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중구 명동에 성탄 트리가 불을 밝힌 2025년 12월5일 외국인 관광객과 시민들이 명동예술극장 앞 거리를 걷고 있다.

짐을 실어 나르는 이동용 받침대가 줄지어 세워진 서울 중구 명동 뒷골목에서 12월5일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세밑을 맞은 서울 명동 거리가 사람들로 북적인다.
조선시대 명례방골이라 불리는 한성부 남부 주택 밀집 지역이었던 이곳은, 일제강점기에 명치정(메이지마치)으로 불리다가 해방 뒤 ‘밝은 골짜기’란 뜻의 한자 이름인 명동이 됐다. 일제 때 충무로와 함께 상업지구로 개발된 명동은 한국전쟁 전후 서울의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 노릇을 했다.
당시 문화·예술인이 다방과 술집에 모여 예술과 인생을 논하던 명동은, 전후 복구가 이뤄진 1950년대 중반 고층 빌딩이 들어선다. 고급 양장점과 양화점, 대형 백화점, 금융기관 등이 촘촘히 자리하면서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도 즐겨 찾는 쇼핑과 관광의 명소가 됐다.
1970년대에는 자를 든 채 미니스커트와 장발을 단속하던 경찰에 붙잡힌 멋쟁이들을 명동파출소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이때 명동은 토요일 오후마다 통기타를 둘러멘 무명 가수들이 줄을 이었다. 대표적인 라이브클럽 명동 쉘부르 무대에 서려면, 참가비 100원을 카운터에 내고 유명 디제이이자 피디인 이종환씨 앞에서 통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오디션을 통과해야 했다.
1980년대 강남 개발과 함께 금융기관이 여의도로 옮겨 가고 압구정동·청담동 일대가 새로운 패션 중심지로 떠오르자 최신 유행의 본거지이던 명동의 위세가 움츠러들었다. 그럼에도 서울 도심 투어에 나선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명동 거리는, 세계를 강타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사자보이스의 거리 공연 배경으로 등장하면서 다시 한번 전기를 맞았다.
사자보이스가 춤췄던 명동예술극장(옛 국립극장) 앞 빈터와 거리는 해거름 녘이면 먹거리를 파는 노점들로 가득 찬다. 관광객을 끌어당기려 노점마다 밝힌 불빛으로 명동은 한층 더 밝게 빛난다.
한데 밝은 골짜기 명동에도 어두운 골목이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이들이 담배 한 모금의 여유를 찾는 곳, 주머니가 헐한 이들에게 따뜻한 한 끼를 내줄 소박한 식당들이 자리한 건물과 건물 사이 좁은 골목길이다.
이른 아침부터 몸 쓰는 일을 한 이들은 오전 11시께 이 골목길 식당을 찾는다. 명동 복판 식당에서 1만원 아래 메뉴를 찾기 어렵지만, 이곳 식당은 잔돈을 거슬러 받을 만한 메뉴가 제법 있다.
빛이 넘치는 거리에는 여행이 주는 자유로움과 설렘으로 달뜬 사람들이 넘쳐나지만, 다른 한쪽에는 불안정한 체류 자격과 고된 노동에 지친 이들이 있다. 이들에게는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진 어스름한 골목이 더 포근할 수 있다. 빛이 품지 못한 곳을 그림자가 덮어줄 때도 있는 법이다.
정호승 시인은 밝은 골짜기를 내려다보며 선 ‘명동성당’을 이렇게 불렀다.
“바보가 성자가 되는 곳/ 성자가 바보가 되는 곳/ 돌멩이도 촛불이 되는 곳/ 촛불이 다시 빵이 되는 곳”

외국인 가족이 10월29일 먹거리 노점이 들어찬 서울 명동 거리에서 붕어빵을 사고 있다.

시민들이 9월23일 명동 뒷골목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쉬고 있다.
사진·글 이정우 사진가
*낯섦과 익숙함, 경험과 미지, 예측과 기억, 이 사이를 넘나들며 감각과 인식을 일깨우는 시각적 자극이 카메라를 들어 올립니다. 뉴스를 다루는 사진기자에서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변신한 이정우 사진가가 펼쳐놓는 프레임 안과 밖 이야기.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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