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7월25일 저녁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장파리 옛 미군 클럽 라스트찬스에서 디엠제트(DMZ)평화동행 주관으로 평화음악회가 열리고 있다. 탈북 예술인으로 구성된 ‘백두한라예술단’ 소속 성악가 최복화씨가 노래를 부르며 관객과 인사하고 있다
2025년 7월25일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장파리. 반세기 가까이 닫혀 있던 옛 미군 클럽 ‘라스트찬스’가 특별한 평화음악회를 열기 위해 다시 문을 열었다. 한국전쟁 직후 약 20년간 미군들의 휴식처로 운영되다 폐쇄된 이곳은, 이날 남과 북의 음악인들이 어우러지는 화합의 공간으로 되살아났다.
‘디엠제트(DMZ)평화동행’(대표 안재영)이 주관한 이번 공연은 ‘경계 위의 화음, 공존을 노래하다’를 주제로 펼쳐졌다. 장파리에서 나고 자란 안재영 대표는 분단의 아픔이 서린 고향 마을에서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이곳은 1960년대부터 1970년대 미군 부대가 철수할 때까지 미국 팝 음악, 음식, 패션을 선도하는 당시 최고 번화가였다.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도 약 200명의 관객이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냉방시설조차 없는 좁은 공간이었지만, 주민들과 평화 활동가들은 얼린 생수와 부채로 더위를 식혀가며 무대에 집중했다. 무대 중앙에는 ‘SUNNY DANCE HALL’(서니 댄스홀)이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빛났다. 공연이 진행될수록 관객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공연 1부에서는 북녘에 고향을 둔 예술인들로 구성된 ‘백두한라예술단’(김영옥, 고미향, 최지유, 최복화)이 부른 ‘반갑습니다’ ‘홀로아리랑’ ‘베사메 무초’ ‘동백아가씨’ 등 다양한 레퍼토리는 접경지역 촌로들의 마음을 위로했다. 아슬아슬한 물동이춤과 화려한 부채춤 또한 무대의 흥을 한껏 끌어올렸다. 2부에서는 ‘청춘레코드’ 소속 가수 김정태, 황의진, 이세호, 조기흠이 무대에 올랐다. 발라드, 팝, 트로트를 넘나드는 이들의 수준 높은 공연에 관객은 뜨거운 호응으로 화답했다. 특히 흥겨운 트로트가 울려 퍼질 때는 관객이 박수와 춤으로 함께하며 장내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뜨거운 뙤약볕 아래 시작된 공연이 막바지에 이르자, 공연장 밖 임진강 위 하늘은 붉은 노을로 물들며 무더위마저 잊게 하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라스트찬스’는 삼각형 목조 천장과 세로로 길게 난 창문이 특징인 강당 형태의 건물로, 한국전쟁 직후의 건축 양식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특히 내부에는 선사시대 벽화부터 고대문명을 재현한 듯한 부조 장식이 남아 있어, 미군 클럽 시절의 화려함과 역동성을 보여주는 민간 예술의 흔적으로 평가받는다. 클럽 폐업 뒤 시멘트로 덧칠된 채 창고로 쓰이던 이곳은, 새로운 건물주가 7년 전 복원에 나서 본래 모습을 되찾았다. 건물 안쪽 통로에는 ‘아리랑’을 주제로 한 섬세한 벽화도 보존돼 있다. 2021년 한국 근현대사의 중요 문화유산이라는 평가를 받아 경기도 등록문화재 제8호로 등록됐다. DMZ평화동행은 2025년 10월17일 ‘라스트찬스’에서 두 번째 평화음악회를 연다.

북녘에 고향을 둔 예술인들로 구성된 ‘백두한라예술단’ 소속 출연진이 라스트찬스 무대로 이어지는 계단에 서서 사진을 찍고 있다.

‘아리랑’을 소재로 벽화가 그려진 안쪽 통로에 ‘청춘레코드’ 소속 가수들이 모였다.

일부 지역 주민은 무더운 날씨에도 미리 와서 자리를 잡고 공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밴드 멤버 다섯 명이 건물 옥상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흑백사진. 드럼 세트에 ‘THE AST CHANCE’라고 쓰여 있다.

백두한라예술단 소속 가수들이 ‘SUNNY DANCE HALL’(서니 댄스홀)이라고 쓰인 무대에서 공연하고 있다.

미군 클럽으로 쓰였던 라스트찬스는 삼각형 구조의 목조 천장과 벽화 부조 등 내외부의 보존 상태가 양호하다.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들.

건물 안쪽 통로에 ‘아리랑’을 주제로 한 그림이 남아 있다.
파주(경기)=사진·글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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