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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 고통·오폭 사망 60년…그 섬에 더 이상 표적은 없다

‘쿠니 사격장’ 폐쇄 20년 …‘매향리평화기념관’ 개관
등록 2025-05-01 22:23 수정 2025-05-04 06:10


매화 향기가 자욱하게 퍼지는 동네인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매향1리’의 옛 명칭은 ‘고온리’였다. 1951년, 미군은 인근 농섬을 사격 표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해 1955년에 공식적으로 ‘쿠니 사격장’을 설치했다. 고온리의 영문 표기(Ko-on-ni)에 따라 ‘코온-니'로 읽어야 하지만, 발음이 어렵다며 미군은 이를 ‘쿠니’(Koon-ni)라고 불렀다.

`매향리평화기념관' 모습. 지하 1층, 지상 2층의 규모의 건축물로 주민들의 삶, 투쟁, 희생을 생생히 담아낸 전시와 체험 공간은 과거의 비극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담고 있다.

`매향리평화기념관' 모습. 지하 1층, 지상 2층의 규모의 건축물로 주민들의 삶, 투쟁, 희생을 생생히 담아낸 전시와 체험 공간은 과거의 비극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담고 있다.


미군은 매해 약 250일, 하루 600~700회가량 사격·포격 훈련을 진행했다. 주민들은 극심한 소음 고통에 시달렸고, 오폭과 불발탄으로 임신부와 어린이들이 목숨을 잃고 상처를 입었다. 1988년 시작된 주민들의 끈질긴 반대 투쟁으로 2005년 사격장은 문을 닫았다.

`매향리평화기념관' 2층 상설전시장 모습. 쿠니 사격장의 설치와 폐쇄, 주민들의 투쟁 등을 담은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매향리평화기념관' 2층 상설전시장 모습. 쿠니 사격장의 설치와 폐쇄, 주민들의 투쟁 등을 담은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쿠니 사격장’ 폐쇄 20년 만인 2025년 4월21일 주민들의 고통과 투쟁의 역사를 담은 ‘매향리평화기념관’이 정식 개관했다. 기념관은 사격장 일부 시설을 보존하고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 보타와 에이치엔에스에이(HnSa)건축사사무소가 공동으로 설계한 지하 1층, 지상 2층의 규모의 건축물이다. 주민들의 삶, 투쟁, 희생을 생생히 담아낸 전시와 체험 공간은 과거의 비극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담고 있다.

`매향리평화기념관' 안 옛 미군이 사용했던 사격통제소 모습. 왼쪽으로 멀리 표적이 됐던 농섬이 보인다.

`매향리평화기념관' 안 옛 미군이 사용했던 사격통제소 모습. 왼쪽으로 멀리 표적이 됐던 농섬이 보인다.


사진은 2025년 4월29일 기념관 안 옛 미군 사격통제실 3층, 핵심 통제소 자리에서 색온도를 높여 찍은 모습이다. 전망대로 꾸며진 공간에서는 한때 표적으로 이용됐던 농섬과 매향리 앞바다가 한 폭의 풍경화처럼 펼쳐진다. 전폭기의 굉음과 포격 소리는 멈췄고, 아픔을 뒤로한 바다에는 붉은 석양이 내려앉았다. 이제는 새들이 평화롭게 날고 선박들이 오가는 고요한 풍경만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이곳에는 더 이상 표적이 없다.

`매향리평화기념관' 안 옛 미군이 사용했던 건물 내부 모습. 다용도실 및 사교클럽으로 벽면에 거울이 설치된 댄스홀 모습.

`매향리평화기념관' 안 옛 미군이 사용했던 건물 내부 모습. 다용도실 및 사교클럽으로 벽면에 거울이 설치된 댄스홀 모습.


`매향리평화기념관' 앞쪽에 전시된 `매향리 평화 역사관' 전시물. 매향리 주민들이 사격장에서 가져온 포탄 폐기물로 만든 `철꽃 화분'과 `푸줏간'모습.

`매향리평화기념관' 앞쪽에 전시된 `매향리 평화 역사관' 전시물. 매향리 주민들이 사격장에서 가져온 포탄 폐기물로 만든 `철꽃 화분'과 `푸줏간'모습.


‘매향리 투쟁 역사 수장고’에 그린 반전평화 벽화 모습. 오폭에 임신 8개월 임신부가 사망하고, 12살 소녀와 30살 어부가 폭탄 파편과 기총 탄환에 다리와 팔목 부상을 입었으며 불발탄에 소년 4명이 사망한 사건 등이 그려져 있다.

‘매향리 투쟁 역사 수장고’에 그린 반전평화 벽화 모습. 오폭에 임신 8개월 임신부가 사망하고, 12살 소녀와 30살 어부가 폭탄 파편과 기총 탄환에 다리와 팔목 부상을 입었으며 불발탄에 소년 4명이 사망한 사건 등이 그려져 있다.


화성(경기)=사진·글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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