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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 올랐는데 농민 수입 감소…비축미 풀기 전에 해야 할 것

등록 2025-09-11 19:02 수정 2025-09-15 14:44
2024년 9월4일 충남 부여군 농민들이 군청 앞에서 농민대회를 열어 정부에 쌀값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한겨레 송인걸 기자

2024년 9월4일 충남 부여군 농민들이 군청 앞에서 농민대회를 열어 정부에 쌀값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한겨레 송인걸 기자


2025년 9월11일 쌀 20㎏ 소매가(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기준)는 6만1235원이다. 한 해 전보다 19.8% 올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8월11일 ‘비축미 3만t 방출’에 이어 9월5일 ‘5만t 추가 방출’을 발표했다. 8만t은 가구 부문 월평균 쌀 소비량(24만6천t·2024년)의 32.5%에 달하는 막대한 양이다. 정부가 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해 쌀 가격을 떨어뜨리겠다는 의미다. 농식품부는 9월5일 대형마트 지원을 통해 쌀 20㎏당 3천원 할인 폭을 5천원으로 확대한다고도 밝혔다.

쌀생산자협회는 “현재 쌀값은 생산비 상승분을 간신히 반영한 최소한의 회복에 불과하다”며 “(비축미 방출은) 농민 순수익을 사실상 제로로 만들고 쌀농사 지속가능성을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농촌진흥청·농협 등의 자료를 근거로 쌀생산자협회가 계산한 자료를 보면 논 200평 기준 2024년 쌀 판매 수입은 52만원으로 한 해 전(68만2천원)보다 22.2% 감소했다. 반면 농약·인건비 등 경영비(자가경영비 제외)는 2.2% 상승했다.

문제는 농식품부의 예상과 정반대로 비축미 방출 발표 때마다 쌀값이 더 오르는 등 상승세가 되레 가팔라졌다는 점이다. (전년 대비 소매가 8월11일 12.7%↑, 9월5일 17.7%↑) 엄청나 쌀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은 “농식품부는 이번 쌀값 상승이 벼 재배면적 감축 정책에 따라 공급이 부족해진 건 아닌지 아예 살펴보려고도 하지 않는다”며 “가공용 쌀을 떼어내 ‘밥상용 쌀’만 구분하는 수상한 통계로 쌀 소비가 꾸준히 준다는 여론몰이부터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20~2024년 벼 재배면적은 2.8㏊(72만6천→69만8천㏊) 줄어든 반면 밥상용에 가공용을 더한 1인당 한해 쌀 소비량은 70.2㎏에서 72.7㎏으로 늘어났다.(제1550호 참조) 엄 위원장은 이어 “특히 올해는 대대적인 감축 압박으로 재배면적을 2만㏊가량 더 줄여놓았다”며 “곧 수확될 쌀값은 더 올라 일본과 같이 사회적 논란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해 낮은 쌀값을 반영해 수요보다 조금 더 많이 비축해 놓았고, 이것을 올해 가파른 상승에 대응해 풀고 있는 정상적인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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