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이츠 아웃’ 시위를 벌이는 배달노동자들 모습. 연합뉴스
‘일반회원도 무료배달, 새벽까지 24시간 배달!’
배달앱 시장의 후발 주자인 쿠팡이츠가 일반회원에게까지 무료배달 확대를 선언하며 배달앱 시장의 판도를 다시 흔들고 있다. 배달앱 시장 1위인 배달의민족(배민)이 본격적인 매각에 나선 가운데 그 빈틈을 노려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려는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쿠팡이츠의 공격적인 무료배달 확대 마케팅에 입점업체 점주들은 물론 소비자단체까지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쿠팡이츠의 무료배달 확대에 따르는 비용이 종국에는 점주를 거쳐 소비자에게까지 전가될 것이 뻔하다는 주장이다. 소비자단체들은 “쿠팡이츠의 시장지배력이 높아지면 점주들에게 부과되는 배달 수수료·광고비가 오르고 점주들은 이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음식값을 올려 결국 소비자가 부담을 떠안는 구조로 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배달·외식 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쿠팡이츠는 유료인 와우회원을 넘어 일반회원을 대상으로 ‘매 주문 배달비 0원’ 프로모션을 2026년 8월까지 진행한다. 그간 월 7890원을 내는 와우회원에게만 제공하던 무료배달을 8월까지 모든 회원에게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쿠팡이츠 쪽은 “고객 배달비는 쿠팡이츠가 전액 부담하고 입점 매장은 추가 비용 없이 매출 기회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배달업계 최대 비수기 중 하나인 여름 휴가철에 점주들의 수익을 방어하고 고물가·고유가에 시달리는 소비자에게도 혜택을 주기 위한 방편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쿠팡이츠는 5월19일부터 전국 6대 광역시에 24시간 배달 서비스도 전격 도입했다. 그간 배송 공백기였던 새벽 3~6시에 편의점과 손잡고 도시락을 비롯한 편의점 상품을 24시간 배달하겠다는 복안이다. 배민이 자체 배달(배민플러스1)을 운영하지 않는 이 시간대를 공략해 심야 퀵커머스 시장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계획인 셈이다.
업계에서는 쿠팡이츠의 공격적인 마케팅은 최근 시장의 변수로 떠오른 ‘배민 매각’을 틈타 시장점유율을 높이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모회사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는 최근 배민 매각을 추진 중이다. 우버·네이버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배달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2021년 요기요가 (DH로) 매각되던 시점에 쿠팡이츠가 와우회원 무료배달과 한집배달 등의 공격적 마케팅 카드를 꺼내 요기요를 제치고 단숨에 배민과 함께 2강 체제를 구축한 바 있다”며 “이번 배민 매각으로 시장 상황이 유동적인 상황에서 또다시 무료배달 확대 카드를 꺼내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려는 전략 아니겠냐”고 짚었다.
현재 배달앱 시장은 1위인 배민과 2위인 쿠팡이츠가 양분하고 있다. 모바일데이터 분석 업체인 모바일인덱스 집계를 보면, 2026년 4월 기준 배민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2341만 명, 쿠팡이츠는 1316만 명 정도로 분석된다. 3위인 요기요는 421만여 명에 불과하다. 시장의 약 54%를 배민이, 29%를 쿠팡이츠가 점유한 셈이다. 시장에선 매각 이슈가 모든 것을 집어삼킨 배민의 빈틈을 파고들기 위한 쿠팡이츠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DH가 4조7천억원에 인수한 배민을 8조원에 매각하길 희망하고 있어 단기간 안에 매각이 이뤄지긴 힘든 탓이다.

2024년 10월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 단체와 민생경제 시민사회단체들이 ‘배달앱 수수료 인하 및 온라인플랫폼법 제정 촉구 대회'를 열고 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제공
소비자단체 12곳이 모인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2026년 5월20일 보도자료를 내어 “쿠팡이츠의 일반회원 대상 무료배달 확대는 단기적으로 소비자 혜택으로 보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입점업체 비용 부담 확대, 이중가격제 확산, 외식·배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쿠팡이츠는 2024년에도 와우회원 대상 무제한 무료배달을 도입한 뒤 와우 멤버십 회비를 월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인상한 바 있다. 이후 소비자단체협의회가 2025년 치킨 프랜차이즈 이중가격 운영 실태를 조사했는데, 그 결과를 보니 배달앱 판매 가격은 메뉴당 평균 2천원 정도 높게 형성됐고, 일부 메뉴는 5천원 이상 차이 나기도 했다. 결국 배달앱 시장의 무료배달에 따른 플랫폼 비용 상승분이 음식 가격에 반영돼 소비자에게 전가된 셈이다.
