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계관을 쓴 대학 졸업생이 2025년 12월11일 이탈리아 피렌체의 피렌체대성당 앞에서 가족과 친지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월계관을 쓴 대학 졸업생이 12월10일 시에나의 캄포 광장에서 친구들과 샴페인을 나눠 마시고 있다.

한 박사과정 졸업생이 월계관을 쓴 채 12월10일 시에나의 캄포 광장에서 친구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졸업이란 이름으로 대학 문을 나서는 것은 진정 영예로운 일일까.
월계관을 쓴 이탈리아 대학 졸업생이 피렌체 두오모(대성당) 앞에서 가족과 친지들에게 둘러싸여 축하를 받는다. 중세시대부터 무역과 금융으로 경제력을 쌓아 올려 이탈리아 경제·문화의 중심지인 피렌체에는 12개 학부에 5만여 명이 재학 중인 피렌체대학 등 여러 대학이 있다.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중세 광장으로 꼽히는 시에나의 부채꼴 모양 캄포 광장에서 만난 대학 졸업생 역시 월계관을 쓴 채 친구들과 샴페인을 나눠 마신다. 또 박사과정을 마친 졸업생이 쓴 월계관에는 박사(Dottoressa di ricerca)란 글귀가 적힌 띠가 달렸다. 시에나는 시에나대학의 학생과 교수가 도시 인구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대학 도시다. 1240년 ‘스투디움 세네세’란 이름으로 설립돼,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교 중 하나인 시에나대학은 최초의 공립학교이기도 하다.
고대 그리스에서 올림픽 우승자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개선장군에게 명예의 상징으로 씌워줬던 월계관은 로마에서 왕관으로 쓰였다. 이탈리아의 대학은 월계관을 뜻하는 ‘라우레아 트리엔날레’(Laurea Triennale)라 부르는 3년의 학사과정과 ‘라우레아 마지스트랄레’(Laurea Magistrale)라는 2년의 석사과정으로 이뤄진다. 의학, 법학, 건축 등 일부 분야는 교육 기간이 다르다. 졸업생은 ‘월계관을 쓴 이’란 뜻으로 라우레아토(Laureato)라고 부른다.
이탈리아의 대학 졸업식은 베네치아의 산마르코 광장처럼 도시의 명소에서 열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많은 대학은 졸업식을 따로 열지 않고, 논문이 통과돼 졸업 자격을 갖춘 졸업생이 개인적으로 월계관을 쓰고 졸업사진을 찍는다. 이 월계관은 가족이나 친구가 만들어주고, 유학생처럼 만들어줄 이가 마땅치 않으면 스스로 만들기도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21년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대학 진학률은 28.3%다. 이는 같은 유럽 나라인 영국(57.5%), 프랑스(50.3%), 독일(35.9%)에 견줘 크게 낮은 수치다. 우리나라 2025년 대학진학률 76.3%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더욱이 이탈리아 대학은 의과대학 등 일부 전공을 제외하면 졸업률이 매우 낮다. 이를 고려하면 대학을 졸업한 청년 비율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고 추정할 수 있다.
대학 졸업생을 ‘월계관을 쓴 사람’이라 부를 만한 비율이다. 이들에게 영예를 부여할 이유는 또 있다. 직업 교육이 발달한 이탈리아에서는 대학 졸업생 상당수가 학자의 길을 걷는다. 명품 브랜드가 수두룩한 이 나라에서 취업할 청년들은 관련 직업학교로 진학하고, 배고픈 학문의 길을 걸으려는 이들이 대학에 남아 학위를 받는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연평균 성장률이 0.03%로 남유럽의 최저 수준을 기록하며 경제성장이 정체된 이탈리아의 청년 고용률은 유럽 내에서도 낮은 편이다. 2014년 43.4%로 역대 최고를 기록한 청년 실업률은 최근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지만, 2025년 10월 19.8%로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5.3%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편이다. 정보기술(IT)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구조적 실업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이탈리아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지구촌 곳곳의 청년들이 성장이 정체된 공동체 속에서 교육이란 이름의 수련을 마치고 새로운 출발을 하기가 팍팍한 시대다. 학교 문을 나서는 이들에게 ‘영예’란 이름으로 월계관을 씌워주는 것도 이 시대 청년들에게 작은 위로가 될 것 같다.
피렌체·시에나(이탈리아)=사진·글 이정우 사진가
*낯섦과 익숙함, 경험과 미지, 예측과 기억, 이 사이를 넘나들며 감각과 인식을 일깨우는 시각적 자극이 카메라를 들어 올립니다. 뉴스를 다루는 사진기자에서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변신한 이정우 사진가가 펼쳐놓는 프레임 안과 밖 이야기.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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