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호명산 정상 주변에 자리한 호명호수 주위가 단풍에 붉게 물든 2025년 11월15일 탐방객들이 호수 주변을 걷고 있다.
경기도 가평에 있는 호명산(해발 632m) 9부 능선에 물이 담겨 호명호수 또는 ‘호명 천지’라 부르는 저수지 주변이 온통 붉게 물들었다. 청평호에서 끌어올린 물 위에 파란 가을 하늘이 거울처럼 비친다.
이곳은 1975년 12월 착공해 1980년 4월에 준공한 우리나라 최초의 양수발전소인 청평양수발전소 상부저수지다. 물을 가득 채웠을 때 수심은 30m, 저수량은 267만t에 이른다. 전력 사용이 가장 적은 심야 시간에 청평호 하부저수지의 물을 끌어올려 이곳에 담아뒀다가 전력 사용이 가장 많은 시간대나 전력 수급이 부족할 때 물을 흘려보내며 터빈을 돌린다. 해발 535m의 상부저수지와 해발 51m인 하부저수지의 낙차를 이용해 해발 –10m에 자리한 지하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든다. 청평호에 담긴 북한강 물을 펌프로 끌어올려 이곳을 가득 채우는 데 6시간이 걸리고, 이를 모두 방출하면 240만㎾h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이는 4인 기준 약 6천 가구가 1달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호명호수 동쪽 가장자리에 떠 있는 거대한 거북 모양 구조물은 수면부유식 태양광발전 설비다. ‘하늘거북’이란 이름의 이 거북 등에 부착된 태양광 패널(모듈) 24장이 햇빛을 받아 전기를 생산한다. 하루 약 20㎾의 전기를 만들어 호명호수 주변의 가로등을 밝히고 친환경 에너지 실험에 활용된다.
호명산은 산에 바위가 많고 범(호랑이)이 많이 울어대는 산이라 해서 범울산이라 부르다가 호명산으로 굳어졌다는 유래가 전해진다. 이 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은 양수발전소가 ‘에너지 저장 장치’ 같은 기능을 한다며 기후위기와 지역소멸 위기의 대안으로 소개한다. 또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양수발전소 유치 지역에 50년간 주어지는 수백억원의 지원금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유치 경쟁을 벌이기도 한다.
하지만 강원도 홍천군 화천면 풍천리 주민들은 홍천군이 양수발전소 유치 신청을 한 2019년부터 7년째 건립 반대 싸움을 벌이고 있다. 상·하부저수지를 만들려면 댐을 지어야 하고, 물에 잠기는 곳의 주민들은 이주해야 한다. 또 이 과정에서 멸종위기 동식물이 사는 상당량의 숲이 훼손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이곳과 함께 강원 양양, 전북 무주, 경북 예천·청송, 경남 산청·삼랑진 등 7곳의 양수발전소가 있다. 경남 합천과 전남 구례·곡성, 경북 영양·봉화, 충남 금산 등에서도 양수발전소 건설을 추진 중이다. 청평양수발전소 건설 당시인 1970년대에 호명호수 자리에는 세 가구가 살던 상지마을이 있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청평호를 하부저수지로 활용할 수 있어, 이 마을만 사라지고 건설이 진행됐다.
가평9경 중 제2경으로 꼽히는 호명호수에는 2025년 들어 11월 현재까지 탐방객 7만여 명이 들렀다. 이제 동절기인 12월1일부터 2026년 2월28일까지는 산간 도로의 안전 문제로 호명호수까지 가는 버스 운영이 중단된다.
태양광·원자력 등 다른 전원의 잉여전력을 활용할 수 있어 ‘그린에너지’라는 홍보와 주민의 삶터와 자연을 훼손하는 ‘그린워싱’이란 비판을 함께 받는 양수발전소. 그 1호인 호명호수의 겨울 풍광을 보려면 주차장에서 호수까지 3.7㎞를 걸어야 한다.
가평(경기)=사진·글 이정우 사진가
*낯섦과 익숙함, 경험과 미지, 예측과 기억, 이 사이를 넘나들며 감각과 인식을 일깨우는 시각적 자극이 카메라를 들어 올립니다. 뉴스를 다루는 사진기자에서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변신한 이정우 사진가가 펼쳐놓는 프레임 안과 밖 이야기. 격주 연재.

태양광 집전판을 등에 업은 ‘하늘거북’이 호명호수 위에서 햇빛에 빛나고 있다.

청평양수발전소와 관련한 기록을 보관한 타임캡슐이 호명호수공원 안 미로정원에 늘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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