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4월2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폴 앳킨스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취임 선서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최근 시장을 크게 놀라게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 정책은 단순한 관세 조정을 넘어, 세계 경제에 그림자를 드리울 것으로 전망되면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상호관세는 보편관세 10%를 기본으로, 개별 국가와의 양자 무역수지에 따라 10% 초과하여 부과되는 차등적 관세를 말한다. 한국의 경우, 2024년 기준 대미 상품 무역수지 흑자(약 660억달러)가 대미 수입액(약 1315억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중(약 50.2%)을 기준으로, 그 절반인 약 25%의 추가 관세율이 산정됐다. 상호관세는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라는 미국 우선주의 정책 기조하에 미국의 만성적인 무역수지 적자 해소를 표면적 목표로 삼고 있으나, 이론적 기반과 현실 적용 방식 모두 다양한 논란거리를 내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정책을 통해 이루려는 것이 무엇인지, 결국 성공할 수 있을지는 이제 전세계의 관심사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갈일성’ 하는 미국의 만성적인 무역수지 적자는 한두 나라에 걸쳐 있는 것이 아니다. 문제 해결의 시작으로 ‘일대일’ 양자적 접근 방법을 고려하는 것은 언뜻 보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한 나라씩 수지 문제를 해결하면 미국 전체 무역수지 적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국제무역의 기본 원칙이라 할 수 있는 비교우위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의 분업 구조를 생각한다면 가능하지 않다. 동네 채소가게에 비유해보자.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동네 채소가게에 가서 나날이 높아지는 채소 가격을 보며 투덜거리고, 가게 아저씨가 물건을 비싸게 판다는 둥, 불친절하다는 둥 불평을 늘어놓기 쉽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장 내일부터 가게에서 파는 다양하고 싱싱한 채소를 포기하기 쉽지 않을뿐더러 비용과 시간을 들여 텃밭을 가꾸고 자급자족을 실천에 옮긴다 하더라도, 결국은 쪼그라든 밥상을 마주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회사 업무시간을 줄이고 주말을 쪼개가며 일하다보니 잘하고 있는 본업에 미치는 영향도 만만치 않겠다.
국제무역도 마찬가지다. 지난 30여 년간 정착해온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는 최저 비용으로 일정 수준의 품질을 보장할 수 있도록 설계돼왔다. 당장 관세 부과로 수입품의 품질과 다양성이 떨어지고 가격이 오르는 피해는 고스란히 관세 부과국에 돌아가게 된다. 예를 들어, 미국은 저가 의류를 수출하는 아프리카 최빈개도국인 레소토에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5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는데, 50달러짜리 수입 청바지는 곧 75달러가 될 것이고, 만약 미국에서 생산한다면 가격은 수백달러에 이르게 될 것이다. 또한 비싸게 들여온 수입 중간재는 결국 수입국의 수출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한국산 반도체에 관세가 부과된다면, 반도체를 이용하는 미국 내 대표적인 하류 산업인 컴퓨터, 전자, 가전 또는 인공지능 업계는 비용 상승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고, 수출 경쟁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게 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문제시하는 무역수지 적자의 본질을 좀더 들여다보자. 한 국가의 무역수지(더 큰 틀에서 서비스 등을 포함하는 경상수지 적자)는 본질적으로 정부의 재정수지 그리고 민간에서의 저축-투자 갭과 연계된다. 다시 말해,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미국 정부의 만성적인 재정적자 그리고 낮은 저축률과 높은 투자에 기인한다. 이를 양자 간 무역 관행의 문제로 치환하고 관세라는 수단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는 문제의 본질을 호도할 위험이 있다.
멀리는 2008년 금융위기, 가까이는 2020년 코로나19 위기로 미국 정부는 막대한 규모로 정부지출을 늘렸다. 2024년 기준 미국의 정부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124%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의약품 구매, 코로나19 관련 연구 지원, 각종 생계 지원 등 다양한 방식의 정부지출 증가가 있었고, 이는 각종 의약품, 의료장비뿐만 아니라 태블릿과 같은 전자기기에 대한 지출도 늘리면서 수입 수요의 증가를 수반했다.
재정적자와 아울러 미국에 대한 투자 증가가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늘리는 데 역할을 해왔다는 점 역시 강조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세계 최대 시장으로 이 시장 진입에 성공한다는 것은 기업의 수익성에 도움이 된다. 경쟁력에 자신 있는 기업이라면 누구나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를 원한다. 크고 자유로운 미국 시장은 글로벌 혁신 선도 기업을 만들어냈고 최첨단 분야에서의 높은 성장 가능성은 미국으로 투자가 몰리게 하는 원인 중 하나다. 이는 결국 달러 수요의 증가로 이어지면서 달러화 강세가 나타나고, 이에 따른 구매력 증가와 수입 증가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전세계 대미투자는 제조업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분야와 같은 최첨단 서비스 분야까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사실, 미국은 서비스 분야에 ‘비교우위’가 있다. 서비스업을 수출하고 제조업을 수입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미국 경제분석국(BEA)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미국은 전세계를 대상으로 약 2950억달러 서비스 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 일본 등에 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분야도 지식재산권, 정보통신, 금융뿐만 아니라 관광이나 교육 등 광범위하다. 서비스 수지를 제외한 채 상품에 대한 무역수지만으로 무역 불균형을 논하는 것에 대한 각국의 문제 제기는 지속되고 있지만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최근 기사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상품무역 수지에 따라 관세를 부과한 방식을 서비스 무역에 동일하게 적용하면 중국은 28%, 유럽연합은 15%, 한국도 20% 정도의 대미 서비스 분야에 대한 관세 부과가 가능하다. 물론 현실에서 가능하지 않겠지만 말이다.
