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압도적 희열

홍콩 지방선거에서 ‘선거 혁명’이뤄낸 시민들
등록 2019-12-02 10:51 수정 2020-05-03 07:17
범민주 진영 후보를 지지하는 홍콩 시민들이 11월25일 이른 아침 친중파 정치인 주니어스 호가 홍콩 지방선거에서 의석을 잃은 것으로 개표 결과가 발표되자 환호하고 있다. 홍콩 유권자 294만여 명이 투표에 참여해 역대 선거에서 최고치인 71.23% 투표율을 기록한 이번 선거에서, 시민들은 86%의 의식을 범민주 진영에 몰아줘 민주화 열망을 보여줬다.

범민주 진영 후보를 지지하는 홍콩 시민들이 11월25일 이른 아침 친중파 정치인 주니어스 호가 홍콩 지방선거에서 의석을 잃은 것으로 개표 결과가 발표되자 환호하고 있다. 홍콩 유권자 294만여 명이 투표에 참여해 역대 선거에서 최고치인 71.23% 투표율을 기록한 이번 선거에서, 시민들은 86%의 의식을 범민주 진영에 몰아줘 민주화 열망을 보여줬다.

홍콩 민주화를 위해 6개월 가까이 싸워온 범민주 진영이 선거에서 압승했다. 11월24일 홍콩 지방선거(구의회)에서 범민주 진영 후보들은 구의회 의석 452석 가운데 388석을 차지했다. 친중 성향 의석은 327석에서 59석으로 쪼그라들었다. 개표 결과가 발표되자, 홍콩 시민들은 투표소 주변과 거리에서 모처럼 되찾은 밝은 표정으로 서로를 축하했다.

당선이 확정된 범민주파 당선자들은 25일 가장 먼저 시위대가 경찰 봉쇄로 갇힌 홍콩 이공대학교를 찾았다. 경찰은 17일 밤부터 시위대가 ‘최후의 보루’로 삼은 홍콩 이공대를 에워싼 채 출입을 막았다. 이날까지 9일째 원천 봉쇄했는데, 경찰은 강경 진압으로 시위대 일부를 연행하기도 했다. 당선자와 시민들은 “날이 추워지고 음식이 떨어지면서 이공대 안 환경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이공대 안 동지들이 정신착란 증상을 겪는 등 인도주의적 위기에 처해 있다”며 경찰의 봉쇄 해제를 요구했다. 사상 초유의 ‘선거혁명’에 다소 태도가 달라진 경찰은 다섯 명의 당선자가 이공대 안에 들어가 시위대를 만나도록 했다.

시위 지도부도 선거에서 크게 이긴 뒤 향후 진로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강경 투쟁 주장에 맞서, 정치개혁과 내년 9월 총선 승리를 위한 준비 작업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홍콩 이공대에서도 11월27일 이 대학 교수들과 의료진이 학교 곳곳을 수색한 끝에 탈진한 여성 시위대 한 명만 발견해, 봉쇄 해제를 앞두고 있다. 민주화 열망을 압도적 표심으로 드러낸 홍콩 시민들의 시선은 이제 베이징을 향하고 있다.

11월25일 홍콩 유권자가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 휴대전화로 개표소 집계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11월25일 홍콩 유권자가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 휴대전화로 개표소 집계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11월25일 민주화 시위를 주도한 조슈아 웡(오른쪽 둘째)과 출마 금지를 당한 웡을 대신해 출마한 범민주 진영 당선자 켈빈 람(맨 오른쪽)이 사우스호라이즌역 들머리에서 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11월25일 민주화 시위를 주도한 조슈아 웡(오른쪽 둘째)과 출마 금지를 당한 웡을 대신해 출마한 범민주 진영 당선자 켈빈 람(맨 오른쪽)이 사우스호라이즌역 들머리에서 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범민주 진영 당선자들이 경찰에 포위된 시위대가 버티고 있는 홍콩 이공대로 들어가고 있다. 이들은 9일째 계속되는 경찰의 봉쇄를 풀어줄 것을 요구했다.

범민주 진영 당선자들이 경찰에 포위된 시위대가 버티고 있는 홍콩 이공대로 들어가고 있다. 이들은 9일째 계속되는 경찰의 봉쇄를 풀어줄 것을 요구했다.

의료진이 11월27일 홍콩 이공대를 수색한 뒤 철수하고 있다. 이공대 관계자는 이날 학교에 시위대가 남아 있지 않다고 발표했다.

의료진이 11월27일 홍콩 이공대를 수색한 뒤 철수하고 있다. 이공대 관계자는 이날 학교에 시위대가 남아 있지 않다고 발표했다.

시위대가 머물렀던 이공대 벽면에 “당신들은 나를 몽상가라 할지 모르지만, 나는 혼자가 아니다”란 글귀가 쓰여 있다. 이 글귀는 존 레넌의 <이매진> 가사의 일부다.

시위대가 머물렀던 이공대 벽면에 “당신들은 나를 몽상가라 할지 모르지만, 나는 혼자가 아니다”란 글귀가 쓰여 있다. 이 글귀는 존 레넌의 <이매진> 가사의 일부다.

경찰과 시위대의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던 홍콩 이공대 캠퍼스 정문 앞 도로에 알 빠진 안경이 떨어져 있다.

경찰과 시위대의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던 홍콩 이공대 캠퍼스 정문 앞 도로에 알 빠진 안경이 떨어져 있다.

11월25일 홍콩 사무직 노동자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홍콩 도심 센트럴에서 송환법 공식 철회와 행정장관 직선제 등 ‘5대 요구사항’을 뜻하는 손가락을 펼쳐 보이며 시위하고 있다.

11월25일 홍콩 사무직 노동자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홍콩 도심 센트럴에서 송환법 공식 철회와 행정장관 직선제 등 ‘5대 요구사항’을 뜻하는 손가락을 펼쳐 보이며 시위하고 있다.

홍콩=사진 AP·AFP·로이터·연합뉴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