나도 한때 휴대전화 좀 써봤는데, 요금이 더럽게 비싸다는 생각”이라며 꼬집어주시기를, 우리는 통령에게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에 대한 곡 해석은 아주 사적인 견해일 뿐이니, 이에 대한 반론은 자동 반사!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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