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화면 갈무리
운전자의 문제일까, 성능 좋은 차의 문제일까.
8월 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안타까운 사연이 올라왔다. 한밤중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과속으로 달리던 수입차 두 대 가운데 한 대가 중앙선을 넘어 택시와 부딪쳐, 택시 운전자만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택시 운전자의 가족은 SNS를 통해 “아버지는 50킬로의 속도로 달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중앙선을 넘어온 벤츠 차량을 피할 수 없었다. 아버지의 시신을 꺼내는 데만 20분이 넘게 걸렸다”고 통곡했다. 또 다른 제보자의 당시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마치 포뮬러원(F1) 경주를 하듯 무섭게 질주하는 벤츠 차량을 볼 수 있다.
이 SNS에는 수입차 운전자를 욕하는 글 등 1천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많은 댓글의 밑엔 수입차를 보는 일반 운전자의 심리가 깔려 있었다. 최근 고성능 수입차가 늘면서, 서울의 자유로나 한적한 고속도로에선 굉음을 내며 위협적으로 달리는 수입차와 쉽게 마주칠 수 있다. 이때 운전자들은 대부분 수입차와 접촉사고라도 나면 물어야 할 돈이 엄청나기에 ‘×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 하는 심정으로 피한다.
수입차의 난폭운전엔 빠르게 달리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구도 한몫한다(모든 운전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처음 자동차 분야를 담당했을 때 일이다. 전남 영암 F1 경주장에서 수입차 시승행사가 열렸다. F1 경주장에 처음 온 나는 겁을 먹었고, 마치 홀로 ‘리타이어’(포기)를 한 것처럼 천천히 달렸다. 결국 행사 진행자가 나만 차에서 나오라고 하는 굴욕을 당했다.
그렇게 소심한 운전자인 나에게도 고성능 수입차는 마치 영화 의 슈트처럼 자신감을 심어줬다. 도로 위에서 힘껏 밟으면 어느 차라도 제칠 수 있으니 속도를 내고 싶은 욕구를 참기 힘들었다. 특히 사고를 낸 차처럼 최대 토크가 55kg.m에 이르면 가속페달을 깊숙이 밟았을 때 차는 튕겨져 나가는 것처럼 도로를 질주한다.
이런 문제는 프리미엄 수입차의 본고장 독일에서도 지적되나보다. 독일 자동차 소식을 알려주는 블로거 ‘스케치북 다이어리’의 글을 보면 2012년 독일에서 난폭운전을 하는 차를 분류해보니, BMW가 50.6%, 메르세데스벤츠가 32.2%, 아우디가 25.9%, 포르셰가 8.7%, 폴크스바겐이 5.4% 순서로 조사됐다고 한다.
물론 난폭운전이 성능 좋은 수입차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 수입차 관계자는 “수입차라서 그런 사고가 더 이슈화된다. 국산차도 튜닝을 한 차들이 문제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추월·주행 차선이 따로 없는 한국의 교통문화, 안전운전에 대한 교육 없이 발급하는 운전면허 등 복합적이다. 그래도 비싼 차를 타는 사람은 좀 고급스럽게 타야 하지 않을까. 부르릉~.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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