서비스 분야를 차치하더라도 미국무역대표부가 공개한 도출식에 따라 산출된 한국의 상품분야 무역 장벽은 약 50%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해 제조업 분야의 대미 관세가 실질적으로 0%라는 것을 인지한다면, 한국의 비관세 장벽이 50%라고 말하는 셈이다. 관대하게 절반으로 깎아 25%가 부과됐다고 한다. 게다가 공식에 적용된 가격전가율에 대해 미국의 보수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에서 적정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논란도 커졌다.
사실 도출식에서 사용된 수입 탄력성과 가격 전가율은 국가별, 산업별 이질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획일적인 값이다. 미국무역대표부가 인용한 논문에서조차 ‘탄력성’은 재화의 성격, 시장 경쟁 구조, 장단기 여부 등에 따라 상이하다고 밝히고 있다. 관세율 산정의 임의성이 상당하다고 볼 수밖에 없는데, 국가 및 품목에 대한 관세 범위, 수준, 적용 여부 등에 대한 잦은 변경이 이를 방증한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굳이 이처럼 빈약한 근거를 기반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결국 협상을 위한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한다. 1890년대 하원의원으로 관세 인상을 주도하고 대통령 당선 뒤 상호관세협정을 통해 각국과 관세 인하 협정을 추진했던 미국 제25대 윌리엄 매킨리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실행 과정에서 높은 불확실성과 논란을 노정한 관세 정책은 조세감면 정책과 맞물리면서 또 다른 경제적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전직 기업가였던 트럼프 대통령은 1980년대 미국을 이끌었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감세정책에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레이건 1기 대선 슬로건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Let’s Make America Great Again!)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레이건 대통령은 1970년대 중후반 두 번의 석유파동 이후 침체한 미국 경제를 정상화하는 다양한 정책 조합을 사용했다. 그중 하나가 1, 2차 조세개혁을 통한 법인세 및 소득세 인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공격적인 관세정책을 펼치는 동시에 공화당을 중심으로 조세를 감면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이미 눈덩이처럼 불어난 미국의 재정적자가 더 커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미국이 대규모 재정적자를 유지하면서 지속 가능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였던 미국 경제의 ‘견조한’ 성장이 급격한 고율의 관세 인상으로 인한 불확실성 확대로 위협받으면서 금융시장 변동성 역시 크게 증가하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25년 4월22일 미국에서 열리는 ‘한미 2+2 통상 협의’와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는 가운데, 진보당 당원들이 협상 중단을 요구하며 출국에 반대하는 손팻말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어진 환경하에서 한국은 다층적이고 전략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협상 국면에서는 상호관세와 관련해 기준 연도 조정, 특정 품목 제외(핵심 중간재, 대미 투자 유발 중간재 등),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 등 대안을 제시해 관세 부담 완화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국산 중간재에 대한 관세는 미국 경제에 부담이라는 점도 지속적으로 강조해야 한다. 장기적 관점의 정책 마련도 중요하다. 핵심 거점 공급망으로서의 입지 강화 등 산업정책 측면의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생산 네트워크 측면뿐만 아니라 소비시장 측면에서도 완화하는 다변화 전략을 가속화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유럽연합, 일본 등 선진국뿐만 아니라 인도, 아세안, 중남미 등 글로벌 사우스와의 교류와 협력 확대 강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중요한 어젠다다.
김종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안보실장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국방부, 곽종근 ‘해임’…여인형·이진우·고현석 ‘파면’
![이 대통령 지지율 53.2%…대구·경북서 8.9%p 급락 [리얼미터] 이 대통령 지지율 53.2%…대구·경북서 8.9%p 급락 [리얼미터]](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5/1229/53_17669655530114_20251229500278.jpg)
이 대통령 지지율 53.2%…대구·경북서 8.9%p 급락 [리얼미터]
![윤석열, 국민을 얼마나 우습게 여기면 [아침햇발] 윤석열, 국민을 얼마나 우습게 여기면 [아침햇발]](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5/1228/53_17668955612172_20251228500976.jpg)
윤석열, 국민을 얼마나 우습게 여기면 [아침햇발]

