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과 관광객들이 2025년 11월11일 대형 엘이디(LED) 전광판이 늘어선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광장을 걷고 있다.
고개 숙인 이는 스마트폰을 보고, 고개 든 이는 대형 엘이디(LED·발광다이오드) 전광판을 본다. 서울 광화문광장 앞 건널목 풍경이다.
서울 을지로 입구 네거리도 대형 전광판이 빼곡하다. 엘이디 기술이 발전하면서 곡선형(커브드) 전광판도 등장했다. 원형 건물을 감싸거나, 90도로 꺾여 모퉁이를 돌면서도 영상을 볼 수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짧고 자극적인 영상이 주류를 이루는 것처럼, 거리를 밝히는 전광판 영상도 강력한 순간의 자극으로 시민들을 사로잡는다. 인기 만화 캐릭터가 호들갑을 떨고, 유명 배우가 명품을 걸친 채 연기에 골몰한다.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황희찬 등 국가대표 축구 선수들이 팔짱을 낀 채 ‘여기는 우리의 홈’이란 글귀로 홈팬의 응원을 호소하기도 한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휘감은 전광판에선 광복 80주년을 축하하는 글귀와 거북선이 힘차게 바다를 헤치고 나가는 영상이 고화질로 재현된다.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뤄냈던 2002년에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곳에 대형 전광판이 붙박이로 설치된 곳이 몇 곳뿐이었다. 그중 대표적인 곳이 서울 세종로 일민미술관 옥상이다. 자연스레 광화문 네거리를 가득 메웠던 수십 만의 거리 응원단은 일민미술관 옥상 전광판을 향해 자리를 잡았다. 이 전광판은 곡선형으로 진화해 지금도 영상을 내보내고 있다.
서울광장이나 강남역 네거리 등에 모인 거리 응원단 앞에는 임시무대와 전광판이 설치됐다. 이곳들의 강점은 경기에 앞서 무대에 오른 록밴드가 ‘오 필승 코리아’ 등 응원곡을 라이브로 연주하며 시민들의 열기를 끌어올린 것이다. 경기 호각이 울리기도 전에 승리를 갈구하는 열망이 거리를 휩쓸었다.
광화문광장을 둘러싸고 늘어난 전광판의 운영자는 공공기관부터 통신사, 미디어 기업 등 제각각이다. 그 때문에 불법적인 계엄을 규탄하거나 내란을 일으킨 최고 권력자를 권좌에서 끌어내리려 시민들이 광장을 가득 메웠을 때, 이 전광판들은 아무 역할도 하지 못했다.
사회·정치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운 전광판들이지만 국가 대항 스포츠에서는 한목소리를 낼 수 있다. 2026년 6월 사상 처음 3개 나라에서 분산해 열리는 북중미 월드컵 때 광장을 찾는 시민들은 실감 나는 영상에 한껏 달아오를 것이다.
벌써 11월 중순을 넘어 2025년 세밑을 향해 달려가는 겨울 어귀, 광장 옆 통신사 전광판에는 “당신의 상상력으로 [ ] 이곳을 채워주세요”라는 글귀가 화면 한 귀퉁이를 가득 메웠다. 그리고 쌍둥이처럼 같은 크기로 나란히 자리한 두 개의 전광판에는 상반신과 하반신이 분리된 만화 캐릭터가 여백을 사이에 두고 각각 움직였다.
그 바로 앞에는 우리의 상상력을 우리만의 문자로 표현할 수 있게 해준 세종대왕상이 자리하고 있다. 각종 영상과 메시지를 쏟아내는 전광판에 둘러싸인 세종대왕은 무엇을 상상하실까? 2002년 4강 신화가 데자뷔처럼 재현되길 기다리실까.
사진·글 이정우 사진가
*낯섦과 익숙함, 경험과 미지, 예측과 기억, 이 사이를 넘나들며 감각과 인식을 일깨우는 시각적 자극이 카메라를 들어 올립니다. 뉴스를 다루는 사진기자에서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변신한 이정우 사진가가 펼쳐놓는 프레임 안과 밖 이야기. 격주 연재.

서울 중구 을지로 입구 네거리 건물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에서 저마다의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대형 전광판이 늘어선 서울 을지로 거리를 시민들이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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