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총선을 3개월 앞두고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와 다주택자 세 부담을 줄여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효성이 의문인데다 정부 바람대로 부동산 경기가 활성화될 경우엔 자산 불평등만 키울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2024년 1월10일 경기 고양시 아람누리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 참석해 “(부동산 문제를) 정치와 이념에서 해방시키고 경제와 시장 원리에 따라 작동되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 내용은 30년 된 아파트는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고, 소형주택 구입시 주택 수에서 제외해 다주택자의 세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것이다.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는 당장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정준호 강원대 교수(부동산학)는 “태영건설 사태를 비롯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이 조정되는 상황이고, 금융기관에서 부동산 사업 대출을 꺼리고 있다”며 “더욱이 공사비 인상 등으로 현재 진행 중인 아파트 재건축 사업마저 갈등이 벌어지고 있어, 안전진단 절차를 없앤다고 부동산 경기가 되살아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 의지대로 부동산 경기가 되살아나도 문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윤석열 대통령의 총선 겨냥 ‘토건 정부 선언’ 철회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어 “막대한 개발이익이 토지주와 개발업자에게만 집중된다. 유주택자와 무주택자 간 자산 불평등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원가주택, 첫집주택, 토지임대건물 분양 및 장기공공주택 공급 약속부터 제대로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도 “규제 완화로 고가아파트 공급이 늘어도 대다수 서민은 이런 집을 구입하기 힘들다. 이번 발표는 집권 여당의 표를 얻으려는 총선용 공약으로 의심되고, 내용 그 자체로도 국민을 위한 주거 안정 정책인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중과세를 철폐해 서민들, 또는 임차인들이 혜택을 입게 만들겠다”고도 했다. 다주택자의 세 부담이 임차인에게 전가되는데, 이를 고치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기존 1주택자 이상이 2024∼2025년 준공된 60㎡ 이하 주택(아파트 제외)을 사면 취득세와 양도세, 종합부동산세를 산정할 때 보유 주택에서 빼 2주택자 이상으로 계산하지 않을 계획이다. 시중 은행의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세금 부담이 늘어도 임차인에게 전가되는 상황은 장기 관점이고, 보다 중요한 것은 수요와 공급에 따른 시장 원리”라며 “다주택자 세 부담 완화는 임차인보다 유주택자에게 좋고, 주택 시장보다 총선에 유리해 보인다”고 말했다.
더욱이 다주택자들이 주택 구입에 나설 경우엔 가계 부채 악화 등 위험을 높일 가능성도 있다. 정준호 교수는 “가능성은 낮지만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무주택자는 집 살 기회는 더욱 낮아지고 이미 임계치에 다다른 가계부채에 위험을 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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