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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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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처럼 훨훨, 길원옥 할머니의 명복을 빕니다

등록 2025-02-21 21:01 수정 2025-02-22 11:17


“내가 일본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배가 고파 밥을 달라고 하는 게 아니에요. 옷을 입혀달라고 하는 것도 아닙니다. 내가 일본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역사의 진실을 솔직히 인정하라는 것이고, 그 진실을 기반으로 해서 공식 사죄, 법적 배상 하라는 것이지 돈을 바라는 게 아닙니다.”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이자 여성인권 운동가였던 길원옥 할머니가 평생 소원인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과를 받지 못하고 2025년 2월16일 세상을 떠났다.

길 할머니는 1928년 평안북도 화천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은 평양시 보통강 근처로 이사해 보냈다. 만주에 가면 공장에 취직해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당시 감옥에 갇힌 아버지를 꺼내드리기 위해 만주로 떠났다. 평양역에서 다른 여러 여자아이들과 함께 기차에 태워진 뒤 만주의 전쟁터로 보내졌고 일본군 성노예 생활을 해야 했다. 해방 뒤 인천항을 통해 귀국했지만 분단으로 인해 고향에 돌아가지 못했다. 1998년 정부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된 길 할머니는 매주 수요시위에 참가하고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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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 웃음의 할머니 영정 사진이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할머니 그곳에서는 고단한 삶은 잊으시고 나비처럼 훨훨 자유롭게 날아 평생 보고 싶었던 평양의 가족을 만나세요. 길원옥 할머니의 명복을 빕니다.

사진·글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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