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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형벌 같을 때 이곳으로 오라

문화공간 ‘빠삐용집’으로 탈바꿈하는 장흥교도소… 카페·감옥형 작가 레지던스·역사관 등 의미 있는 변신
등록 2025-05-08 20:27 수정 2025-05-10 08:29
전남 장흥군 장흥읍 옛 장흥교도소 팔각감시대와 운동장. 옛 장흥교도소는 1975년에 문을 열고 2014년까지 실제 교도소로 운영됐다.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유휴공간 문화재생사업’으로 선정돼 옛 건물들을 남기고 ‘빠삐용집(ZIP)’이라는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전남 장흥군 장흥읍 옛 장흥교도소 팔각감시대와 운동장. 옛 장흥교도소는 1975년에 문을 열고 2014년까지 실제 교도소로 운영됐다.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유휴공간 문화재생사업’으로 선정돼 옛 건물들을 남기고 ‘빠삐용집(ZIP)’이라는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교도소는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공간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간접경험을 하고 ‘교도소는 어떤 공간일까?’ 상상만 한다. 그런 교도소가 문화공유지로 바뀌고 있다. 현재까지 유일하게 개방된 실물교도소인 옛 ‘장흥교도소’가 그곳이다.

전남 장흥군 장흥읍 옛 장흥교도소는 1975년에 문을 열고 2014년까지 실제 교도소로 운영됐다. 교도소는 장흥군 용산면으로 이전하고 이전의 건물들은 유휴공간으로 남았다.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유휴공간 문화재생사업’으로 선정돼 옛 건물들을 남기고 ‘빠삐용집(ZIP)’이라는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빠삐용집은 교도소에서 자유를 꿈꾸던 수용자 ‘빠삐용’과 압축파일 확장자 집(Zip)의 합성어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옛 장흥교도소의 모양도 저장매체 에스디(SD)카드를 닮았다.

 

옛 장흥교도소 정문.

옛 장흥교도소 정문.


 

감시탑에서 바라본 교도소 전경.

감시탑에서 바라본 교도소 전경.


 

옛 장흥교도소운동장 한켠의 운동시설.

옛 장흥교도소운동장 한켠의 운동시설.


 

 

빠삐용집은 2025년 여름 정식 개장을 목표로 마무리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교도소 시설은 문화공간으로 바뀌었다. 연무관은 영화 관련 서적과 영상자료를 모아놓은 ‘영화로운책방’으로, 청사동은 빵카페 ‘감옥당’으로, 직원식당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교정의 역사가 담긴 ‘교정 역사 전시관’과 교도소 사람들의 생각과 삶을 엿볼 수 있는 ‘교도소 테마관’으로, 민원봉사실은 옛 장흥교도소의 역사를 집약한 ‘장흥교도소 아카이브’로 환골탈태했다. 여성 죄수들이 수용됐던 여사동은 숙박시설인 ‘글감옥’으로 바뀌었다. 감옥이니 당연히 안에서는 열 수가 없고 밖에서만 문을 열 수 있다. 빠삐용집은 글감옥에 갇힐 작가들을 모집하고 있다.

 

여성 죄수들이 수용됐던 여사동은 숙박시설인 ‘글감옥’으로 바뀌었다. 감옥이니 당연히 안에서는 열 수 없고 밖에서만 문을 열 수 있다. 빠삐용집은 글감옥에 갇힐 작가들을 모집하고 있다.

여성 죄수들이 수용됐던 여사동은 숙박시설인 ‘글감옥’으로 바뀌었다. 감옥이니 당연히 안에서는 열 수 없고 밖에서만 문을 열 수 있다. 빠삐용집은 글감옥에 갇힐 작가들을 모집하고 있다.


 

전남 장흥군 옛 장흥교도소 ‘빠삐용집’ 여행자연방에 기념사진을 찍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벽면에는 ‘세상이 감옥 같고 삶이 형벌 같을 때 이곳이 당신의 안전지대가 될 것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전남 장흥군 옛 장흥교도소 ‘빠삐용집’ 여행자연방에 기념사진을 찍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벽면에는 ‘세상이 감옥 같고 삶이 형벌 같을 때 이곳이 당신의 안전지대가 될 것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교도소 물품들이 전시된 교도소 테마관.

교도소 물품들이 전시된 교도소 테마관.


 

시대별로 면회를 체험해볼 수 있는 접견실.

시대별로 면회를 체험해볼 수 있는 접견실.


 

죄수들이 실제 생활했던 공간은 예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수용동에는 종이로 만든 칫솔걸이와 2014년 마지막 배식표, 음식을 받던 배식구, 빨래걸이, 열악한 화장실 등을 실제로 볼 수 있다. 옛 장흥교도소에서 가장 흥미로운 공간은 운동장이다. 팔각감시대가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운동장을 내려다보고 있다. 운동장 한가운데 서면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김영현 빠삐용집 사업단장은 “세상이 감옥 같고 삶이 형벌 같을 때 사색과 해방의 공간을 열어 치유와 회복이 이루어진 당신들의 안전지대가 되어줄 수 있다”고 옛 장흥교도소 문화재생사업의 취지에 관해 설명했다. 누구나 살다보면 힘들고 지치는 순간이 온다. 세상에서 도망가고 싶어진다. 이럴 때 단절된 실제 교도소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은 어떨까?

 

미결수가 생활하던 외부수용동 빨래걸이에 산비둘기가 둥지를 틀고 앉아 있다.

미결수가 생활하던 외부수용동 빨래걸이에 산비둘기가 둥지를 틀고 앉아 있다.


 

교도소가 폐쇄됐던 2014년 4월 빵 공급표가 그대로 남아 있다.

교도소가 폐쇄됐던 2014년 4월 빵 공급표가 그대로 남아 있다.


 

내부수용동 수감시설에 종이로 만든 칫솔걸이가 달려 있다.

내부수용동 수감시설에 종이로 만든 칫솔걸이가 달려 있다.


 

죄수들이 실제 사용했던 목욕탕. 배우 한석규가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프리즌’에 등장했던 공간이다.

죄수들이 실제 사용했던 목욕탕. 배우 한석규가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프리즌’에 등장했던 공간이다.


 

낡고 열악한 외부수용동의 모습.

낡고 열악한 외부수용동의 모습.


 

옛 장흥교도소 운동장 보행로에 민들레 꽃이 피어있다.

옛 장흥교도소 운동장 보행로에 민들레 꽃이 피어있다.


 

사진·글 장흥(전남)=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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