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이부이가 2026년 3월23일 베트남 다낭시 디엔반박구 라토촌 들녘에서 어머니와 두 동생이 한국군 총격에 숨진 현장을 가리키고 있다. 뒤쪽에 학살 희생자들이 묻혔던 집단묘지와 비석이 보인다. 1968년 1월 당시 마을이 있던 곳이 지금은 논밭으로 변했다.
2026년 2월28일(현지시각)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을 시작으로 한 달 넘게 진행 중인 이란 전쟁에서 이란 민간인은 최소 1616명(미국 소재 이란 인권단체 HRANA 4월5일 추산) 희생됐다. 샤자레 타이예베 초등학교에서 수업을 받던 중 오폭으로 숨진 170여 명의 학생을 포함해 어린이 사망자가 244명에 이른다. 전쟁이란 이름으로 자행된 ‘학살’이다.
58년 전 베트남전쟁에 파병된 우리 군도 그곳 주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당시 열한 살 소년으로 한국군 총격에 어머니와 두 동생을 잃은 타이부이가 2026년 3월23일 일흔 노구를 끌고 논밭으로 변한 학살 현장을 찾았다. 한국군은 1968년 1월18일 다낭시 디엔반박구(옛 꽝남성 디엔반시 디엔호아사) 라토촌에서 총과 유탄발사기, 수류탄 등으로 주민을 학살했다. 베트남은 2025년 7월1일 전국 63개 성과 시를 34개(28개 성과 6개 중앙직할시)로 통합해 당시 꽝남성이 다낭시로 편입됐다.
이날 아침 들려온 포성에 남자 어른들은 몸을 피했고, 집에 남았던 부이는 어머니, 두 동생과 함께 옆집 방공호로 숨었다. 포성이 멈춰 방공호를 나온 부이 가족과 이웃 주민들은 한국군의 무차별 총격을 받았다. 부이의 어머니 응우옌티엔(당시 36)은 막내아들 타이바끄이(3)를 끌어안은 채 두 팔과 다리에 총을 맞아 사지가 모두 잘려나간 상태로 몇 시간을 버티다 결국 숨졌다. 바끄이도 엄마 품에서 숨졌고, 딸 티믕(7)도 목숨을 잃었다.
부이는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이 끔찍한 상황을 생생히 기억한다. 자신과 함께 방공호에 숨었다 나온 10명의 가족과 이웃을 포함해 몸을 피하지 못한 마을 주민 45명이 몰살당한 이날, 홀로 살아남은 것에 “하늘이 도왔다”고 말한다.

타이부이가 2026년 3월23일 다낭시 디엔반박구 라토촌 자신의 집에서 학살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은 새어머니 윈디트헝.
이날 아침 청년들과 마을을 떠났던 부이의 아버지 타이쯕(당시 29)은 밤에 돌아와 이 처참한 상황을 마주했다. 이튿날 오전까지 가족과 이웃의 주검을 수습하고 오후에야 아들 부이를 만났다. 분노한 타이쯕은 다른 희생자 유족들과 함께 미군 초소를 찾아가 주검을 앞세운 채 사과와 배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답을 듣지 못했고, 얼마 뒤 이 시위를 빌미로 미군에 체포돼 두 달여 동안 감옥에 갇혔다.
부이와 타이쯕은 2019년 4월 한국 정부의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청와대에 보냈다. 하지만 타이쯕은 답을 듣지 못한 채 2021년 타계했고, 부이도 현재까지 아무런 답을 받지 못했다. 부이는 “과거는 이미 흘러간 것이니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며 “한국 사람을 싫어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당시 한국군이 집을 모두 불태워 마을이 사라지자 부이는 아버지와 함께 고향을 떠나 다낭시에서 여러 허드렛일을 하며 살았다. 그는 “나이가 들어 이제 무릎 등 여러 곳이 아프고, 특히 허리가 안 좋아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부이는 한국 정부와 한국 사람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한국군의 학살 피해를 입은 생존자와 유족을 지원하려면 정부 등을 통하지 말고 피해자를 직접 지원해달라”고 했다. 그는 이어 “참혹하게 희생된 어머니와 동생들, 그리고 이웃 주민들을 추모하는 위령비를 세우려고 수십 년 동안 애써봤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며 “이제 몸이 아파 내 손으론 불가능해진 위령비 건립에 한국 정부가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고 두 손을 모았다.
학살 현장 바로 옆에 임시로 만들어졌던 집단묘지는 유족들이 하나둘 가족의 유해를 이장하면서 찾는 이도 돌보는 이도 없다. 마을이 불타 없어진 자리는 논밭으로 변해 차도는커녕 걸어 들어갈 논둑길마저 끊겼다.
무릎이 아파 실개천도 건너뛰기 어려운 부이가 엄마와 두 동생이 처참하게 숨져간 현장으로 가려다 길이 끊어진 곳에 섰다. 그리고 지팡이를 들어 올리며 말한다. “그래도 위령비는 이곳에 세워주세요.”
사진·글 이정우 사진가
*낯섦과 익숙함, 경험과 미지, 예측과 기억, 이 사이를 넘나들며 감각과 인식을 일깨우는 시각적 자극이 카메라를 들어 올립니다. 뉴스를 다루는 사진기자에서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변신한 이정우 사진가가 펼쳐놓는 프레임 안과 밖 이야기.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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