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이 최고다. 가슴을 파고드는 칼바람에 잔뜩 몸을 웅크리며 이렇게 외쳤다. “그저 방한이 최고다~!” 방한을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들이 또 있었다. 나라 사랑하는 뜨거운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꼭 거리에서 ‘애국’을 토해내야 직성이 풀리는 ‘애국단체’ 회원들이시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찾은 날 서울 광화문 네거리는 애국단체 어르신들로 가득했다. ‘환영 오바마 대통령 방한’이라 적힌 현수막이 나부꼈고, ‘SA-RANG-HAE-YO Mr. OBAMA’를 부르짖는 손팻말도 물결쳤다. 매서운 추위에 ‘방안’에서 ‘방한’하고 있다가 ‘방한’도 잊고 오바마 ‘방한’을 기다리는 어르신들을 보며 제대로 ‘한방’ 맞은 기분이었다. 누가 이 어르신을 이 추위에 이 거리로 내모는가. 그건 신의 뜻이 아니라면 이뤄질 수 없는 기적이라 생각했다. 종교의 영역이 아니라면 이들의 ‘애국’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애국단체 어르신들이 믿는 신은 무엇인가. 바로 미국신이다. 줄이면 ‘미신’이 되시겠다.
기쁘다 오빠마 오셨네!. 오마이뉴스 권우성
애국을 남의 일로, ‘애국단체’를 ‘외국단체’쯤으로 여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을 수 있다. 이런 비판은 억울하다. 이래 봬도 나도 세금 내는 남자다. 매달 꼬박꼬박 건강보험료 잊지 않고 내고 있다. 때 되면 주민세도 챙긴다. 군대, 물론 다녀왔다. ‘애국’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사람으로서 애국 어르신들께 애국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애국 충분히 하시되, 제대로 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은 거다. 이를테면 이런 사소한 실수가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애국 어르신들이 내건 현수막 가운데 ‘WelcomeBrackObamatoKorea’라고 쓰인 것도 있었다(사진 참조). 띄어쓰기를 하지 않은 이유는 현수막 인쇄비용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 있겠다. 하지만 ‘브락오바마’는 어쩔 것인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숨겨진 동생이라도 방한했다는 말인가. 아니면 설마 오바마가 흑인(Brack→Black?)이란 사실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인가. 사실 사람 이름은 민감한 부분이어서 어르신들의 실수는 치명적일 수 있다. 거꾸로 생각해보자.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에 가서 ‘환영 이멍박’ ‘환영ㅇ명박’이라 적힌 현수막을 발견한다면 당사자 기분이 어떻겠는가. 애국 어르신들의 뜨거운 환영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이들 앞을 바람처럼 냉랭하게 지나쳐버린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바지 총리’의 어원을 아는가. 사실 정운찬 국무총리가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을 때 그의 역할에 대한 논란이 분분했다. 이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해 차기 대선주자로 키우려 한다는 ‘대항마론’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그보다 설득력을 얻은 것은 정권의 ‘바지 사장’에 불과하다는 ‘바지 총리론’이었다. 세종시 백지화 논란과 관련한 정 총리의 활약이 바로 그랬다. 그는 수정될 세종시를 ‘녹색 과학지식도시’라고 했다가 ‘교육산업도시’라고도 했다. 얼마 전에는 ‘기업도시’라고 했다가 ‘경제도시’로 말을 바꾸며 “기업도시가 아닌 경제도시로 불러달라”고 했다. 이대로 계속 가다가는 ‘운찬거사 정도령’ 작명소를 차려도 될 만큼 작명 활동에 여념이 없는 것이다. 물론 정 총리가 현 정부에서 정 도령 역할을 맡고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가만히 있어도 세종시 논란과 관련한 ‘원죄’ 때문에 비난 대상인 정 총리가 수시로 말을 바꾸며 온갖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여기서 ‘바지 총리’의 어원이 발견된다. 그러니까 그는 그냥 ‘핫바지’ 총리가 아니라 ‘총알받이’, 즉 ‘받이 총리’라는 말씀!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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