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려령 지음, 창비 펴냄, 2008년 3월 출간, 8500원, 제1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재밌다. 우스워 죽겠다. 만화 보는 기분이다. 아니다. 영화다. 인물들이 살아서 펄떡펄떡 내 앞에 나타난다. 이뻐 죽겠다. 그런데 다 읽고 나니 재미만 아니다. 가슴에 ‘쿵’ 내려앉는 무엇이 있다. 늘 변두리를 떠돌아야 하는 가난한 우리 이웃들과 이들보다 더 아픈 이주노동자의 삶, 이들과 함께 신명나는 판을 벌이는 똥주…. 똥주 선생은 쓰는 말투, 하는 행동이 어쩜 이렇게 리얼하면서도 멋있냐. 똥주 같은 담임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아주 사실적이고도 바람직한, 꿈에 그릴 만한 선생 모습이다. 나도 똥주 같은 선생이 되고 싶다. 그런데 나는 이미 꼰대 냄새가 난다. 자꾸 근엄해진다. 목소리에 힘이 들어간다. 이러니 될 일도 안 된다. 그리고 완득이 같은 제자 하나 만나면 원이 없겠다. 그런데 요새는 다들 스스로 ‘공부 기계’가 되겠다고 앞장선다. 아니면 스스로 자기를 죽여버린다. ‘나 같은 놈이 뭘 해! 대강 살다 가는 거지’ 이런 식이다. 깡다구가 없다. 아이들은 청춘을 다 바치고 어른들은 등골을 다 바쳐 아등바등했지만 결과가 이렇다. 학교 현장 문제 가운데 가장 큰 일이 이거 아닌가?
이 책, 어른들한테 주자. 어쩌면 어른들이 더 좋아할지 모른다. 고등학생 시절, 잃어버린 청춘을 다시 생각하면서 내 아이한테는 청춘을 돌려주자, 대오 각성할지도 모른다. 선생들 반드시 읽어야 한다. 똥주 같은 담임한테 배워야 한다. 우리 아이들 이 책 읽고 뭐라고 할까? “이런 똥주 같은 담임이 어딨어요. 이건 딴 나라 얘기예요. 이런 꽁이 어딨어.” 이럴까? 이러면서도 똥주를 기다리게 될 거다. 아니면 스스로 똥주로 나설지도 모른다.
이상석 부산 양운고 국어교사·제3회 전태일문학상 수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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