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자동차 모터쇼가 열린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날아든 기사와 사진에 그가 등장했다. 평상시와 달리 많은 말을 기자에게 쏟아낸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2년 전 나는 그를 얼마나 기다렸던가.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였다. 모터쇼 취재를 위해 독일로 떠나기 전 그도 모터쇼를 찾을 거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는 세계 자동차 시장을 주름잡는 폴크스바겐·BMW·메르세데스벤츠 등의 안방에서 열려 독일 업체의 기술 방향을 가늠하기에 좋은 기회다. 2011년에 그도 직접 연사로 나서 새로 내놓은 차를 소개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프랑크푸르트 무역관에서도 그가 온다고 했다. 그의 회사 홍보팀에선 그가 이번에 오지 않을 거라고 말했지만, 직원을 2명이나 프랑크푸르트에 보낸 것은 심증을 키웠다. 재벌 총수 일가의 움직임엔 홍보팀이 따라붙는 경우가 많다. 기자가 오니까.
그를 보고 싶어 한 건 유명 인사와 인사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국내에서 열리는 신차 발표회나 간담회에선 그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총수 일가가 주식회사 형태의 기업을 맡아 운영하면서도 그들의 말과 생각은 직접 투자자나 소비자에게 전달되지 않는 게 한국 재벌의 모습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모터쇼에 입장해 눈을 두리번거렸다. 2013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는 미국 테슬라뿐만 아니라 BMW의 전기차 i3·i8이 등장하고 폴크스바겐이 전기차 출시 공세를 예고하는 등 흥미로운 볼거리가 많았다. 그런데 눈은 자꾸 사람을 향했다. 차를 찾는 건지 사람을 찾는 건지. 다른 회사의 ‘그’는 많았다. 디터 체체 메르세데스벤츠그룹 회장은 직접 신차를 발표한 뒤 기자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얘기를 나눴다. 일반인으로부터 회장님을 방어하는 한국 회사원들의 경호와 의전에 익숙한 나에겐 생소한 광경이었다.
현대자동차 발표회장을 찾아 다시 그를 기다렸다. 발표회장 한쪽에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몰렸다. ‘드디어 왔나’ 하고 뛰어갔다. 그런데, 그런데, 그는 없고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였다. 대통령 선거 뒤 독일에 머무른 그가 모터쇼를 찾은 것이다. 외국에서 한국인을 보니 반가워야 하는데 허탈했다.
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결국 오지 않았다. 정 부회장은 이번 디트로이트 모터쇼장에서 ‘의도적으로 언론을 피하는 건가’라는 질문에 “자주 만나면 좋을 텐데 특별한 게 없기도 하고 그렇다”고 말했다. 그래도 외국 회장들처럼 편하게 봅시다. 부르릉~.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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