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일본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배가 고파 밥을 달라고 하는 게 아니에요. 옷을 입혀달라고 하는 것도 아닙니다. 내가 일본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역사의 진실을 솔직히 인정하라는 것이고, 그 진실을 기반으로 해서 공식 사죄, 법적 배상 하라는 것이지 돈을 바라는 게 아닙니다.”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이자 여성인권 운동가였던 길원옥 할머니가 평생 소원인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과를 받지 못하고 2025년 2월16일 세상을 떠났다.
길 할머니는 1928년 평안북도 화천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은 평양시 보통강 근처로 이사해 보냈다. 만주에 가면 공장에 취직해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당시 감옥에 갇힌 아버지를 꺼내드리기 위해 만주로 떠났다. 평양역에서 다른 여러 여자아이들과 함께 기차에 태워진 뒤 만주의 전쟁터로 보내졌고 일본군 성노예 생활을 해야 했다. 해방 뒤 인천항을 통해 귀국했지만 분단으로 인해 고향에 돌아가지 못했다. 1998년 정부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된 길 할머니는 매주 수요시위에 참가하고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활동했다.
환한 웃음의 할머니 영정 사진이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할머니 그곳에서는 고단한 삶은 잊으시고 나비처럼 훨훨 자유롭게 날아 평생 보고 싶었던 평양의 가족을 만나세요. 길원옥 할머니의 명복을 빕니다.
사진·글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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