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숲맨발걷기학교 참가자들이 2026년 4월25일 맨발걷기를 마친 뒤 흙길, 숲길, 돌길을 완주한 자신의 발을 들어 올리고 있다.
한 걸음 옮길 때마다 모난 돌멩이가 발바닥을 찌른다. 흙길을 만나면 고운 입자가 감싸는 포근함에 평화가 찾아온다. 숲으로 들어가자 마른 풀이 발을 간질인다. 때론 부러진 잔가지가 파고드는 찌릿한 통증으로 머리가 쭈뼛해진다. 맨발로 땅을 만나려는 사람들이 2026년 4월25일 서울 성동구 뚝섬로 서울숲에서 열린 서울숲맨발걷기학교에 참가했다. 2020년 9월27일 문을 열어 한겨울을 제외하고 주말마다 진행한 이 맨발걷기 체험 학교는 이날로 200회를 맞았다.
맨발로 처음 걸어보는 입문자부터 이미 일상에서 맨발걷기를 실천하고 있는 고수까지 다양한 참가자들이 함께한다. 이 학교에 가면 먼저 잔디광장에서 신발과 양말을 벗는다. 그리고 김도남(65) 교장이 이끄는 맨발체조를 하면서, 다치지 않고 걷는 방법을 배운다. 가장 중요한 안전수칙은 ‘눈앞 1~2m의 지면을 살피면서 걷는 것’과 ‘발로 땅에 도장을 찍듯 짧은 보폭으로 걷는 것’이다. 이를 ‘거북이걸음’이라고 부른다.
체조를 마치고 출발에 앞서 자원봉사를 신청한 참가자들에게는 집게와 쓰레기봉투를 준다. 건강을 돌보며 자연을 아끼는 봉사에 함께하기 위해서다. 이날 맨발걷기를 처음 경험한 30대 청년 최상경씨는 맨발걷기와 쓰레기줍기를 함께한다는 취지가 신선해 참가했다고 한다. 최씨는 “발에 닿는 바닥의 형태를 처음 직접 느끼면서 몸에 활기가 돌아 긴장이 풀렸다”며 “바닥만 보던 삶에서 자연을 보는 시야를 갖게 돼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걷고 나니 마음이 평온해지고 혈액순환이 잘되는 느낌이고, 함께 걸은 분들과 유대감이 좋았다”며 앞으로 계속할 뜻을 비쳤다.
50대 중학교 교사인 정현아씨는 이날이 열 번째쯤 되는 맨발걷기다. 제주도 여행 중 용암 분출 때 만들어진 붉은 흙 ‘화산송이’를 밟으며 걷는 동안 동행들의 권유로 처음 맨발로 걸었다. 그 서걱거리는 감촉을 잊지 못해 이어오고 있다. 그는 “발바닥이 아프기는 하지만 건강을 생각하며 걷다보면 흙의 느낌이 상쾌하게 전달되면서 컨디션이 회복된다”며 “흙과 나무와 꽃들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고 감사한 마음이 들어 최고의 기분”이라고 말한다.
구청에서 맨발길 관리를 맡으면서 2024년 2월 맨발걷기를 접한 최종수(72)씨는 이미 500회 이상 맨발로 걸으며 일상 속 실천을 하고 있다. “맨발로 걸으면 상쾌한 생동감을 느끼고 잔병이 사라지는 것 같다”는 그는 “건강한 노후를 보내려 계속하고 있고, 그 효과인지 지금도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맨발걷기가 국내외에서 주목받게 된 것은 2010년 미국의 거부 클린턴 오버와 심장전문의 스티븐 시나트라, 대체의학자 마틴 주커가 ‘어싱: 역사상 가장 중요한 건강상의 발견!’이란 책을 함께 펴내면서다. 이 책은 세계 15개 이상의 나라에 번역 출간됐다. 간농양으로 간의 80% 이상이 기능을 상실한 뒤 회복기에 있던 오버가 자신의 몸을 땅과 접지하는 ‘어싱’(Earth+ing)을 통해 통증이 줄어들고 숙면을 취한 경험을 토대로 10년간의 임상 결과를 담은 책이다.
아직 현대 과학에서 인정받지는 못하지만, 음전하(전자)로 가득한 지구 표면을 맨발로 접촉해 인체와 지구가 전자기적으로 동기화함으로써 양전하(활성산소)를 줄여 자연의 생명 활동을 회복한다는 원리다. 어싱 주창자들은 “한번에 10억V가 넘는 전압으로 지표면을 내리치는 번개는 무한의 전자를 땅으로 방출해, 지구는 무한대의 전자로 가득한 거대한 배터리”라고 설명한다.
서울숲맨발학교 교장이자 국제맨발걷기협회를 이끄는 김도남 교장은 “맨발걷기는 치유가 아니고 회복이며, 운동이 아니라 연결”이라며 “맨발로 대지와 연결되고, ‘맨마음’으로 자신을 성찰하며 스스로를 발견하는 실천”이라고 말한다. 그는 맨마음이란 ‘새롭게 시작하는 긍정적이고 이타적인 마음씀’이라 정의한다.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모야모야병이란 희귀질환으로 17년 동안 병석에 누운 아내를 2024년에 떠나보낸 김 교장은 “타임머신이 있다면 아내가 아프기 전으로 돌아가 함께 맨발걷기를 하고 싶다”는 아쉬움을 자신의 책 ‘맨발걷기’에 적었다. 그는 자신과 이웃이 건강하게 살다가 평화롭게 세상을 떠날 수 있기를 바라며 무선 마이크를 멘 채 맨 앞에서 맨발로 걷는다.
사진·글 이정우 사진가
*낯섦과 익숙함, 경험과 미지, 예측과 기억, 이 사이를 넘나들며 감각과 인식을 일깨우는 시각적 자극이 카메라를 들어 올립니다. 뉴스를 다루는 사진기자에서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변신한 이정우 사진가가 펼쳐놓는 프레임 안과 밖 이야기. 격주 연재.

서울숲맨발걷기학교 참가자들이 맨발걷기에 앞서 맨발체조를 하고 있다.

서울숲맨발걷기학교 참가자들이 낙엽이 쌓인 숲길을 걷고 있다.

서울숲맨발걷기학교 참가자들이 길에 떨어진 봄꽃을 자신의 발에 올려놓고 있다.

참가자들이 서울숲 개울가에 앉아 달아오른 발을 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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