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루스(맨 앞)와 누렁이(오른쪽), 곰순이(왼쪽)가 2026년 3월14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동물보호센터 ‘반려온뜰’ 마당에서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산책하고 있다.
모든 사랑에는 책임이 따른다. 특히 동물과 반려하는 일은 더욱 그렇다. 한데 2024년 한 해 동안 전국에서 반려동물 10만6824마리가 버려졌다. 유기견은 7만7304마리다. 이 중 1만8466마리는 보호시설에서 일정 기간 입양을 기다리다 안락사를 당했다.
봄이 고집스러운 겨울에 막혀 기온 0도를 기록한 2026년 3월14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반려온뜰’을 찾았다. 2014년 문을 연 이 동물보호센터는 2025년 3월 반려동물의 따뜻한 공간이라는 뜻인 반려온뜰로 이름을 바꿨다. 이때부터 입양센터와 자원봉사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엄마, 아빠, 쌍둥이 오빠와 함께 이곳을 찾은 10살 임은빈 학생은 평소 길고양이나 유기견을 보면 안타까웠다. 이날 봉사자들과 산책한 네 강아지 중 가장 활동성이 좋은 브루스(5개월)와 함께 달리느라 제법 숨이 찼다. 1분 빨리 태어난 오빠 연성과 교대로 달렸다. “조금 힘들었지만 재미있고 보람찬 하루였다”며 은빈이 웃는다.
초등학교 교사 김민주(32)씨는 강아지를 좋아해 여러 보호소에서 견사 청소, 산책, 놀아주기 등 다양한 봉사를 해본 고수다. 누렁이(10개월)와 함께한 그는 “거리 산책이 아닌 마당 산책이라 조금 아쉬웠다”며 “언젠가 동물과 반려하게 된다면 당연히 유기동물을 입양할 예정”이라고 말한다.
10살 아들과 참여한 임세희씨는 강아지를 좋아하고 보살피고 싶은데 현재 반려가 어려운 환경이다. 가장 얌전한 곰순이(4개월)와 시간을 보낸 뒤 “이곳에 있는 강아지들이 더 사랑스럽고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본래 활발했던 곰순이는 함께 자란 강아지들이 하나둘 입양돼 떠나면서 우울감에 빠져 있다.
산책보다 어려운 청결 봉사를 하는 청년들의 책임감은 더 만만치 않다. 견사에 있는 중형견을 번쩍 안아 이동장에 넣는 손길이 매끄러운 박서윤(20)씨는 대학 교양수업을 통해 보호소 봉사를 시작했다. 3개월째 꾸준히 이곳을 찾은 그는 “버려진 동물이 거리에서 살아가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고, 책임감 없이 동물을 버리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며 “봉사의 마지막 순서로 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나올 때면 뿌듯함에 웃으면서 돌아간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3학년으로 바쁜 시간을 쪼개 아홉 차례나 청결 봉사를 이어온 정하늘(19) 학생은 세 고양이의 ‘집사’다. 2024년 겨울 길에서 구조한 다섯 고양이를 돌보다 둘을 입양 보내고 셋을 가족으로 맞아들였다. “동물을 가까이서 돌보면서 내가 작은 도움이지만 보탤 수 있다는 점이 뿌듯하게 느껴진다”고 말한다.
벽화 그리기와 도서관 책 정리 등의 봉사를 해온 대학생 이정안(22)씨는 유기동물에 대해 “우리 주위 길고양이나 유기견은 건강 상태가 안 좋다. 사람들에게 위협받는 경우도 종종 봤다”고 말한다. 묘사 청소를 마친 뒤 “몸은 고됐지만, 환경을 깨끗하게 하니 고양이에게 도움을 줬다는 생각이 든다”며 방수 앞치마를 벗는다.
이날 현재 반려온뜰에는 개 103마리와 고양이 136마리가 머물고 있다. 다행히 유기동물 입소 규모는 2018년 한 해 1755마리에서 2025년 952마리로 꾸준히 줄고 있다. 이는 과거 입소 동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품종견이 현재 10%대로 크게 줄어든 영향으로, 동물등록제 효과와 반려인들의 인식 개선에 따른 것이라는 고양시 농업기술센터의 평가다.
‘처음부터 유기견인 개는 없습니다’란 책을 쓴 한은 작가는 “사납게 태풍 오시는 어느 밤/ 개들이 가장 공포를 느낀다는 그날에/ 하얀 멍멍이 한 마리가/ 겁을 무릅쓰고 태풍에게 기도했다지요/ 집밥 좀 먹게 해주세요”라고 적었다.
가족으로 받아들인 사랑을 다시 거리로 내쫓는 이가 있는가 하면, 배신당한 사랑을 대가 없이 돌보고 이를 넘어 다시 품어주는 이도 있다. 동물이나 사람이나 거리의 삶은 고단하고 슬프다.
사진·글 이정우 사진가
*낯섦과 익숙함, 경험과 미지, 예측과 기억, 이 사이를 넘나들며 감각과 인식을 일깨우는 시각적 자극이 카메라를 들어 올립니다. 뉴스를 다루는 사진기자에서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변신한 이정우 사진가가 펼쳐놓는 프레임 안과 밖 이야기. 격주 연재.

박서윤씨가 반려온뜰 견사를 청소하려고 유기견을 옮기고 있다. 이 모습을 다른 유기견들이 내다본다.

이정안씨(오른쪽)과 김다안 학생이 반려온뜰 견사에서 설거지하고 있다.

박서윤씨가 반려온뜰 묘사에서 캣타워 주변을 청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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