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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는 아는데 정부는 몰랐던 ‘엑스포 29표’

등록 2023-12-01 11:53 수정 2023-12-02 15:08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11월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 브리핑룸에서 2030엑스포 부산 유치 실패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11월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 브리핑룸에서 2030엑스포 부산 유치 실패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119표(리야드) 대 29표(부산).’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를 부산에 유치하려던 노력이 사우디아라비아에 큰 표차로 실패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2023년 11월29일 긴급 담화문을 내어 사과했다. 2022년 11월7일 이태원 참사 발생 일주일 만에 고개를 숙인 것에 비해 신속하게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우리 민관은 합동으로 정말 열심히 뛰었다. 이것을 잘 지휘하고 유치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대통령인 저의 부족의 소치라고 하겠다”고 밝혔다. 또 “엑스포 유치를 총지휘하고 책임을 진 대통령으로서 우리 부산 시민을 비롯한 우리 국민 여러분께 실망시켜드린 것에 대해서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도 했다.

정부가 ‘박빙 승부’ 혹은 ‘9회말 대역전’까지 내다보던 표 대결 전망은 크게 어긋났다. 1차 투표에서 총 165표 가운데 사우디 리야드는 119표로 3분의 2 이상을 얻어 2차 투표 없이 바로 유치를 확정했다. 프랑스 파리 투표 현장에 다녀온 재계 관계자는 “현지 분위기는 사우디에 몰렸는데도 정부는 낙관적인 전망만 내놓아 이상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예상과 크게 다른 결과에 윤 대통령 역시 “(엑스포 유치 판세) 예측이 많이 빗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부터 부산 엑스포 유치에 노력을 기울여왔다. 매달 해외순방을 떠나 정상외교를 통해 유치 활동을 펼쳤다. 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재벌 총수들을 대통령 특사로 임명해 각 나라를 방문하도록 독려했다.

정부 씀씀이도 늘었다. 윤 대통령의 정상외교 관련 2023년 본예산(249억원)이 일찌감치 바닥나자 8월에 예비비를 신청해 329억원을 더 받았다. 총 578억원인 정상외교 예산은 문재인 정부 시절에 비해 2배 이상이다. 아울러 산업통상자원부의 엑스포 유치를 위한 현지 실사 준비와 행사 개최 등의 2023년 예산은 254억원이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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