특히 점주들이 배달비를 책정해 자체 배달을 하는 ‘가게배달’을 일부 운영하는 배민과 달리, 쿠팡이츠는 이런 모델조차 없는 탓에 쿠팡이츠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질수록 점주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김준형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 공동의장은 “현재 대부분의 점주가 배달앱 수수료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매장보다 배달앱 가격을 높이는 이중가격제를 시행하고 있다”며 “가게 자체 배달조차 없는 쿠팡이츠가 시장을 전면 장악할 경우, 점주의 부담은 커지고 배달앱 종속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쿠팡이츠는 이런 비판에 대해 자체 데이터 분석 결과를 토대로 배달비 무료 프로모션이 오히려 점주들의 부담을 줄인다고 반박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쿠팡이츠는 최근 ‘배달비 0원 프로모션 진행 전후 1년간 입점업체들의 주문 건당 부담금이 5%가량 줄었고, 상점당 매출은 98% 증가했다’는 내용의 자료를 공개했다. 무료배달 비용을 점주들에게 전가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은 “매출이 늘었다는 건 영업이익이 늘었다는 말과는 전혀 다르다. 점주 부담이 줄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수치 없이 단순 그래프만 제시하는 해명은 설득력이 없다”며 “쿠팡이츠 입장에선 싸게라도 많이 팔면 수수료가 늘기 때문에 점주들에게 한 그릇 배달을 늘리도록 강제한다. 하지만 이런 구조 속에서 점주들은 매출이 늘어도 팔수록 손해가 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김 팀장은 이어 “시민·소비자·점주 단체들이 수년 동안 데이터 공개를 요구해도 응하지 않으면서 일방적으로 유리한 자료로 해명에 나서는 것은 모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2025년 4월28일 국회에서 열린 자영업자·시민사회·정치권의 연대 ‘배달앱 동의의결 신청 기각 촉구 기자회견’ 모습.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제공
한편에선 쿠팡이츠의 일반회원 대상 무료배달 확대가 ‘끼워팔기’ 문제와 ‘최혜 대우’ 요구에 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 수위를 낮추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쿠팡은 ‘통합 요금제’를 운영해 와우 멤버십 가입 소비자는 별도의 선택권 없이 쿠팡이츠·쿠팡플레이가 포함된 멤버십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공정위는 이를 끼워팔기로 의심하고 조사 중이다. 또 쿠팡이츠는 입점업체들을 대상으로 ‘최혜 대우’를 요구해 플랫폼별로 메뉴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지 못하도록 강제한 바 있다. 공정위는 플랫폼별 수수료율에 차이가 있음에도 메뉴 가격을 통일하도록 한 것 역시 부당행위로 보고 있다. 2023년 8월께부터 쿠팡이츠는 입점업체 점주들에게 다른 배달앱보다 음식 가격을 비싸지 않게 설정하라고 요구했지만, 당시 배민은 쿠팡이츠보다 수수료가 3% 정도 낮았고 수수료 체계, 배달 방식, 광고비 등 구조가 달랐다.
2024년부터 진행된 공정위의 조사가 여전히 진행 중인 가운데 최근 쿠팡이츠는 ‘최혜 대우’ 요구 혐의와 관련해 동의의결을 재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5년 4월 동의의결을 신청했다가 철회한 이후 재신청한 것이다. 동의의결은 법 위반 혐의를 받는 사업자가 스스로 시정 방안을 제시하고, 공정위가 이를 받아들이면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다만 실제 절차 진행 여부는 공정위 전원회의 판단을 거쳐야 한다. 정종열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자문위원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등이 주도한 상생협의체 논의에서도 수수료 인하 요구에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해왔던 쿠팡이츠가 내놓을 자진 시정 방안에 기대할 것은 전혀 없다”며 “뒤에서 갖은 불공정행위를 일삼으며 시장지배력을 확대하고 앞에서는 입점업체를 위하는 척하는 쿠팡이츠의 기만적 행태와 시간끌기를 공정위가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쿠팡이츠 등 배달앱의 횡포를 막기 위해서는 2025년 더불어민주당 김남근·이정문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온라인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온플법)과 ‘음식배달 플랫폼 서비스 이용료 등에 관한 법률안’(음플법)의 국회 통과가 근본적 해법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김주호 팀장은 “미국의 통상 압력 등이 이어지고 지방선거까지 끼어 국회가 관련 법률안 통과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회 활동이 지지부진하면 최소한 공정위가 나서 무료배달에 관한 실태조사라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이어 “소비자도 무료배달이란 용어에 현혹되지 말고 배달비가 실제로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전가되는지 따져 배달앱에 관련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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