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6월28일 베네수엘라 라과이라주 카라바예다에서 지진으로 해안가의 건물들이 붕괴하거나 심하게 파손돼 있다.
카리브해는 변함없이 짙푸르고, 항구에는 요트들이 떠 있다. 그러나 그 옆의 안온하던 해안가 마을에선 수많은 건물이 흔적도 없이 내려앉았다. 사람도 터전도 그대로 땅속으로 파묻혀버렸다. 건물을 지탱하던 콘크리트가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면서 사람들의 평범했던 하루도 함께 무너졌다.
2026년 6월24일 오후 6시4분. 규모 7.2의 지진이 발생한 지 불과 39초 뒤 규모 7.5의 강진이 다시 베네수엘라 북부를 덮쳤다. 학교와 병원, 호텔과 공항이 순식간에 폐허가 되었고, 사람들은 몸을 피할 틈도 없이 삶의 균형을 잃었다.
재난은 그 39초로 끝나지 않았다. 지진이 발생하고 일주일여가 지났지만, 구조대원들은 여전히 무너진 건물 사이를 헤집는다. 생존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72시간의 ‘골든타임’은 이미 지났지만, 구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희망은 점점 작아지고 있지만, 구조대는 끝내 포기하지 않고 있다.
희생자 수는 계속 늘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7월1일 발표한 공식 집계에 따르면 사망자는 2295명, 부상자는 1만1267명에 이르렀다. 이 수치는 주검이 수습된 희생자만 포함한 것이다. 민간 사이트에는 4만여 명의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위성영상 분석을 통해 건물 5만8천여 채가 무너지거나 심각한 피해를 보았을 거라고 추정했다.
무너진 아파트의 단면에는 누군가가 막 떠나기 전 생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벽에 걸린 커튼, 열린 창문, 냉장고와 침대까지. 폐허가 된 집들 앞에는 실종자의 얼굴 사진과 이름이 적힌 종이가 빼곡히 붙어 있다. 사람들은 잃어버린 터전 옆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은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끈질긴 재난의 고통이다. 무너진 건물 속에서 인명을 구조하는 일만큼 절박한 것은 살아남은 사람들의 삶이다. 피해 지역은 수도와 전력 공급이 대부분 끊겼고, 병원과 임시 의료시설은 이미 수용 한계를 넘어섰다. 깨끗한 식수는 부족하고, 고온 속에 구호식량은 배분되기도 전에 부패하고 있다. 세계식량계획(WFP)은 앞으로 석 달 동안 최대 50만 명에게 식량을 지원하기 위해 긴급재원 마련을 호소했고, 세계보건기구(WHO)는 감염병 확산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권한대행은 7월1일 오후 6시부터 희생자들을 위해 7일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로드리게스 대통령 권한대행은 “파괴적인 지진으로 인한 인명 피해로 베네수엘라의 영혼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지진은 국경을 알지 못한다. 우리가 사는 이 땅 위에서도 언젠가 같은 재난이 일어날지 모른다. 베네수엘라 사람들이 무너진 터전을 다시 일으키고 남은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 연합뉴스·REUTERS, 글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026년 6월28일 베네수엘라 라과이라를 강타한 지진으로 붕괴한 건물 잔해 속에서 구조대원들이 생존자를 수색하고 있다.

6월27일 라과이라를 강타한 연쇄 지진 발생 사흘 뒤, 한 커플이 무너진 건물 앞에서 서로를 끌어안고 있다.

6월29일 라과이라에서 주민들이 지진 희생자들의 주검과 관 옆에 서 있다.

6월26일 카티아라마르에서 지진 발생 이틀 만에 구조대원들이 잔해 속에서 찾은 생존자를 들것에 실어 옮기고 있다.

6월28일 라과이라에서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입구에 실종 가족을 찾는 이들이 남긴 전단과 메모가 붙어 있다.

6월29일 카라카스의 남부종합묘지에서 희생자 장례를 치르는 중에 유족들이 슬퍼하고 있다.

지진 발생 사흘 뒤인 6월27일 라과이라에서 한 남성이 거대한 잔해 더미 위에 서 있다.

6월29일 라과이라에서 한 남성이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 앉아 있다.

6월28일 카티아라마르에서 한 소년이 지진으로 파손된 집들 밖에서 잠을 자고 있다.

6월29일 카라카스의 남부종합묘지에서 희생자 장례를 지켜보는 유족들이 애도의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6월25일 카티아라마르에서 지진으로 외벽이 뜯겨나간 채 심하게 파손된 아파트 앞을 두 사람이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고 있다.

6월29일 카티아라마르에서 지진으로 붕괴한 건물 잔해 속에서 구조대원들이 생존자를 찾고 있다.

6월25일 카라바예다에서 주민들이 연쇄 강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 사이를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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