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 사람들이 거닌다. 한적하고 느긋하다. 폭만 100여m 되는 넓은 모래사장 덕에 더 여유가 느껴진다. 그 모래사장을 반려견들이 누빈다. 반려‘조랑말’도 있다. 아이들은 바닷바람에 연을 날렸다. 보이는 건 바다와 모래, 들리는 건 바람 소리였다. 사람들은 잠시 자연에 묻어갔다.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해변 뒤쪽에는 카페도 식당도 없었다. 수백 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모래언덕(사구)이 있을 뿐이다.
네덜란드 제일란트주 오스트카펠러 마을 북쪽 끝에는 ‘오란예존’(Oranjezon)이라 부르는 자연보호구역이 있다. 아주 옛날 이곳을 소유했던 오라니언(Oranien) 왕자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마을 끝을 지나 이곳에 다다르면 울창한 소나무숲이 보인다. 그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걸으면 금세 평평한 들판이 펼쳐진다. 산사나무와 블랙베리도 눈에 띄었다. 사슴이 주로 서식하는 공간이다. 그 들판 끝에 1200~1700년에 만들어진 사구가 있다. 여길 넘으면 해변이다.
2024년 2월12일 오전 이곳을 찾았다. 월요일이지만 벌써 오란예존 입구의 주차장 절반이 찼다. 마을에서 걸어오거나 자전거를 타고 오는 관광객도 많았다. 여기는 독일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독일 관광객도 많이 온다. 아이들과 함께 해변을 찾은 스벤야 게오르크(43), 슈템레 슐테(42) 부부도 차로 3시간 정도 걸리는 독일 쾰른에서 왔다. 자주 이곳을 찾는다는 슐테는 “자연이 잘 보존됐고 아름답다”며 “아이들 교육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매년 오고 싶은 곳”이라고 말했다.
오스트카펠러는 연간 5만여 명의 관광객이 오지만, 이곳에 사는 주민은 2500여 명에 불과하다. 주민은 대부분 농업에 종사하는데 숙박업도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 오스트카펠러에서 교직 생활을 하다 은퇴한 다비드 헤브저(74)는 관광안내소에서 자원봉사를 한다. 그는 “여긴 둑이 없기 때문에 습지나 갯벌, 사구 등이 잘 보존됐다”며 “주로 자연친화적 관광객이 많다. 자연과 관광이 조화를 이루는 도시”라고 말했다.
오스트카펠러(네덜란드)·장크트 페터오르딩(독일)=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글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사람이 물러서니 자연이 밀려왔다
https://h21.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55206.html
새 심장 소리 듣고, 고래가 되어보는 수업
https://h21.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55189.html
바덴해 홍합은 누가 키워? 양식 합의의 전말
https://h21.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55207.html
“국립공원이 가져온 실질적 이익, 데이터가 보여줬다”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삼성전자, 엔비디아에 HBM 납품’ 외신 또 오보
[속보] ‘탄핵재판’ 이상민 증인 채택…선관위 사무총장 포함 5명
헌재 재판관 가족관계 들쑤시는 국힘…법정 싸움은 자신없나
재벌총수 처벌=기업 타격? “되레 투자 늘고 경영 안정”
[단독] 공수처, 윤석열이 뭉갠 검사 3명 이어 4명 신규 임명 요청
미국 추락 여객기에 한국계 입양 16살 피겨선수 탑승
윤석열, 참모들 만나 “여기도 사람 사는 곳…잘 지낸다”
12월3일 그때 그 사람들 [그림판]
오늘 구치소에서 윤석열 만나는 참모들…수감 뒤 첫 일반접견
‘조기 대선’ 조마조마 국힘, ‘이재명 검증’ 빌미 무차별 공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