월급 309만원 직장인, 국민연금 7700원 더 내고 9만원 더 받는다
![[단독] 김병기 아내 법카 의혹 “무혐의 종결” 주장에 경찰 “당시 수사대상은 일부” [단독] 김병기 아내 법카 의혹 “무혐의 종결” 주장에 경찰 “당시 수사대상은 일부”](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5/1228/53_17669256030809_20251228502095.jpg)
[단독] 김병기 아내 법카 의혹 “무혐의 종결” 주장에 경찰 “당시 수사대상은 일부”

김병기 “식당에 CCTV 제공 말라고 입단속”…배우자 ‘법카 유용’ 은폐 정황

정규재 “속좁은 국힘, 이혜훈 축하해야…그러다 전한길만 남는다”

“쿠팡 알럭스? 뭔지도 몰라”…분노 키우는 ‘무늬만 5만원’ 꼼수 보상

이혜훈 파격 발탁 왜?…“국힘 극단세력 고립, 정치지형 흔들 것”
![[영상] 서울대 “직접 보시라”…3D 종묘 앞 고층빌딩 시뮬레이션 공개 [영상] 서울대 “직접 보시라”…3D 종묘 앞 고층빌딩 시뮬레이션 공개](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5/1229/53_17669859940528_20251229501391.jpg)
[영상] 서울대 “직접 보시라”…3D 종묘 앞 고층빌딩 시뮬레이션 공개










![[단독] SPC 던킨 본사 “매장 리뉴얼 안 하면 신상 허브 도넛 없다” 가맹점에 ‘갑질 ’](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300/180/imgdb/child/2025/1106/53_17624169743954_17624169629443_20251106503187.jpg)
![[단독] 미성년 선수 무릎 베고 축구 시청, 지도자는 학교 옮겨 반복했다](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300/180/imgdb/child/2025/1027/53_17615254000179_20251024501303.jpg)






![[단독] 고용노동부 용역보고서 입수 “심야배송 택배기사 혈압 위험 확인” [단독] 고용노동부 용역보고서 입수 “심야배송 택배기사 혈압 위험 확인”](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5/1229/53_17669898709371_17669898590944_20251229502156.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